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신탕’을 끊는 사람들
‘보신탕’을 끊는 사람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7.14 19: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신탕을 끊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대북 감청 정보부대인 육군 5679부대 전() 부대장 한철용 육군 소장(예비역)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그는 2002629일 제2연평해전 이후 국회가 관련 국정감사를 했을 때 국방부가 북한의 도발 정보를 받고도 묵살(우리 함정이 침몰하는) 피해를 입었다고 증언했다가 불명예 강제 예편을 당했다.

고향 김녕에 내려와 어느 날 우연히 만난 유기견 한 마리와 새끼 4마리를 키우게 된 사연을 소개하면서 그때 제2연평해전의 진실을 책으로 펴냈다.

책 이름이 유기견 진순이와 장군 주인이다. 그가 이 유기견을 반려견으로 삼아 대화하면서 좋아하던 보신탕도 끊게 된 일, 여름이면 늘 보신탕을 함께 즐겼던 형제들이 실망했다는 이야기 등도 썼다.

 

지난 주말 12일은 초복. 초복하면 보신탕이 화제가 되던 때가 있었는데 요즘은 주위에 보신탕을 먹었다는 사람이 드물다. 먹으러 가자는 사람도 없다. 정말 한국의 보신탕 문화가 퇴조하는 걸까. 그렇고 보니 이 맘때면 동네에 그 흔하던 개도둑 얘기도 사라졌다.

왜 보신탕 인구가 줄었을까. 우선 반려동물족이 1000만명을 넘는다. 관련 시장만도 지난해 18000억원, 2020년엔 5조원대를 내다본다. 애완견을 위한 호텔·놀이터·펫카페에다 일명 개모차도 낯설지 않다.

방송 채널을 돌리면 독(Dog)TV가 나오고, 반려견 신용카드도 있다. 심지어 뇌와 관절 건강에 좋다는 11세 이상 노령견용 사료까지 나올 정도다. 애완견이 있는 집은 홈(home), 없는 집은 하우스(house)라는 마당이다.

이런 판에 1795년 정조대왕이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위해 회갑연 상차림에 황구찜을 올렸다는 말을 운운했다간 야만인 취급받기 십상 아닌가.

 

유럽을 비롯한 서구 여러 선진국의 동물에 대한 배려는 각별하다. 학대는 고사하고 그야말로 떠받들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개는 그 처우가 점차 격상돼 사람 못지않은 대우를 받고 있기도 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펜들턴 해병기지에 있는 한 군용견은 병장 계급을 달고 있다. 가짜가 아닌 병무 기록 카드에 등록돼 있는 정식 계급장이다. 일등병이 이 개를 보면 당연히 거수경례를 올린다.

일부 주에서는 허가 없이 불임수술을 시킬 수 없고 함부로 사고팔 수도 없다. 마치 입양아를 키우듯 해야 한다.

개들의 천국이라고 하는 프랑스에서는 애완동물을 홀로 여러 날 방치해 두면 처벌을 받을 뿐더러 운동을 시키지 않아도 주인의 책임을 묻는다.

파리시는 개 전용 옥외 화장실을 설치하고 오물 수거 비용으로 연간 1억프랑(180억원)의 예산을 책정할 정도라니 이쯤 되면 시민을 위한 행정과 별반 다를게 없다는 생각이다.

 

동물도 인간과 똑같이 느낍니다. 음식을 주지 않으면 배고파하고, 물을 주지 않으면 목말라하고, 때리면 아파합니다. 우리에게는 동물을 아프게 할 권리가 없습니다.” ‘동물 학대 추방 캠페인의 한 대목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애완동물 학대 처벌조항을 강화했다. 애완동물을 학대하면 수십~수백만원의 과태료를 물린다.

외출하는 애완동물이 연락처가 적힌 표를 달지 않아도 주인은 2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납부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애견의 날(531)’도 만들고 개 팔자는 좋아졌다. 그래서 개고기와 관련된 부정적인 이미지도 크게 불식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몸에 좋다는 건 많아졌으니 보신탕 끊는 사람들도 더 많아질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살기 힘들어서 스스로 개 팔자만도 못하다는 사람들은 더 늘어나는 것 같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