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의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농촌의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7.16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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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안순 제주도 농어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장

7월 중순이다. 요즈음 우리 국민의 주요 관심사는 무엇일까?

일반 서민들은 당장에 피부로 느껴지는 안정감이 최우선일 것이요. 흔히 말하는 돈 좀 있는 사람들은 투자된 부동산의 가치 앙등을 위한 요인을 찾을 것이요. 청년들은 만족스럽진 못 하지만 지속가능한 일자리가 관심사일 것이다. 우리네 농촌은 애써 가꿔 온 작물들이 여름을 잘 이겨내고 풍성한 수확과 걸맞는 가격지지가 관심일 수밖에 없다.

국제 정세를 핵심 키워드로 삼는 자들은 북미 간 진전된 대화와 우리의 역할에 대해서 공격적이기를 원하고 일본의 파렴치한 경제보복에 대해서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끝판 승부를 봤으면 하는 오기가 발동될 것이다.

1997년부터 시작된 IMF 시대 때 수많은 기업이 도산하고 형제자매, 이웃이 줄줄이 일할 곳을 잃었을 때 우리는 정부의 무능함과 나약함을 한없이 원망했다. 하지만 당시 정부의 무능함만을 탓한 게 아니라 곪아 터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이를 숨기고 감쌌던 과거 정부에 더 큰 짐이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었다.

당시 전 국민이 동참했던 금 모으기 운동만큼이나 우리에게 감동과 위로를 줬던 이들이 한국인 출신 첫 메이저리그 진출 프로야구 선수 박찬호와 마니아들만 알고 있었던 LPGA에서 물 속 맨발 투혼으로 한국 여성의 강단을 보여줬던 골프선수 박세리다.

박씨 성의 두 사람이 실의에 빠져 있던 국민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긍심과 희망을 심어줬다.

30여 년이 지난 요즈음이 비슷한 환경이지 않나 싶다. 프리미어리그 축구선수 손흥민은 유럽 축구계를 평정하고 있고, 과거 예능 프로그램 슛돌이에 나왔던 귀염둥이 이강인은 성인이 다 돼가는 나이에 걸출한 실력으로 다시 한 번 기대와 희망을 주고 있으며, LPGA는 이미 한국 낭자군단이 없으면 존재감조차 없을 것 같이 돼버렸다. 코리언 몬스터라고 불리는 류현진은 전 세계 야구팬의 이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들은 수많은 시련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예측하지 못 하는 위기의 순간들을 이겨냈고 지금도 철저한 자기 관리와 내일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매순간 위기와 기회는 공존한다. 2000년대 초부터 시작된 농촌공동체복원사업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국토의 균형발전과 농촌다움의 유지·보존을 위해 농촌이란 공간에 기초생활기반을 구축하고 경관을 개선해 농촌다움에 편의성까지 제고하고자 했다. 이를 유지·관리하고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지역 주민의 역량을 강화해 궁극적으로는 농촌 지역 주민 삶의 질 향상과 소득 증대에 기여하고자 전국의 수많은 마을이 중앙정부가 만들어 낸 사업의 매뉴얼과 가이드라인에 충실(?)하게 사업들을 해왔다.

하지만 그 결과물은 안타깝게도 본질적인 목적을 달성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역량과 차별화되지 못 한 사업들로 새로운 애물단지를 양산하기도 했다.

그 한계를 극복하지 못 한 중앙정부가 손을 들었다. 지방분권이란 미명 아래 그 동안 농식품부가 쥐고 있던 수많은 사업 중 농촌 중심지 활성화, 기초생활거점, 신활력플러스 사업을 제외한 약 4387억원의 사업을 2020년부터 지방정부로 이양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다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협약하거나 지역이 필요로 하고 정책적 시너지가 큰 수단들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한다. 지면 부족으로 세세히 설명할 수 없으나 우리 농업·농촌에는 지역의 차별화된 색깔을 나타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나 엄청난 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방정부 도정이 농업·농촌에 가지고 있는 중심적인 철학과 소명이 클 경우 기회일 수 있으나 단순 성과 중심의 사고나 정치적으로 흐를 경우 극복하기 어려운 위기가 될 수도 있다. 위기 때 우리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줬던 박찬호, 박세리, 손흥민, 이강인, 류현진에게 박수만 보낼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들이 되고 그들의 준비성과 인내심, 그리고 한국인이란 자긍심까지 배운다면 위기는 더욱 큰 기회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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