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일생 동안 돈을 많이 벌어 자신의 위상을 높이고, 사회적으로도 존경 받기를 바란다.
그래서 다수의 사람들은 명문 학교를 졸업해 좋은 직장에 취업하거나 사업가의 길을 가고자 열망하는 경향이 있다. 또 경제적 생산 활동에 참여하는 모든 조직(특히 기업)들도 매출 증가와 이윤의 극대화를 통해 끊임없이 자본 축적을 추구한다.
따라서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도 경제적 자본의 확대·재생산을 통해서만 발전을 해 나갈 수 있다는 신화에 젖어 있다. 그렇다면 경제적 자본(특히 돈)만이 지역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척도로 작용할까?
꼭 그렇지마는 않다. 예컨대, 특정지역에서 발전을 도모하는데 자본(돈)이 아무리 많아도 이를 둘러싸고 지역 내 혹은 지역 간 대립이나 갈등이 지속된다면 오히려 지역사회 발전보다는 혼란과 퇴행이 발생할 수 있다.
지역사회가 보유한 경제적 자본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은 배제되고, 그 대신 특정 사람이나 세력(집단)이 차지할 경우 커다란 저항이 나타난다. 지역 사회에서는 주민들 간의 소통과 신뢰, 상생과 연대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지역사회의 발전은 물론 지역공동체 문화가 온전히 지속되기가 힘들다.
경제적·물질적 자본만이 지역사회의 발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사회적 자본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우리에게 사회적 자본이 생소한 말이기도 한다.
‘제주특별자치도 사회적 자본 관리 및 육성 조례(2013. 7. 17. 제정)’를 보면 제주사회에서 사회적 자본을 제주도민의 자발적 참여를 바탕으로 지역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 및 제주특별자치도 발전을 위한 협력, 조정을 이끌어 내는 네트워크, 참여·협력·호혜성·교육·규범·신뢰 등 유‧무형의 자산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경제적 자본과 더불어 사회적 자본이 지역 사회에 풍부하면 지역 발전을 달성하는데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사회적 자본이 경제적 자본의 생성과 축적을 오히려 촉진시켜 나가는 기재로서 작용할 수 있다.
반면에 무소불위의 경제적 자본의 팽창과 횡포는 지역사회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제주지역에는 주민역량, 소통, 참여, 협력, 네트워크, 그리고 연대 등 사회적 자본의 기능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요인들이 있다. 예컨대 다양한 민간 모임과 단체 활동, 혈연·지연·학연의 끈끈한 관계, 1시간 내 일상생활권역, 괜당문화에 의한 사회 참여, 농촌 문화의 지속 등이다. 이런 요인들은 제주사회의 사회적 자본 형성과 축적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토대가 된다.
그렇지만 제주사회의 다양한 경제·사회·문화적 환경 변화(풀뿌리 민주주의 한계, 전통적 공동체 문화의 쇠퇴, 빈부격차의 확대, 각종 난개발, 여러 사회갈등 발생, 과잉관광의 부작용, 핵가족의 팽배, 개인주의 및 집단이기주의 확산 등)들은 사회적 자본 형성과 확대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사회적 자본이 진정으로 제주지역 발전에 기여하려면 다각적 접근과 실천 전략을 가지고 사회적 자본 육성 정책 사업들이 지속적으로 실행돼야 할 것이다.
또한 제주의 지역공동체 문화가 올바로 복원되고 함양될 수 있도록 도민 사회의 지속적‧실천적 노력이 필요하다. 행정의 정책적 지원 사업도 중요하지만 민간부문에서 적극적 참여와 협력도 빼 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제주사회의 사회적 자본 형성과 축적 과정에서 도민사회의 불신과 대립 및 균열을 야기할 수 있는 사회갈등(공공갈등, 이념갈등, 환경갈등, 선거갈등, 노동갈등 등)의 사전 예방과 해소가 중요하다.
끝으로 사회적 자본은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제주사회와 도민들이 스스로 만들고 육성‧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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