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사회
막말 사회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7.01 19: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철수 시인·문화기획가

온통 사회가 막말로 물들어 가고 있다.

예전에도 막말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그 때는 청소년의 막말 사용에 대한 걱정과 염려가 대부분이었다. 우리 청소년들이 바른 말 고운 말을 쓰지 않고 욕설이나 과격한 말들을 사용하는 것을 내버려 두면 우리 사회의 건강성이 훼손된다는 지적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오히려 청소년들을 선도하고 모범을 보여야 할 사회 지도층 인사들까지 막말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막말이란 되는 대로 함부로 하거나 속되게 하는 말이다. 겉으로는 단순해 보이는 이 표현의 이면에는 소통 부재라는 개인적·사회적 문제가 함축돼 있다.

막말하는 이유는 개인에 따라 다양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실존적 존재 가치가 훼손됐다는 데 있다. 서로가 상대방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은 존중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 제거돼야 할 원수이자 적이다. 이러한 심리가 언어로 표현된 것이 막말이다.

이쯤에서 의 힘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조상들은 언어에 주술적 힘이 있다고 믿었다. 말하는 대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옛날에 부모 속을 썩이는 문제아가 있었다. 그 때마다 어머니는 자식을 보고 아이고, 이 재상될 놈아!”하고 욕을 했다고 한다.

이웃 사람들이 저런 망나니 보고 욕을 하지 않고 재상될 놈이라니,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어머니는 사람은 말한 대로 된다고 하지 않소. 내가 욕을 하면 내 아들이 그렇게 될 텐데 어떻게 에미로서 함부로 욕을 할 수 있겠소? 욕도 가려가면서 해야지하고 대답했다.

그런데 실제로 그 아이가 나중에 자라서 재상이 됐다고 한다.

훗날 그 아들이 내가 못된 짓을 할 때마다 우리 어머니가 재상될 놈이라고 혼을 냈지요. 자꾸 듣다 보니까 나는 재상이 될 사람인데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또 왠지 재상이 되지 않으면 내가 하늘에 죄를 짓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지요. 그래서 내 마음이 바뀌어 열심히 공부하다 보니 이렇게 됐소라고 말했다.

조금 과장된 듯하지만 말의 힘이 이런 것이다. ‘은 영혼을 가지고 있다. 그 영혼이 사람의 마음 속에 집을 짓고 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사람이 사용하는 을 통해 그 사람의 인품과 사람 됨됨이를 알게 되는 것이다.

막말하는 사람, 욕을 하는 사람은 영혼이 막말으로 오염돼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그런 사람을 우리의 리더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우리는 학창 시절 문학을 배우며 반어역설’, 혹은 비유상징과 같은 표현법을 배우며 우리의 감정과 생각을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익혔다. 우리의 존경을 받는 위인들의 명언을 보면 대부분 이런 표현법으로 우리의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다른 사람을 잘 되게 기원해 주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인품을 아름답게 드러내는 좋은 길이 있는데 왜 다른 사람을 못 하게 만들고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길로 가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상대방을 해코지 할 마음을 로 표현한 것이 저주. 이것은 몹시 미워하는 상대에게 재앙이나 불행한 일이 일어나도록 빌며 바람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단어인데 막말의 심리도 이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 막말을 들은 사람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당연히 똑같은 막말로 대응을 하게 될 것이다. 결국 막말이 판치는 사회가 되고 막말로 상대방을 무시하고 저주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과연 그런 사회에 건강한 미래가 있을 수 있을까? 그런 어른들이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에게 막말하지 말라고 가르칠 수 있을까?

우리 사회의 왕따 문제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막말로 분열되고 오염된 사회가 아니라 영혼이 맑고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 후손에게 물려줄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