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갯불’ 일정 안 돼…‘제주다움’으로 관광객에 감동줘야
‘번갯불’ 일정 안 돼…‘제주다움’으로 관광객에 감동줘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03.09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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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안순 ㈔제주도 농어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장
① ② 제주관광공사가 진행한 팸투어를 통해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를 방문한 외국인들. ③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한 민간여행사 대상 농촌여행상품 공모 설명회에서 필자가 제주 농어촌상품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④ 독일 헤센주 켄슬러 농장. 유럽 농촌체험관광의 핵심은 ‘농촌다움’의 유지·보존이다.

이제는 봄이다.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지난 겨울의 아픔도 이제 새로운 희망 앞에 잠시 숨길 수 있다.

우리 제주 농업인들의 용기와 인내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이미 많은 노지감귤, 월동감귤, 시설 내 만감류들을 산지폐기했음에도, 그 엄청난 손해 규모에도 그들은 다시 시작한다.

감귤농장의 전지·전정하는 가위소리에는 결연한 의지가 보이고 이를 파쇄하는 파쇄기의 소리는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 같다. 다행이다.

주저앉기보다는 다시 1년을 계획하고 더 나은 결실을 위해 시행착오를 반성하는 모습에서 우리 제주농업의 큰 희망을 보는 것 같다.

다만 정성을 다해 키운 결실물들이 산지폐기 되고 (많은 비용을 투입하면서) 그에 대한 폐기 보상금이 조기에 지원되거나 또는 언제쯤 될 것이라는 예측을 할 수 없음은 새로운 영농설계를 함에 있어서 대단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여겨진다. 농업인들이 이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빛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행정력은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농업인들의 아픈 상처를 보듬어 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함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농촌은 끊임없이 미래를 향한 도전과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7일 농림축산식품부 주최로 민간여행사를 대상으로 하는 농촌여행상품 공모 설명회가 있었다.

국내 50여 개 여행사를 대상으로 농촌체험관광에 대한 정보 제공을 통해 내‧외국인 관광객들을 농촌으로 유도하고 농촌을 활성화한다는 것을 기본 목표로 하고 있었다. 전국에서 선발된 89개 마을 중 제주의 3개 마을이 포함된 것은 대단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중앙정부가 공식적으로 민간여행사들을 대상으로 내‧외국인들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은 참으로 고맙다고 안 할 수 없다. 하지만 수십년간 이어져온 대한민국 관광업계의 패턴을 하루 동안의 워크숍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

열악한 여행업체의 수익구조와 그 업체를 유지하기 위한 관행(리베이트 등)을 무너뜨린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치 않다고 보여진다. 그럼에도 중앙정부가 농촌 가치 함양에 대해 다시 고민하고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은 대단히 고무적이다.

다만 여행업체의 모객을 통한 농촌 방문 유도는 한계에 부딪칠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그들은 영업 효율성과 수익 극대화를 위해 행위를 하는 기업일 뿐이다.

대부분의 여행업체들은 고객들에게 최대의 감동과 만족을 주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짜인 스케줄대로 이동하고 머물고, 거기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제주관광공사는 우리 농촌마을 가운데 몇 개의 마을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팸투어를 진행했었다. 하지만 이러한 프로모션에서는 그들에게 감동과 만족을 주기는커녕 새로운 불만들을 양산하는 결과를 낳았을 뿐이다.

대부분의 외국인 여행객들은 여행사가 안내하는 일정대로 움직일 뿐 제주농촌마을의 속살과 문화, 정체성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은 지극히 일부분뿐이었다는 것이다.

더불어 우리 마을들도 농촌체험사업을 진행하면서 그들에게 흥미를 줄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지 못한 것도 현실이다.

중간 모집책인 여행사가 아니라 중앙정부 또는 지방정부, 더 나아가서 마을이 프로그램을 만들고 소비자를 만족시키려는 노력을 부단히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왜 프랑스가 세계 초일류 관광대국이 되었을까?’라는 사실과 사례들을 우리 제주에 접목할 필요가 있다.

1년에 외국인 방문객 8500만명 그 가운데 약 37%가 꼭 농어촌에 머무는 이유들을….

특히 독일 포젠하우젠 마을은 적어도 제주도 모든 마을들이 배워야 할 사례라고 생각한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북동쪽으로 약 50㎞ 떨어진 이 마을은 전일 체험을 전제로 고객을 맞는다.

로컬푸드와 전통가옥을 개조한 게스트 하우스(프랑스·독일은 오래된 축사나 곡물창고를 개조해 레스토랑이나 게스트 하우스로 이용하면서 관광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등을 이용해 단순 1회 체험이 아니라 방문객들과 농촌 가치와 생태에 대한 인문학 특강과 토론 그리고 다양한 체험 등으로 하루나 이틀을 마을에서 보낸다.

당연히 소비자는 만족할 수밖에 없다. 더더욱 재방문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가 그런 노력을 해야 한다.

행정당국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 숫자 늘리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진솔한 제주의 속살을 보여줄 준비가 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 혹 부족한 부분은 다양한 역량강화 사업을 통해 채워야 한다. 일반 150여 개소의 공영 사설 관광지를 방문하는 것이 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

더군다나 네덜란드의 네오마을은 10여 년 전만 해도 돼지우리였던 곳을 고급 레스토랑과 게스트 하우스로 꾸며 연간 3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결국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우리 농어촌마을에서 시행하는 다양한 팸투어나 프로모션들의 운영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고령화가 진행되는 우리 농어촌이지만 끊임없이 유입되는 귀농·귀촌인, 그리고 그나마 아직 젊은 마을들의 다양한 농업경영 작부형태 등…. 이러한 것들이 마을공동체에 새로운 에너지가 될 것인가, 아니면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것인가를 마을과 행정당국이 기나긴 고민으로 공통분모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많은 마을사업들이 주어진 매뉴얼과 가이드라인을 뛰어 넘지 못할 때 우리마을들의 가치 함양을 위한 시간은 더디 갈 수 밖에 없다. 좀 더 창의적이고 차별화 시킬 수 있는 그릇들을 만들어 보자.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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