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제주도의회 의장의 ‘시일야방성대곡’을 들으셨나이까
대통령님, 제주도의회 의장의 ‘시일야방성대곡’을 들으셨나이까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7.28 18: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중훈 시인·성산읍노인회장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님.

을사조약의 부당성을 비판한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이 최근 제주특별자치도의회에서 들린다는 소리가 있어서 혹시 을사조약과 같은 변고가 지금 이 나라에도?’ 싶어서 팔십이 다 된 이 촌로가 몇 자 올립니다. ‘시일야방성대곡19051120일 장지연 선생이 황성신문에 게재한 논설문이라는 걸 미천한 소인도 조금은 알고 있어서입니다.

을사오적을 앞세워 강제 체결한 을사조약의 부당함을 알리고 그 조약이 무효임을 주장한 내용들로 구성된 민족통분의 글임을 고명하신 대통령님께서 어찌 모르실리 있겠습니까.

이처럼 시일야방성대곡은 일제에게 국권을 빼앗긴 우리 민족 통분의 역사를 대변하는 대명사이며 을사오적을 고발하는 고발장임을 우리 민족 누구 한 사람도 모르는 이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 제주도의회 의사당에서 또다시 시일야방성대곡이 들린다 함은 어인 일일까요.

지난 11일 제주도의회 제375차 임시회의 폐회식 석상에서 김태석 의장은 시일야방성대곡한 마디로 폐회사를 대신했습니다.

이를 지켜본 도민들은 혹시 나라에 무슨 큰 변이라도 생긴 게 아닐까하는 우려와 불안감에 쌓여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매한 저 역시 도내 몇몇 주요일간지 기사들을 열어봤습니다.

김태석 의장은 지난 11일 열린 제375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본인이 직권 상정한 제주도보전지역 관리 조례 개정안이 표결 끝에 부결되자 시일야방성대곡이라는 말 한 마디로 이날 폐회사를 대신했다.김 의장의 이 말은 조례안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진 같은 당 의원들을 비난한 것이다.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의원들마다 나름대로의 의견과 입장이 있는데 이를 무시한 것으로 아주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2019714일 도내 모 일간지).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님. 이번에 부결된 조례개정안의 주요 핵심은 이렇습니다. 현행 조례에는 보전지구(1등급지역)내에서도 항만, 공항 건설이 가능토록 되어있으나 개정조례()에는 이를 제외한다는 요지의 ()입니다.

한 마디로 보전지구 내에 항만, 공항 건설은 도의회의 동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의도입니다. 자연과 인간이 절대 필요조건은 어느 일방을 위해서가 아닌 상호 공생·공존에 있다고 여겨집니다.

공항이나 항만 건설의 문제도 이와 같다고 여겨집니다. 신공항 건설 필요성이 거론된 지가 10여 년이 지났음에도 공항 건설을 자연환경 보전 차원에서 논의하거나 문제를 제기한 적이 없었음은 곧 신공항 문제가 자연과 인간이 공생·공존의 절대 필요조건의 하나임과 동시에 도민 숙원사업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입니다.

2012년도 당시 환경도시위원장이던 김태석 의장마저 제주 신공항 건설 촉구 대정부 건의안을 채택, 건의한 것만 봐도 이를 웅변하는 것입니다

또한 그 분은 앞선 임시회(3722019522) 때도 이 조례개정안을 직권상정 시키려다가 보류한 바 있습니다. 그 사유로 그는 시기적으로 제2공항과 맞물려 제2공항 반대로 비치는 요소가 있어서 상정을 유보하는 것이라고 할 만큼 이 문제에 신중했습니다. 그 만큼 이 조례가 제주 제2공항 발목 잡는 조례라는 소리가 높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그가 이 조례개정()에 반대표를 던진 동료의원들을 향해 을사오적으로 매도할 만큼 조례 개정에 목매달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항간에 일고 있는 여론처럼 그가 이 문제를 증폭시켜 얻고자 하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건 아닐까요.

그 분이 이 같은 일련의 행위는 곧 시일야방성대곡의 숭고한 뜻의 모독이며 도민의 갈등과 분열을 불러 일으켜서 그 곡()소리가 도의회 의장 몫이 아닌 도민들의 몫으로 돌아갈까 우려되옵니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