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자본과 지역사회 발전
사회적 자본과 지역사회 발전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7.23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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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한 제주연구원 석좌연구위원·논설위원

사람들은 일생 동안 돈을 많이 벌어 자신의 위상을 높이고, 사회적으로도 존경 받기를 바란다.
그래서 다수의 사람들은 명문 학교를 졸업해 좋은 직장에 취업하거나 사업가의 길을 가고자 열망하는 경향이 있다. 또 경제적 생산 활동에 참여하는 모든 조직(특히 기업)들도 매출 증가와 이윤의 극대화를 통해 끊임없이 자본 축적을 추구한다.
따라서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도 경제적 자본의 확대·재생산을 통해서만 발전을 해 나갈 수 있다는 신화에 젖어 있다. 그렇다면 경제적 자본(특히 돈)만이 지역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척도로 작용할까?
꼭 그렇지마는 않다. 예컨대, 특정지역에서 발전을 도모하는데 자본(돈)이 아무리 많아도 이를 둘러싸고 지역 내 혹은 지역 간 대립이나 갈등이 지속된다면 오히려 지역사회 발전보다는 혼란과 퇴행이 발생할 수 있다.
지역사회가 보유한 경제적 자본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은 배제되고, 그 대신 특정 사람이나 세력(집단)이 차지할 경우 커다란 저항이 나타난다. 지역 사회에서는 주민들 간의 소통과 신뢰, 상생과 연대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지역사회의 발전은 물론 지역공동체 문화가 온전히 지속되기가 힘들다.
경제적·물질적 자본만이 지역사회의 발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사회적 자본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우리에게 사회적 자본이 생소한 말이기도 한다.
‘제주특별자치도 사회적 자본 관리 및 육성 조례(2013. 7. 17. 제정)’를 보면 제주사회에서 사회적 자본을 제주도민의 자발적 참여를 바탕으로 지역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 및 제주특별자치도 발전을 위한 협력, 조정을 이끌어 내는 네트워크, 참여·협력·호혜성·교육·규범·신뢰 등 유‧무형의 자산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경제적 자본과 더불어 사회적 자본이 지역 사회에 풍부하면 지역 발전을 달성하는데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사회적 자본이 경제적 자본의 생성과 축적을 오히려 촉진시켜 나가는 기재로서 작용할 수 있다.
반면에 무소불위의 경제적 자본의 팽창과 횡포는 지역사회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제주지역에는 주민역량, 소통, 참여, 협력, 네트워크, 그리고 연대 등 사회적 자본의 기능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요인들이 있다. 예컨대 다양한 민간 모임과 단체 활동, 혈연·지연·학연의 끈끈한 관계, 1시간 내 일상생활권역, 괜당문화에 의한 사회 참여, 농촌 문화의 지속 등이다. 이런 요인들은 제주사회의 사회적 자본 형성과 축적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토대가 된다.
그렇지만 제주사회의 다양한 경제·사회·문화적 환경 변화(풀뿌리 민주주의 한계, 전통적 공동체 문화의 쇠퇴, 빈부격차의 확대, 각종 난개발, 여러 사회갈등 발생, 과잉관광의 부작용, 핵가족의 팽배, 개인주의 및 집단이기주의 확산 등)들은 사회적 자본 형성과 확대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사회적 자본이 진정으로 제주지역 발전에 기여하려면 다각적 접근과 실천 전략을 가지고 사회적 자본 육성 정책 사업들이 지속적으로 실행돼야 할 것이다.
또한 제주의 지역공동체 문화가 올바로 복원되고 함양될 수 있도록 도민 사회의 지속적‧실천적 노력이 필요하다. 행정의 정책적 지원 사업도 중요하지만 민간부문에서 적극적 참여와 협력도 빼 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제주사회의 사회적 자본 형성과 축적 과정에서 도민사회의 불신과 대립 및 균열을 야기할 수 있는 사회갈등(공공갈등, 이념갈등, 환경갈등, 선거갈등, 노동갈등 등)의 사전 예방과 해소가 중요하다.
끝으로 사회적 자본은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제주사회와 도민들이 스스로 만들고 육성‧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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