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요금 인상의 조건
택시요금 인상의 조건
  • 정흥남 편집인
  • 승인 2019.07.18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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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하다 보면 선뜻 이해할 수 없는 기기이름 종종 나온다. 용도가 사용요금을 표시하는 것이라면 ‘요금계산기’가 적당한 표현이지만, 이런 이름이 붙지 않은 경우가 왕왕 있다.

대표적인 게 택시미터기다. 수도계량기와 전력계량기가 있지만, 이들 계량기는 수요자가 사용한 물 또는 전력의 양을 계량(計量)하기 위한 것이어서 수도요금 계산기 또는 전기요금 계산기보다 정확한 명칭일 수 있다.

택시미터기는 기기명칭만 보더라도 원래 출발점은 ‘운행거리(미터)’를 나타내는 기기가 분명해 보인다.

그런 택시 ‘미터기’가 어느 순간부터 시간을 품었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 택시요금이 이른바 거리시간 병산제다. 제주 택시요금에 거리시간 병산제가 도입된 것은 25년 전인 1994년 2월이다.

택시 미터기에는 ‘달리는 말’이 있다. 기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택시미터기를 보면 항상 ‘말’이라는 친구가 쉼 없이 달린다. 그 밑에 숫자가 표시되고 이 숫자가 ‘0’이 되는 순간 요금이 뛴다.

그 순간 승객의 가슴도 출렁 거린다.

#6년만에 요금 인상

제주의 택시요금이 지난 15일부터 인상됐다. 이번 택시요금 인상은 2013년 7월 인상된 후 6년만이다. 소형택시 기본요금(2㎞)은 2200원에서 2300원으로 100원 올랐다. 중형택시는 2800원에서 3300원으로 500원, 거리운임은 144m·35초당 100원에서 126m·30초당 120원으로 올랐다. 대형택시의 경우 3800원에서 4500원으로 700원 올랐다.

이번 택시요금 인상과 관련해 제주도는 택시 운송원가, 최저임금, 차량가격 상승 등 비용인상 요인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인상이 불가피 했다고 도민들에게 이해를 구했다. 제주도는 이어 이번 택시요금 인상은 지난 6년간 발생한 원가 상승 요인을 감안해 이뤄진 결정으로, 운수종사자 처우개선, 업계 경영난 해소 등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제주지역에서 운행중인 영업용 택시는 개인택시 3890대, 회사택시 1455대 등 모두 5300여대에 이른다. 이들 영업용 택시 이용객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할 때 개인택시 3800만명, 회사택시 4200만명 등 80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서민의 발로 상징되는 도내 버스이용객이 6000만명인 점을 감안한다면 택시이용객의 규모를 짐작해 볼 수 있다. 택시 또한 대중교통인 이유다.

#서비스 향상 따라야

이번 택시요금 인상은 불가피하고 또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서울을 제외한 타지방 대부분 지역이 이번 오른 제주의 택시요금과 비슷한 수준이다. 문제는 과연 제주의 택시가 이번에 요금 인상에 걸맞은 역할을 할지 여부다. 서비스의 질이다.

지난해 제주 영업용 택시에 대한 불편신고건수는 1700건에 육박한다. 하루평균 4.5건이 제기됐다. 올 들어서도 불편신고는 이어져 현재까지 600건에 육박했다.

이번 택시요금 인상이 공감을 얻으려면 서비스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요금을 올리는 만큼 불편함, 불쾌감이 없도록 획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승차 거부, 담배 냄새 찌든 불결한 내부, 불친절한 언행, 폭주 등은 여전히 승객들의 불만이다. 자구 노력 없이 요금만 올리면 반감만 커지게 된다. 최소한의 서비스 경쟁력조차 확보하지 못한다면 택시업계가 도태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지방정부인 제주도 역시 요금을 올리는 만큼 택시 이외의 다른 승차 대안도 제시해 줘야 한다. 대중교통이라고는 버스와 택시밖에 없는 제주다. 서울 등 대도시와 달리 지하철이 없다. 어쩔 수 없이 택시를 이용해야 하는 이용객들의 부담만 가중시키면 이는 문제다.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대안은 더는 없는지 더 겸허하게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정흥남 편집인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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