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환생
특별한 환생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7.2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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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용 수필가

이른 새벽, 창문 넘어 마당에 외롭게 서있는 동백분재와 눈을 마주쳤다. 잎사귀에 함초롬히 물이 맺혀있는 것을 보니 간밤에 비가 내렸나 보다.

얼마 전에 조경사업을 하고 있는 지인이 귀한 동백나무라며 키워보라고 준 나무다. 이처럼 생긴 동백나무를 보는 것은 처음이다. 나무기둥을 중심으로 밑쪽 잎은 짙은 녹색이고 위로 올라 갈수록 마치 꽃이 핀 것처럼 하얀 잎이 돋아났다. 어쩌다 이처럼 변이종으로 태어났을까? 잎은 가죽처럼 두껍고 잎에서 광택이 난다. 잎의 가장자리에는 끝이 뭉툭하게 생긴 톱니처럼 생겼다. 참으로 신기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중부 이남의 바닷가나 동쪽의 울릉도에서 가끔씩 볼 수 있는 동백이라고 지인은 말한다.

동백은 사랑과 겸손한 마음이라는 꽃말을 갖고 있다. 참으로 의미가 깊다. 그래서일까. 오래 전, 혼례식이 있는 집 대문에는 꽃이 피어 있는 동백나무와 대나무로 장식을 했다. 그리고 혼례식상에 동백나무와 동백꽃이 꼭 올라왔다. 꽃말이 말해주듯이 신랑신부가 함께 사랑하며, 겸손한 마음으로 오래 살기를 바라는 어른들의 마음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나는 동백을 볼 때마다 동박새가 생각나곤 한다. 전설에 나오는 이야기지만 동박은 동백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동백꽃이 피면 동박새가 나타난다. 가만히 관찰하다 보면 동박은 꼭 둘이서 다닌다. 색깔도 색깔이지만 몸체가 너무 작아서 참으로 예쁘고 귀엽다.

전설을 말하자면 옛날, 폭군으로 소문난 임금에게 착한 동생이 있었다. 이 동생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다. 아들이 없었던 임금은 무척 질투하며 자신이 죽고 나면 동생의 아들에게 왕위가 넘어갈 것을 두려워했다.

어느 추운 겨울 날, 임금은 동생을 불러 아들을 죽이라고 명했다. 동생은 차마 아들들을 죽일 수 없어 스스로 자결을 하여 붉은 피를 흘리며 죽어갔다. 아버지가 죽자 임금은 동생의 아들들을 무차별 죽였다. 두 아이는 죽자마자 녹색과 황색을 띤 새로 환생하여 하늘로 날아갔다. 세월이 흐르자 두 아들의 아버지는 동백나무로 환생하여 붉은 꽃을 피우며 자식을 그리워했다. 하늘로 날아갔던 두 아들은 어느새 날아와 동백나무에 둥지를 틀고는 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그 새들에게 동박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동백과 동박새는 지금도 서로의 곁을 떠나지 않고 서로 도우며 살아간다. 동백은 꽃을 피워 동박에게 꿀을 먹이고, 동박새는 꿀을 먹으며 성장하고 꽃가루를 옮겨주며 살아간다. 안타깝게 억울하게 비극으로 죽었지만 특별하게 환생하여 특별하게 살아가는 동백과 동박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환생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례는 없다고 하지만 종교계에서 자주 쓰이는 윤회와 부활을 생각하게 된다. 후에 나는 무엇으로 환생하게 될까.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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