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먹이지는 말아야
물 먹이지는 말아야
  • 정흥남 편집인
  • 승인 2019.07.04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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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얕으면 돌이 보인다.’ ‘물은 건너봐야 알고, 사람은 지내봐야 안다.’ ‘물은 트는 대로 흐른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이처럼 물과 관련된 수많은 속담을 지니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다. 다른 나라들 또한 물과 관련된 속담이 많다. 물은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숙명적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요금을 인상하는 조례 개정안이 제주도의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그제 열린 제375회 임시회에서 제주특별자치도 수도급수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제주특별자치도 하수도 사용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심의하고 원안 가결했다.

수도급수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은 가정용의 경우 평균 5, 일반용·대중탕용·농수축산용 및 산업용 상수도 사용료를 평균 7인상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개정안이 오는 11일 제주도의회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조례 공포 등의 과정을 마쳐 시행된다. 이날 같이 통과된 하수도 사용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은 하수도 사용료를 업종별 평균 35인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올 하반기 중 상하수도 요금이 일제히 오를 전망이다.

 

#서울보다 비싼 상수도 요금

제주도가 내세우는 것처럼 상수도 요금 인상 필요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제주지역은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당시 4개 시·군별로 서로 다른 체계로 운영돼 온 수도요금이 가장 낮은 수준(제주시 기준)으로 일원화됐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서민물가 안정 차원에서 수도요금이 장기간 동결됐다.

2017년 기준으로 상수도 생산에 따른 생산 원가는 t1005.26원인 반면 요금은 t825.96원으로 요금 현실화율은 82.16%에 머물고 있다. 생산원가와 공급가격을 맞추려면 공급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런데 제주의 상수도 요금은 t(가정용 기준) 평균 825.94원으로 서울 566.94원보다 훨씬 비싸다. 부산은 t788.66, 대전은 t555.56원이다.

울산(t863.79)을 제외하면 제주보다 비싼 상수도 요금을 찾기 어렵다.

좋은 물이어서 비싼 비용을 치러야 한다고 우기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고분고분 믿기엔 찜찜한 측면이 없지 않다. 제주도는 상수도 요금 인상의 필요성으로 수익자 부담의 원칙과 나아가 지금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 미래세대에 더 큰 부담을 전가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새는 물 먼저 막아야

제주도가 제출하고 도의회 상임위가 가결한 대로 상수도 요금 인상에 대해 수긍되는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따질 게 없는 것 또한 아니다.

제주는 2017년 기준으로 할 때 전국 최하위권의 상수도 유수율(45.9%)을 기록하고 있다. 생산된 상수도가 수요자인 도민들 가정에 도달하기 전에 절반 이상이 중간에서 증발하고 있는 셈이다. 그 때문에 연간 160억원이 넘는 결손액이 발생한다.

서울은 강물을 정제처리해 수돗물로 만들지만 제주는 청정 지하수를 끌어내 수돗물로 만든다. 그런데도 서울보다 비싼 수도요금은 액면 그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관리청은 물이 중간에 새지 않도록 상수도관을 유지·관리하는데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다했는지 반문이 나온다. 지방정부인 제주도는 만성적인 적자가 계속되는 상수도 사업의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과연 뭘 했느냐 하는 의문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그제 도의회 심의과정에서 한 의원이 일갈했다. “버려지는 물에 대해 도민들에게 사과하고 요금을 올려달라고 해야 한다

요강 뚜껑으로 물 떠먹은 기분을 도민들에게 돌려선 안 되는 이유다.

정흥남 편집인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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