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면 어떤가, 지켜보자
쇼면 어떤가, 지켜보자
  • 한국현 기자
  • 승인 2019.07.04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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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히 지켜보고도 다르게 보는 시선이 있다. 숨은 뜻은 따로 있다며 이것저것 주워다가 분석까지 한다. 자기와 생각이 다른 상대가 세상과 언론의 주목을 받을 때는 더욱 그렇다. 있는 그대로, 사실 그대로를 보면 되는데도 말이다.
남한과 북한, 미국 정상이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만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사실상’ 3차 정상회담까지 했다. 둘의 만남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122일 만의 일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터라 이날 두 정상의 만남은 전 세계의 이목을 잡아 당겼다.
북미 정상의 53분간 비공개 회담 전 트럼프는 현직 미국 대통령으론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았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분계선을 넘은 건 과거를 청산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별한 순간이었다”고 화답했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판문점 깜짝 회담’을 긴급 속보로 크게 다뤘다.
뉴욕타임즈(NYT)는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 협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전례 없던 만남이었다. 한국전쟁이 끝난 후 66년 동안 무거운 긴장감이 감돌던 곳에서 미국과 북한 지도자가 만난 적은 없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타고난 쇼맨(Shoman)인 트럼프 대통령이 이 드라마의 순간을 즐겼다”고 했다.
CNN은 ‘역사적인 순간(a historic moment)’이라고 평가한 뒤 “미국은 북한과 이전 회담에서 비핵화 진전에 초점을 맞췄지만 오늘 트럼프는 그 단어(비핵화)를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의 초점은 제재 완화에 맞춰져 있다”고 분석했다.
AP통신은 “역사인가? 사진 촬영용인가?”란 제목으로 트럼프의 쇼맨십을 꼬집었다.
워싱턴포스트(WP)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서 최대 라이브쇼를 보여주며 내년 대선을 위한 TV 시청률을 크게 끌어올렸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치권의 반응은 정당에 따라 온도차가 확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이정표”라며 높이 평가했다.
자유한국당은 “북미 대화는 의미가 있으나 목표는 북핵 포기”라고 했다. 특히 나경원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운전자로 시작해 중재자를 자처하더니 이제는 객(客)으로 전락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 혼자 경계선에서 김정은을 맞이했고, 회담 장소엔 성조기와 인공기만 걸려 있었다”며 나 대표를 거들었다.
미국의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 방문은 내년 대선을 겨냥한 쇼라고 했다. 트럼프는 공화당 소속으로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일부 언론에서도 트럼프의 전형적인 리얼리티쇼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제주 출신인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지난 1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동의할 수 없다. 이걸 쇼라고 하면 아름다운 쇼다. 또 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만약 두 사람이 판문점에서 2분 정도 만나고 끝났으면 쇼겠지만, 어쨌든 협의를 통해 김 위원장이 자유의 집까지 왔고 50분 이상 대화를 했다. 그걸 통해 북ㆍ미 실무접촉을 재개하자는 실질적 결과도 가져왔다”고 밝혔다.
실제로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일 “2∼3주 내로 실무팀을 구성해 북한과 협상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곧 다시 만나고 싶다”며 다음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쇼면 어떤가, 지켜보자. 연내에 4차 북미 정상회담에 이은 4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고 한라산도 찾는 역사적인 장면을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그런데 꼭 이 때 아베의 일본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화학물질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경제 보복 조치를 단행한 이유는 뭘까?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환하게 웃으며 만난 게 배가 아파서인가?
만일 그랬다면 치사하다.

한국현 기자  bomok@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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