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이 제주4‧3을 집중 보도해 파급효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제주4‧3평화재단은 지난달 20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4‧3 인권 심포지엄을 전후로 미국 미디어들이 4‧3을 비중 있게 다뤄 세계화에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UPI 통신은 4‧3 인권 심포지엄에서 북촌 대학살사건을 증언한 고완순 할머니의 발표 내용을 싣고 “고 할머니는 한국 역사상 가장 잔인했던 학살의 목격자이자 생존자”라며 “수만 명이 목숨을 잃은 제주학살 혹은 봉기로 불리는 4‧3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다”고 보도했다.
특히 UPI는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석좌교수가 4‧3학살에 대한 미국 책임에 대해 “폭력적인 진압 뒤에 일본의 패전 이후 한국 군경의 작전통제권을 유지했던 미군의 개입이 있었다. 미국 관리들은 이승만 대통령의 정열적인 반공주의를 칭송하며 그의 강경책을 장개석보다 우월하다고 평가했다. 이런 사실이 (미국인인) 나를 부끄럽게 했다”고 발언한 내용을 보도했다.
뉴스플랫폼인 ‘미디엄(Medium)’은 지난 2일 ‘제주4‧3, 한국 역사의 어두운 장이 유엔에서 드러났다’란 제목으로 ‘전환기 정의를 위한 국제센터’가 작성한 긴 논평기사를 실었다.
해당 기사는 미군정 시절 4‧3의 발생 배경부터 전개 과정, 3만명에 이르는 민간인 학살‧구금‧고문‧실종이 이뤄진 역사적 사실, 4‧3특별법 제정,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까지 다뤘다.
미디엄은 유엔 강제실종실무그룹위원인 백태웅 하와이대 교수의 발표를 인용해 4‧3 피해자 배상과 행불인 발굴, 미 정부기록보관소 개방 등에 국내‧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유엔 심포지엄에 앞서 지난 5월 28일 ‘여기, 학살의 기억이 오래도록 침묵돼 왔다, 이제 관광객들이 참상을 되짚는다’는 제하의 제주 현지 르포기사를 다뤘다.
프랑스 통신사 ‘임팩트 뉴스 서비스’도 지난 2일 4‧3 심포지엄 내용과 성격을 보도했다.
이 밖에 유엔 온라인 방송 ‘유엔 웹 TV’는 심포지엄 전 과정을 생중계한 후 온라인에 탑재했다. 미국 한인방송 뉴욕 KBTV는 ‘주민 3만여 명 희생 제주4‧3사건 UN무대에서 진상 밝힌다’를 비롯해 두 차례 심포지엄을 방송했다. 뉴욕 KBN뉴스는 양정심 4‧3평화재단 조사연구실장을 ‘파워 인터뷰’에 초대해 4‧3의 진실과 유엔 심포지엄 성과 등을 심층 보도했다.
미주중앙일보와 미주한국일보 등 미국 한인신문들도 유엔 심포지엄을 기사화했고, 하루 20만명이 구독하는 북미민주포럼은 블로그 기사를 통해 심포지엄을 생중계하듯 알렸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