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사업에 대한 새로운 관점
카페사업에 대한 새로운 관점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7.29 18: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성대 월간커피 발행인

오래 전 파리를 방문했을 때 파리지앵들의 삶에 녹아 있는 커피문화가 꽤 인상적이었다. 그들에게 커피는 기호 음료가 아니라 생활과 밀접한 음료였다. 카페가 아니어도 어딜 가든 커피바를 쉽게 만날 수 있었으며 한국 음식점에서도 제대로 된 커피바가 자리 잡고 있었고 심지어 복권을 파는 곳에서도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자리가 있었다.

커피가 일상의 음료라는 건 파리만의 현상은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커피를 많이 마시는 나라는 핀란드고 서유럽이나 동유럽 사람들도 커피를 참 좋아한다. 서구 식문화와 커피는 불가분의 관계인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커피 열풍을 보면 그 때의 파리를 연상하게 한다. 어디서든 쉽게 커피를 접할 수 있다. 우리나라 성인 1인 당 한 해 동안 마시는 커피가 350~400잔을 넘어선다는 보고도 나왔다. 연평균 소비 성장률이 7% 정도로 그 성장세가 두드러진다고 하니 이런 추세면 커피 시장은 계속 커질 것이고 조만간 우리에게도 커피는 생활 음료로서의 지위를 구축할 것만 같은 분위기다.

그런데 이런 희망적인 얘기가 현재 카페를 경영하거나 카페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의 형편과는 꽤 거리감이 있다. 전체 커피 시장의 성장과 내 가게의 커피 장사는 다르기 때문인데 최근 동종 업자 간 과열 경쟁으로 카페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커피를 많이 마시는 것과 카페 오너의 처지는 상관없는 일처럼 보인다. 사람들이 커피를 많이 마신다고는 하는데 카페 살림살이는 별로 나아지지 않는 기미다.

장사를 하면 돈이 좀 돼야 하는데 수익은 말할 것도 없고 겨우 카페를 운영하다가 더 버티지 못 하고 문을 닫는 카페가 많다.

한 집 걸러 카페라고 할 만큼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콘셉트의 가게가 즐비하다. 인테리어가 훌륭한 집도 있고 디저트가 맛난 곳도 있다. 오랫동안 자리를 차지하는 손님 때문에 골치 아프다는 곳이 있지만 아예 이들을 환영하는 공부하는 카페도 있다. 오피스가에는 향긋한 커피와 함께 열심히 회의를 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카페도 있다.

카페의 본래 기능이 커피를 마시면서 사람들과 교제하고 담소를 하는 곳정도로 정의되는 것인데 우리는 그 기준을 뛰어넘어 부가적인 역량을 카페가 보유해야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결국 창업이나 운영비용을 추가로 감수하면서까지 카페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온 힘을 다 쏟는다.

제주 역시 해안가를 중심으로 카페가 생겨나더니만 꽤 오래 전부터 해안가에서 떨어진 마을 안쪽으로도 점포들이 생겨났다.

중산간 마을 한적한 곳까지 카페가 자리를 잡으면서 제주는 전국에서 인구 대비 가장 카페가 많은 곳이 됐다. 지금도 사람들은 카페를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건물을 지으면 가장 먼저 카페를 들여야겠다는 사람들과 카페나 하면서 살까하고 커피 장사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나라의 자영업 창업률은 26.8%로 그리스(35.4%), 터키(34%), 멕시코(32.1%), 브라질(31.2%) 다음으로 높다. 상대적으로 미국(6.3%), 노르웨이(6.5%), 캐나다(8.8%) 등으로 자영업자 간 경쟁력이 우리에 비해선 느슨한 편이다. 우리나라에서 장사를 한다는 것은 치열한 레드오션에서 살아남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제주도 예외는 아니다. 하루 멀다 하고 카페는 생겨나고 심지어는 경관이 빼어나거나 고즈넉한 한갓진 곳이면 발에 치이는 게 카페다. 게다가 점점 대형화 추세로 가다 보니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거나 자금력이 떨어진 곳들은 어쩔 수 없이 밀리게 된다. SNS나 다양한 홍보 채널로 내 카페를 알리기 위해 애쓰지만 비용과 시간을 많이 들여야만 한다. 이마저도 반드시 효과를 본다는 기약이 없다.

이런 환경에서 개성 있는 카페를 만든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처음부터 철저히 준비해야만 하는 일이다. 해야 할 공부도 많다. 여유 있게 카페나 하며 살자는 생각은 애초에 금물이다. 최근 개인 카페의 차별화 전략으로 오히려 비슷한 곳끼리 공존을 모색하거나 자신이 하는 카페 일을 가치 있게 만들어 가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함께 하고그 카페의 가치를 보여주자는 태도가 또 다른 돌파구로 모색되는 것이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