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와 고통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실수와 고통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7.16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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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용준 제주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논설위원

메타포(metaphor)를 사용해 아름다운 시를 쓰는 시인들은 자신이 쓴 시 중에서 제일 아끼고 추천해 주고 싶은 시가 있다고 한다.
시인뿐만 아니라 소설가, 수필가들도 자신의 작품 중에서 제일 정이 가는 작품이 있을 것이다. 작가나 예술가들만이 아니라 누구나 자신이 아끼고 남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보물과도 같은 것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얼마 전 한 시인이 인문학 강좌에서 강의를 하는 것을 TV를 통해서 보게 됐다. 그 강사의 이름은 정호승이라는 시인이었다. 유명한 시인인 그는 자작 시 중 제일 아끼는 시가 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174글자 18행으로 이뤄진 ‘산산조각’이라는 시다.  ‘산산조각’이라는 시는 정호승 시인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1997년)된 네팔 남부 테라이 지방에 위치해 있는 유명한 불교 순례지인 룸비니(Lumbini)”라는 곳을 여행할 때 그 곳에서 사 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에 관한 것이다. 룸비니를 돌아보고 나오다가 입구에서 선물을 팔고 있는 아주머니에게서 흙으로 만든 부처님을 하나 사셨다고 한다. 불교 신자가 아닌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그가 부처님을 여행지에서 선물로 산 것이 그에게 ‘산산조각’이라는 시를 쓰게 해 준 동기가 됐다.
우리가 외국 등 어딘가로 여행을 가면 기념품을 사오고 그것들을 잘 간직하고 정리하고 하는 경우가 있다. 정호승 시인도 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을 다른 선물들과 함께 잘 보관하고 간직하고 있었다고 한다. 어느 날 청소를 하다가 실수로 그 부처님이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그는 산산조각이 난 부처님을 순간접착제를 이용해서 붙이려는데 인자한 미소를 지니신 부처님이 그에게 그가 가장 아끼는 마지막 4행처럼 말씀을 하시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정호승 시인은 전체 18행 중 마지막 4행을 가장 아끼고 늘 간직하고 삶의 길잡이처럼 여긴다고 했다. ‘산산조각’의 마지막 4행은 다음과 같다.

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빚은 부처님이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시를 통해서 정호승 시인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Message)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가 살면서 어떤 일을 하다보면 실수도 있고 고통도 있고 또한 좌절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시를 읽다보면 실수를 했다고 고통스럽다고 그냥 좌절만 하고 있으면 되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구나 조심스럽게, 신중하게 일을 하지만 불가피하게 실수를 하고 그런 실수를 통해서 깨닫는 경우가 많다.
실수, 고통 그리고 좌절!
저 푸른 하늘을 나는 새들도 알을 깨는 아픔과 고통이 있어야 하고, 또 단 7일을 살기 위해서 6년을 땅 속에서 지내야 하는 매미도 있다.
어쩌면 우리의 삶은 고통을 극복하고 또한 그 고통을 받아들이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룸비니의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은 것이고 또한 산산조각으로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상기하면서 현실을 슬기롭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어제는 부도난 수표이고 내일은 약속어음이고 오늘은 현금”이라고 하는 말이 있다. 이 말이 주는 의미는, 우리에게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확실해 진다.
요즘 우리 사회가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한다. 가깝고도 먼 나라인 일본의 최근 행태를 보면 우리의 대응을 상기할 필요도 있다. 장마와 더위로 힘들고 지친 요즘이지만 그 나름대로 살아갈 수가 있다는 지혜를 룸비니의 흙으로 만든 부처님에게서 배울 일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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