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와 칼
국화와 칼
  • 부남철 기자
  • 승인 2019.07.1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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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우리나라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 결정과 관련해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는 등 경제보복에 나서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일본은 오는 24일까지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국가 안보 상의 우호 국가(백색국가ㆍ화이트리스트)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일본의 입장이 변하지 않을 경우 국무회의 의결과 공포를 거쳐 다음 달 22일쯤에는 관련 법안이 발효된다. 이렇게 되면 규제가 적용되고 있는 핵심 소재 3개 품목뿐만 아니라 1100여 개 품목에 달하는 전략물자를 일본으로부터 수입할 때 일일이 일본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본이 수출 규제와 함께 수입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제주지역 1차산업에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일본은 제주 수출 대상 국가 가운데 홍콩에 이어 두 번째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모노리식집적회로를 제외하면 제주의 대일 수출 품목은 농수산물에 집중되고 있다.

제주지역은 이미 일본의 경제 압박에 타격을 입었다. 일본이 우리나라의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에 대해 WTO에 제소한 후 1차에서 이겼지만 상소심에서 최종적으로 패소한 후 처음 내린 조치가한국산 활동어에 대한 검역 강화였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7월 1일 대(對)일본 수산물 수출액은 3억 6100만달러(약 42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줄었다. 올해 6월까지 일본 수산물 수출액은 3억61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줄었다.

특히 제주산 광어의 일본 수출이 10년째 하락하면서 국내 소비 부진으로 어려움에 처한 도내 광어 양식 업체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최근 발간한 ‘월간 수산관측&이슈’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활광어 수출 물량은 총 2474t으로 2009년 4622t에 비해 절반 정도 감소했다.우리나라 활공어 수출량의 대부분이 일본으로 수출되고 있으며 제주산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일본 수출 비중이 10년 전 전체 수출 물량의 90%를 상회했으나 지난해에는 75.9%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개발원은 지난 5월까지 올해 활광어 누적 수출량은 973t으로 산지가격이 높아 수출량이 적었던 지난해 889t보다는 많았으나 평년(1093t)보다는 11% 감소했다고 밝혔다.

광어의 예에서 보듯이 일본이 앞으로 농산물 수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다면 검역 강화 방안이 예상되고 있다. 신선도가 생명인 농산물에 대한 검역이 강화된다면 품질 저하는 명약관화하다.

이런 일본의 움직임에 대해 국내에서는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정부의 대응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를 앞두고 미국을 대상으로 설명을 하는 등 치밀한 준비를 했지만 이를 파악하지 못 했다는 비판은 정부 당국자들이 겸허히 받아 들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법원의 과거사 관련 판결 때문에 일본이 수출 규제를 했고 이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우리 정부의 강경 자세가 문제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라는 신채호 선생의 말을 떠올리며 일본에게 과거의 잘못된 행위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는 것이 과연 잘못된 것인가 반문을 한다.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는 역작 ‘국화와 칼’에서 일본인에 대해“앞에 내보이는 한 손에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국화를 들고 있으나 감춰진 다른 한 손에는 칼을 쥐고 있다” 고 정의했다.

2015년 하토야마 유키오 당시 일본 총리는 일제강점기와 관련해 “피해자가 ‘이제 됐다’고 할 때까지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베 현 총리는 공공연하게 전쟁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베 총리의 모습을 보면서 루스 베네딕트가 어떻게 저런 적확한 표현을 썼는지 감탄할 따름이다.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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