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에 가면
경로당에 가면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7.09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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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신 수필가

경로당 도우미 활동으로 경로당을 자주 드나들게 되었다. 경로당은 동네 어르신들의 놀이터, 쉼터, 학교와도 같은 곳이다. 어르신들은 세월만큼의 징표들을 다 지니고 계시다. 깊은 주름살은 기본이나 각자의 몸 상태는 각각이다. 젊은이 못지않게 꼿꼿하신 분도 계시고, 허리도 굽고 발걸음도 힘겨워 보행보조기를 밀거나 지팡이에 의지하여 오시는 분도 계시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놀고 배우듯이 어르신들은 경로당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경로당에는 냉·난방 시설, 각종 운동기구, 안마의자, 소파, 공기 청정기 등 필요한 게 다 있다. 운동기구를 이용하시는 어르신도 있고 안마의자를 이용하시는 분, 컴퓨터로 뭔가를 하시는 분, 장기를 두시는 분, 신문을 보시는 분, 소곤 소곤 담소하시는 분 등 가르치는 교사가 없을 뿐 교실 풍경과도 같다.

요일마다 각종 맞춤형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주로 건강을 위한 프로그램이 많다. 운동에 점점 소홀해지기 쉬운 노인들에게 운동으로 활기를 찾게 해주니 참 좋은 것 같다. 운동할 때는 남녀 구분 없이 모두가 강사의 지도에 따라 몸을 움직인다. 모두가 열심히 하지만 나이가 들면 몸이 마음처럼 움직여지지 않음을 본다. 구십세가 되신 어르신이 열심히 따라하는 걸 보면서 내가 저 나이가 되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존경스러워진다. 나이 들어 건강한 분은 충분히 존경받을 만하다. 그 만큼 건강을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봉사단체에서 영정사진을 찍어 주기로 한 날, 어르신들은 곱게 한복을 입고 거울을 보며 매무새를 다듬는다. 세상과의 이별을 기꺼이 맞이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것일까 담담한 표정들이다. 머리손질을 해 드린다. ‘잘도 곱닥 허우다한 마디에 미소 꽃이 활짝핀다.

점심 준비는 여자 어르신들의 몫이다. 가족의 식사를 준비하는 그 마음처럼 정성을 다한다. 이집 저집에서 가져온 찬거리까지 보태지니 푸짐한 상이 차려진다. 가족처럼 둘러 앉아 식사를 하는 그 모습이 정겹다. 여럿이 함께 먹으니 더 맛있다. 집에서라면 혼자 밥상을 차려 먹어야 할 어르신들이다. 노인이 되면 외로움이라는 것에 익숙해져야 하지만 이렇게 오순도순 함께 식사를 하는 동안은 혼자가 아니다.

식사 후 뒤처리도 여자 어르신들이 한다. 남자 어르신들은 거들지 않는다. ‘남자는 부엌에 들어가면 안 된다라는 가르침을 받았던 분들이니 누구를 탓 할 수는 없지만, 다 늙어가는 마당에 남녀가 서로 도우면 오죽 좋을까하는 생각을 한다. 아무렴 누군가 희생하고 봉사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즐거운 것이다. 식사 후 노래방 기기에 맞추어 노랫 가락이 흥겹게 울려 퍼진다. 노래 잘하시는 어르신이 멋있어 보인다.

경로당에 오면 행복한 노후, 아름다운 인생이 어떤 것인가를 하나씩 배우게 된다. 건강, 나눔, 봉사, 배려, 취미활동, 이런 단어들을 끄적이면서 말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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