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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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7.07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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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호 한국영화감독협회 이사장·동국대 영상대학원 부교수

지난 6월의 마지막 날, 일요일에 펼쳐진 트럼프 리얼리티 쇼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시청률로 따지면 아마 전 세계 최고의 대박감이다.

정치, 군사, 외교적인 면에서는 평가가 엇갈리지만 향후 행보가 기대되는 금세기 최고 이벤트 중 하나임은 틀림없다.

무엇보다 리얼리티 쇼의 미덕인 즉흥이 만들어내는 놀라움, 반전이 제대로 살았다. 66년 동안 금기 시 돼 온 38도선을 미국의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은과 나란히 넘나드는 장면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이다.

부처님 말씀대로라면 현재의 작은 사건, 사고 하나도 5만 가지 사연과 인연이 결합해서 결정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라는데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을 어느 개인이 제대로 알 수는 없다.

그래서 현상 파악에 대한 여러 방법론이 생기는 데 그 중 하나가 밖에서 보기. 사건이 벌어지는 안, 당사자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것을 밖에서 보면 분명히 알 수 있는 점이 있단 얘기다.

그러나 밖에서 본 진실이라고 안에서 항상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건 밖에서 본 관찰자의 관점일 뿐이고 안에서의 가치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밖에서 보기는 여러 가지 현상을 파악하는 데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한국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에 대한 해법도 밖에서 보기라는 의견이 많다. 반대로 얘기하면 우리는 많은 현안을 안에서 보기만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영화 기생충의 반 지하층 살림살이는 한국에 사는 우리에겐 익숙하다. 그러나 반지하에 사람이 살거나 살 수 있다는 상식 자체가 없어서 건축법 상 허가도 안 나는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선 너무나 신기한 일에 가깝다.

너무 익숙하기에, 새롭고 다르다는 걸 안에서 보기만 하는 우리는 의식을 못 했던 것이다.

거기에 더 지하층에 사는 인간도 있다는 봉준호 감독의 설정은 양극화, 계급화의 메타포로 바로 받아들여져서 많은 서구인에게 충격을 줬다.

이런 봉준호 감독의 혜안(慧眼)밖에서 보기로 한국 사회를 다시 이해했기 때문에 생겨났다고 본다.

그 이해가 한국인뿐만 아니라 세계인을 이야기로 설득했고 그런 이해의 표현이 봉준호 감독을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칸영화제 그랑프리에 속하는 황금종려상을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상하게 된 원동력이기도 하다.

최근 한국 사회는 안에서 보기에도 당황스러운 점이 많다.

앞서 언급한 남북관계도 상상을 초월해 어디까지, 어떻게 갈 수 있는지도 예측이 어렵고 이를 바라보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의 주변국 대응도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아무리 불확실성의 시대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1년 후, 2년 후 정도까지도 예측이 안 되는 혼란을 경험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인데 예측이 안 되니 준비나 처방을 찾기도 힘든 지경이라 느껴진다. 외교 면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경제 측면에서도 쉽지가 않다. 성장만을 해오던 한국 경제가 이제 마이너스 성장까지 경험하게 됐는데도 그 끝이 보이지 않으니 불안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밖에서 보기관찰자들의 의견은 분명하다. 이제 너무 국내 기준으로만 문제를 들여다보지 말라는 것이다.

한국 밖에도 비슷하거나 같은 문제들은 얼마든지 있었고 거의 국제표준이라 할 만큼의 성공적인 문제처리 방식이나 해결방안도 나와 있는 게 많다.

이미 세상 아래 새로운 예술은 없다라고 할 만큼 정치나 정책 면에서도 더 이상 새로운 문제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나라든 겪었을 문제들이고 해결했던 문제들이면서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공통의 문제인 것도 많다. 이걸 국제기준으로 바라보고 미래를 설계하라는 조언이다.

운명은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라고 했다. 물론 운도 필요하고 세계의 관심과 도움도 필요하다.

현재가 불확실할수록 우리끼리의 믿음은 더욱 절실해지는 시점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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