메꽃
메꽃
  • 제주일보
  • 승인 2019.07.3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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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영 수필가

피는 꽃의 모습은 변함이 없지만, 올 해의 핀 꽃은 작년의 그 꽃이 아니다.

여름의 꽃을 좋아한다.

메꽃을 뜯으면, 비가 온다.’ 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꽃말이 수줍음, 속박, 충성심이다. 그렇게 충성을 다했는데 뜯어 버리면 슬퍼서 눈물을 흘린다고 했다. 그래서 비가 내린다고.

시골 사시던 이모님이 여름방학 때 들려주신 얘기다. 물론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 계시다.

옛날 어느 장군의 충성스런 연락병이 있었다. 돌격부대가 적진을 돌파하고 다음 목적지로 가야했다. 이 병사는 갈림길에서 장군과 돌격부대를 기다리다 후퇴하는 적군에게 발각되어 죽임을 당했다.

적군은 병사가 표시해 둔 방향 표시를 반대로 돌려놓고 후퇴했다. 이 사실을 모르고 장군은 표지판대로 진격하려다 문득 멈춰 섰다.

나팔 모양의 꽃이 무언가 호소하듯 간절한 모습으로 피어있고 주위에는 붉은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

장군은 병사가 죽어서 자기의 나팔처럼 꽃을 피웠다고 생각했다. 표지판의 반대방향, 꽃이 가르치는 곳으로 전진하여 대승을 거뒀다는 전설이 있다.

충성이다.

그런가하면 여름안개 자욱한 들녘에 피어있는 메꽃은 수줍음. 순종의 꽃말도 연상하게 한다. 연분홍이여 더 그렇다.

어렸을 적, 특히 여름방학에는 꽃과 놀았다. 이름 모를 꽃들. 슬플 때도 기쁠 때도 심심할 때도, 어머니를 기다릴 때도 꽃과 놀았다. 돌담에 기대 핀 봉선화, 채송화, 수국, 산 백합, 그리고 메꽃.

어머니를 기다리며 꽃과 놀 때, ‘메꽃이라고 그렇게 일러줘도 내 여동생은 나팔꽃이라고 했다. 몇 번을 일러줘도 모르는 여동생에게 핀잔을 주던 기억이 새롭다. 언뜻 보면 나팔꽃처럼 생겨서 쉽게 기억을 못했나보다.

일주일에 한 번 꽃집엘 간다.

온갖 꽃이 아름다움을 뽐내며 온실 속 가득이다. 익숙한 글라디올러스 한 다발 사고 돌아오며 왠지 쓸쓸해진다. 계절도, 향기도, 추억도, 꽃집에서는 살 수 없음을 새삼 느끼게 돼서 그런가보다.

여름이 더 성숙해졌다. 이젠 매미소리도 없지만, 다시 꽃과 놀고 싶어진다.

메꽃 피었나? 꽃 보러 갈래?”

그러자고 하는 내 여동생도 이제는 나팔꽃이라고 우기지 않는다. 세월을 느끼게 하는 내 여동생의 뒷모습에서, 여름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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