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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사회와 편집증
갈등의 사회와 편집증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19.07.07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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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갈등(葛藤)의 사회다.
전문기관에서 조사·계량한 데이터는 나와있지 않지만 제주사회 갈등 지표는 매우 높을 게 분명하다. 이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엄청날 것이다.
비용 뿐일까.
낙관의 가장 큰 적은 갈등이다. 낙관적인 사람이 장수한다는 건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통계적으로 입증된 진리인 데, 갈등구조가 지역사회를 칭칭 옭아매고 있으니 장수하기도 글렀다.
갈등은 원래 선택하기 어렵다는 심리학 용어다. 칡이라고 부르는 갈(葛)과 등(藤)은 대표적인 덩굴나무다. 얽히고 설키고, 비틀리고 꼬이기로는 이 두 식물 빼놓고 당할 게 없다.
이것들이 딴 것에 엉켜붙을 땐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좀처럼 풀 수 없다. 그래서 갈등은 ‘일이 까다롭게 뒤얽혀서 풀기 어려운 형편’, 여기서 더 나아가 ‘서로 불화하고 다툼’을 이르 는 말이 됐다.
▲제주일보가 민선 7기 1주년을 맞아 현안을 점검해보았더니 지금 제주는 한마디로 갈등의 늪에서 빠져나오질 못하고 있다. 비자림로, 녹지국제병원, 제2공항 건설 등등
이 뿐인가. 참, 갈등의 종류도 많다.
이름하여 빈부갈등, 이념갈등, 세대 갈등, 노사갈등, 정규-비정규직 갈등, 학력·성차별 갈등 등이 연일 뉴스를 탄다. 왜 이리 갈등의 섬일까.
가끔 제주도의 과거와 오늘을 돌아보면 그 성장 속도에 새삼 놀란다.
지금 갈등의 배경엔 이런 유례없는 압축적 성장이 있다. 의식주가 해결되면서 공동체의 목표보다 개인의 개성이나 가치관을 앞세우는 사회로 빠르게 변화한 것이다.
선진 사회는 이런 발전 단계가 수세기에 걸쳐 진행됐다. 반면 압축 성장한 제주는 신구(新舊) 시대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한 도시에서 부대끼며 살고있다. ‘잘살아보세’라는 새마을 산업역 군 세대와 방탄소년단 같은 글로벌 한류를 이끄는 세대가 한집에 사는 것이 일상이다.
▲문제는 정치의 편집증(偏執症)이다.
역사학자 호프스태터(R. Hofstadter)는 편집증적 정치인들의 특징은 “갈등이 절대 선과 절대 악 사이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중재나 타협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라 고 했다.
이런 정치인들은 협상을 고려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싸워서 끝장을 보겠다는 의지로 무장한다. 그러나 이런 비현실적 목표가 달성될 리 없다. 실패가 반복되고 쌓인 좌절감은 편집증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편집증의 주요 증상은 의혹과 불신이다. 대표적 편집증인 의처증이나 의부증은 사실을 정확하게 설명해도 ‘그 뒤에 뭔가 있다’고 의심하기 때문에 바로잡기 힘들다.
‘나는 옳고,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은 모두 적’이라는 극단적 이분법 사고방식은 바로 편집증의 한 증세다.
▲제주 섬을 칡덩쿨이 점령하고 있다.
제주도가 이 칡덩쿨을 제거하기 위해 농약을 살포하고 있으나 칡은 죽지 않고 오히려 나무들이 죽고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극단의 대치사회로 치닫고 있는 제주사회의 갈등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절제와 타협도, 중립지대도 안 보인다.
갈등과 분쟁은 다원화·다양성과는 동전의 양면 같아서 그만큼 균형도, 공존도 쉽지 않다. 우리 정치가 ‘내 편’과 ‘네 편’을 가르는 획일주의로 가면서 경제, 사회, 문화 부분도 퇴행하 고 있는 느낌이다.
여기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정치권의 편집증도 문제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내년 4월 총선을 위한 정치적 암계(暗計)가 숨어있는 듯하다.
이 병적인 정치문화를 해소하지 않고는 우리 사회는 미래로 갈 수 없을 것이다.
편집증은 비난에 대한 과민반응과 복수심, 과도한 독립성으로 표출된다고 한다.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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