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친필·그림이 담긴 보물들을 찾다
저자 친필·그림이 담긴 보물들을 찾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7.18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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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ad Mon(1979), 목 긴 사나이(1996), 희망은 깨어 있네(1976)

‘걸레’ 중광스님의 첫번째 선화집 
박재동 화백 시사만화 종합 출판집
이해인 수녀 암 투병 중 펴낸 시집
왼쪽부터 ‘The Mad Monk’, ‘희망은 깨어 있네’, ‘목 긴 사나이’ 표지 사진.
왼쪽부터 ‘The Mad Monk’, ‘희망은 깨어 있네’, ‘목 긴 사나이’ 표지 사진.

예로부터 시()와 글씨(), 그림()에 모두 뛰어난 재주를 가진 사람이나 그 경지를 삼절(三絶)이라고 했다. 전통시대의 문인사회에서는 이 세 가지를 겸비하는 것을 최고의 이상으로 여겼고, 이를 모두 갖춘 문인화가에 대한 최고의 찬사로 사용된 말이기도 하다.

요즘 전통적인 개념의 삼절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문장으로 유명한 작가가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경우도 많고, 유명한 화가가 맛깔 나는 글 솜씨로 독자들의 칭송을 받는 경우도 많으며, 인기 가수나 배우가 그림을 그리거나 소설이나 수필집을 내는 경우도 많다. 그들이 발표하는 작품들이 모두 다 해당 분야 전문가들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수준에 이르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 만큼 재주가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일 것이다.

그런 까닭에 우리 책방에 들어오는 헌책들을 살펴볼 때, 다양한 분야에 재주가 있는 저자의 책을 마주하게 되면 마음 속 한 구석에 슬며시 피어오르는 약간의 기대감 같은 것이 있다. 입수된 수 많은 책들 가운데 가끔씩 저자의 친필 서명이 있는 책이 있고, 그 가운데 아주 드물게 서명과 함께 자신의 남다른 재주를 보여주는 책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 권의 책 속에 자신이 좋아하는 저자의 글과 글씨, 그림까지 모두 갖추고 있다는 게 그 작가를 사랑하는 독자에겐 얼마나 큰 기쁨이자 설렘이겠는가.

그렇게 저자의 글씨와 그림이 함께 있는 책들 가운데 비교적 최근에 입수된 몇 가지를 소개해 보겠다.

‘The Mad Monk’ 뒷 속지에 그려진 중광스님의 작품.
‘The Mad Monk’ 뒷 속지에 그려진 중광스님의 작품.

먼저 걸레스님으로 유명한 중광(重光 1935~2002) 스님의 첫 번째 선화집 ‘The Mad Monk’(Lancaster-Miller Publishers, 1979)이다. 불교학자인 미국 버클리대학의 루이스 랭커스터(Lewis R. Lancaster)교수가 서문에서 스님을 한국의 피카소라고 소개한 것으로 유명한 책이다. 앞 속지에는 스님의 친필 서명이 들어가 있고, 뒷 속지에 즉흥적으로 그린 작품이 한 점 그려져 있다. 또한 이 화집을 증정 받은 분이 이 선화집 관련 인터뷰 기사를 스크랩해서 첨부해 놓아 그 의의를 더하고 있다.

‘목 긴 사나이’ 에 박재동 화백이 그린 증정 받은 이의 초상화.
‘목 긴 사나이’ 에 박재동 화백이 그린 증정 받은 이의 초상화.

다음으로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만평(漫評)으로 유명한 시사만화가 박재동(1952~) 화백의 목 긴 사나이’(글논그림밭, 1996)이다. 8년 여 동안 그린 한겨레 그림판과 이곳 저곳에 연재했던 원고들을 모아 출판한 책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시사만화집이다. 속표지에 화백의 친필 서명과 함께 증정 받는 이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어 그 가치를 더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종교를 뛰어넘어 수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이해인(1945~) 수녀님의 시집 희망은 깨어 있네’(마음산책, 2010)이다.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가톨릭출판사, 1976)를 시작으로 수 많은 시집과 산문집을 낸 작가가 암 투병 중에 치료를 받으며 힘겨웠던 시간에, 쉬는 시간에 노래처럼 흘러나왔던작품들을 모아 낸 시집이다. 속지에 수녀님의 친필 서명과 함께 소녀 감성이 충만한 꽃 스티커와 색연필로 표현된 특유의 예쁜 작품이 그려져 있다.

‘희망은 깨어 있네’에 남긴 이해인 수녀님의 작품.
‘희망은 깨어 있네’에 남긴 이해인 수녀님의 작품.

이런 책들은 헌책방에서만 만날 수 있다. 우연히 지나던 길에 헌책방엘 들르시거들랑 다들 숨겨진 보물을 한 번 찾아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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