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산머루서 '제주형 도시재생 모델'을 찾다
신산머루서 '제주형 도시재생 모델'을 찾다
  • 정용기 기자
  • 승인 2019.07.09 1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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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주도형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활기
주민역량 강화교육 일자리 창출 등 효과
이달 말 지역주민 사랑방 '촐래고팡' 개점
제주 대표 도시재생 뉴딜사업 기대 촉각
과제도 산적…포스트 사업·사업별 연계 절실
"행정당국, '제주형 도시재생 로드맵' 갖춰야"
9일 찾아간 제주시 신산머루 전경
9일 찾아간 제주시 신산머루 전경

#제주시 원도심지역인 신산머루에 20년 넘게 살고 있는 문종옥씨(54)는 퇴직 후 마을에서 ‘집수리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도시재생사업 주민역량 강화 교육에 참여해 기본적인 방수 페인트 작업, 배관 정비, 보수 기술 등을 배웠다. 최근에는 문씨 자택의 수리를 직접 진행하면서 배운 기술을 실생활에서 사용하고 있다. 나아가 문씨는 “신산머루 노후주택 정비사업에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달려가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신산머루 주민으로 구성된 ‘동네부엌셰프’ 5명도 마을 반찬가게이자 사랑방 역할을 맡게 될 ‘촐래고팡’ 운영을 앞두고 있다. 촐래고팡의 동네부엌셰프들은 제주도 전통음식을 활용한 도시락, 반찬사업과 방과 후 아이 돌봄 운영 및 먹거리 제공, 동네 사랑방을 운영하면서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을 준비에 한창이다.
 
제주시 원도심지역인 신산머루가 ‘주민주도형 도시재생 뉴딜사업’(면적 4만5927㎡)의 모범사례로 발돋움하고 있다. 도시재생은 낙후된 지역에 새로운 기능을 도입·창출함으로써 쇠퇴한 도시를 새롭게 경제적·사회적·물리적으로 개선하는 사업이다.

제주를 비롯해 전국에서 도시재생 뉴딜사업 추진이 한창이지만 신산머루는 지역주민들이 팔 걷고 나서서 마을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폭넓은 개념의 일자리까지 창출한다는 데서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마중물 사업으로 진행되는 신산머루 도시재생 뉴딜사업 기간은 3년. 신산머루 주민들이 도시재생을 주도 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시간도 빠듯하다.

또 장기적으로 도시재생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도내 다른 지역의 사업의 장점을 가져오고 단점은 보완할 수 있는 유기적인 협력체계 구축도 요구되고 있다.
 
■신산머루, 왜 도시재생인가
제주시 일도2동에 위치한 신산머루는 168호의 주택이 골목골목마다 들어서 있는 대표적인 원도심 지역 중 하나다.

신산머루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에 따르면 40년 이상의 노후 주택이 100호에 육박하며, 주택 임대 비율이 50%를 넘고 있다. 또 각종 생활편의시설 부족 등 낙후된 지역이어서 땅값도 상대적으로 싼 곳으로 알려졌다.

지역주민들은 점점 쇠퇴하는 신산머루를 보면서 안타까워했고 활기 넘치는 마을로 만들어보고자 도시재생사업 공모에 나서 2017년 11월 국토교통부 도시재생 뉴딜사업 우리동네 살리기 유형에 선정됐다.

현장지원센터가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주택노후, 좁은 골목길로 인한 안전 우려, 주민 교류부족 등이 문제로 꼽혔다.

제시된 주민 의견을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됐으나 반발에 부딪혔다. 소수 주민들이 재개발을 주장하면서다. 이에 행정당국이 재개발 전문가에 자문을 구한 결과 신산머루는 면적이 작아 재개발 사업성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고희범 제주시장도 지난해 현장을 찾아 “고즈넉한 원도심 정취를 가지고 있고 주민들의 거주환경 보장을 위해선 도시재생이 바람직하고 유일한 답”이라며 일관된 입장을 고수했다.

