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언 ‘사메’
방언 ‘사메’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6.3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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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공칠.전 제주대 교수

일상생활에서 생활 소모품을 함부로 쓰면 너무(/너미) 사메혼지 말라라는 말을 잘 듣곤 했는데, 사메란 말이 한자어(중국어) 소모(消耗)에서 왔다.

여러 방언 사전을 찾아보니 어디에도 이 말은 보이지 않았다. 어두의 소리는 성대의 성문이 완전히 닫힌 상태에서 기압을 높이려고 폐쇄를 풀면 된소리 가 되니(싸메), 혹시나 해서 의 부분을 찾아보아도 마찬가지였다.

필자의 방언 습득지는 제주도의 동남부 지역인데 반대편인 서북지역이나 서남지역의 방언과는 차이가 있다. 그런 연유에서 올 수 있고 아니면 나 자신의 개인어이거나 또는 잘못 기억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도 생각되기도 하는데, 다른 방언 화자의 반응이 궁금하다.

소모(消耗)란 한자는 역경(易經)(주대(周代)에서 비롯하여 당()()에 이르러 현재의 체제를 갖춤)에서 보이므로 꽤 오래전부터 씌어온 것을 알 수 있다.

()’의 한자음은 상고음 ()’, 송대에 ()’, 원대에 ()’이고, ‘()’의 한자음은 상고부터 원대에까지 ()’였는데, 이외에 ()’라는 음이 따로 있었다.

훈민정음해례(제자해)를 보게 되면 한글의 글자의 형태는 가 합쳐서 된 것인데, 그 자형이 암시하는 바와 같이 소리는 후설의 위치에서 소리 사이에서 생성된 음이다. 그러한 특성상 중국어의 아우소리는 한국에서 보통 소리를 받아들인 것이 많다. 소모(消耗)’ 두 글자의 음은 송대와 원대에 ()()’에 가까웠는데 한국(중앙)에서는 샤우가 쇼로, 마우가 모로 쓰이다가 현재는 소모가 되었다.

1576년의 신증유함에 (스러딜), (업서질)모로 되어있는 점에서 중앙 그리고 한자 교습에서 쇼모>소모로 변했고, 제주도의 민간에서는 그와 다르게 사메로 방언화되었다. 방언에서도 처음에는 샤모의 소리였겠지만 그 형태에 숨어있는 ’(주격형이라고도)가 결합된 샤뫼()소리였다가 모음이 모두 단모음화되어 사메가 된 것이다.

이러한 필자의 추론이 맞는다면 방언의 한자음에는 그 나름대로의 귀중한 역사성을 지니는 셈이다. 곧 제주도의 방언에는 오래된 중국의 송대 또는 원대에서 상고음에까지 소급되는 역사성이 투영되어 있다는 것인데, 지금까지 그러한 사례를 종종 보아왔다. 그러한 한자어의 방언화는 제주방언의 유별한 특색임에 틀림 없다. (세금은 올리고 재정운영에는 사메가 많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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