■주민주도 도시재생 역량강화로 이룬다
신산머루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성과 중 하나는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설립이다. 협동조합은 지난 5월 국토부 최종 인가를 획득했다. 앞으로 협동조합은 신산머루의 각종 사업운영과 도시재생으로 만들어지는 공간을 위탁받아 유지·관리하게 된다.

협동조합의 대표적인 사업은 반찬 등을 판매하는 ‘촐래고팡’이다. 이 사업 추진을 위해 동네부엌셰프 전문가 역량강화 교육이 지난 2∼5월 동안 진행됐다. 촐래고팡은 이달 말쯤부터 본격 운영을 시작한다.

신산머루 노후주택 정비도 역량강화 교육에 참여한 주민들이 팔 걷고 나서고 있다. 이처럼 도시재생의 주체인 주민들을 위한 역량강화 사업은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다.

천연염색, 요가, 집수리, 사진작가 등 요청에 따라 다양한 교육이 이뤄지고 나아가 이 교육이 일자리 창출의 원동력이 되면서 의미있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관계자는 “주민이 주도하는 도시재생 사업 기간에 역량을 심어주고 방향을 제시하는 것만 해도 큰 성과”라고 말했다.
 
■‘곱들락한’ 도시재생 어떻게 진행되나
도시재생의 또다른 핵심 사업은 생활인프라 개선 사업이다. 특히 신산머루는 골목길이 좁아 화재 시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는 곳도 있다. 이에 소방시설을 대대적으로 확충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또 지중화 사업도 추진된다. 주택마다 전신주가 세워져 있고 옥상 위로는 전깃줄이 복잡하게 꼬여 있어 미관도 저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당국은 한국전력공사와 협업해 전선 지중화 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일도초등학교 학생들을 위한 방과 후 돌봄 사업 등을 위한 마을 공용공간도 마련된다. 신산머루와 맞닿아 있는 일도초 학생들이 방과 후 갈 곳이 없을 때 주민들이 진행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일도초 학부모와도 프로그램 구성 등도 논의 될 예정이다.

마을 주민 간 소통 부족이 문제로 지적됨에 따라 커뮤니티 공간도 마련된다. 현재 부지 매입이 완료됐으며, 리모델링을 통해 새로운 공간으로 탄생하게 된다.

제주시 관계자는 “현장지원센터와 협력해 도시재생 사업의 성공 추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협동조합간 업무협약을 통해 사업에 대한 지원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인터뷰] 송창윤 제주시 신산머루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장

송창윤 신산머루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장
송창윤 신산머루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장

“제주 어느 마을이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꾸준한 관심과 투자가 필요합니다. 신산머루 도시재생 역시 마중물 사업에만 그쳐서는 안되고 ‘포스트 사업’도 이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송창윤 제주시 신산머루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도시재생 사업의 지속성을 거듭 강조했다. 

송 센터장은 “마을관리협동조합에 참여하고 있는 중·장년층에게 협동조합, 공동체 개념이 아직은 낯설다. 도시재생 사업의 구심점인 협동조합이 참여, 소통, 협력을 전제로 지속 운영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에서 도시재생 뉴딜사업하면 떠오르는 대표 모델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그 대표 모델이 신산머루가 되고 이 곳 주민들이 역량강화 교육을 통해 배운 기술과 경험들을 도민들에게 전파한다면 그 시너지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송 센터장은 도시계획이라는 큰 틀을 짜고 사업을 추진하는 행정당국이 도시재생에 있어서도 분명한 로드맵, 철학이 반영된 ‘제주형 도시재생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그는 “제주도가 신산머루 도시재생이라는 개별 사업 추진에서 한 걸음 더 진전된 제주도 전체 도시재생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며 “신산머루 도시재생이 잘 이뤄져도 그게 다른 도내 지역으로 퍼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역설했다.

송 센터장은 “개별 도시재생 사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낙후됐던 마을에 활기가 돌고 나아가 경제흐름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기 기자  brave@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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