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결에 춤추는 ‘모래 능선’…무리 지은 쌍봉 낙타 ‘이색’ 
바람 결에 춤추는 ‘모래 능선’…무리 지은 쌍봉 낙타 ‘이색’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6.2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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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바람의 고향, 초원의 나라 몽골
몽골의 대명사 고비사막(下)
고비사막의 모래 능선. 모래 산 크기와 방향, 위치 등 바람에 따라 수시로 바뀌며 생각했던 능선 모습은 아니였지만 그 또한 장관이였다.
고비사막의 모래 능선. 모래 산 크기와 방향, 위치 등 바람에 따라 수시로 바뀌며 생각했던 능선 모습은 아니였지만 그 또한 장관이였다.

대협곡을 돌아본 관광객들이 탄 러시아 지프차 두 대가 서로 먼저 가려고 뿌연 먼지를 날리며 초원을 달리고 있습니다. 뒤따라가면 앞차가 날리는 먼지가 차에 들어오기 때문에 먼지를 피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지요. 우리 차 운전사는 씨름선수처럼 체구가 큰 편인데 몸을 좌우로 기울이며 운전을 하다가 그만 큰 웅덩이를 늦게 발견해 차가 크게 뛰어올랐지요. 뒷좌석에 앉은 일행이 차 천장에 부딪치는 사고가 일어났는데 일행 중 한 사람이 운전사 뒤통수를 주먹으로 때려 당황한 운전사가 크게 분노해 큰일 날 뻔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말도 안 통하는데 겨우 사과를 하고 무마했답니다.

 

고비사막 초원 한 곳에서 고비의 상징인 낙타들이 무리를 지어 쉬고 있다. 고비사막은 먼 옛날 남미에서 건너온 낙타들이 처음으로 서식한 지역이다.
고비사막 초원 한 곳에서 고비의 상징인 낙타들이 무리를 지어 쉬고 있다. 고비사막은 먼 옛날 남미에서 건너온 낙타들이 처음으로 서식한 지역이다.

# 야생 낙타 서식하는 고비사막바람따라 변화는 모래능선  

고비사막 일대는 자갈이 많은 토질이고 비는 연간 50밖에 내리지 않아 사람이 살 수 없는 척박한 땅이라고 하지만 지하수가 풍부해 식물들이 잘 자라 양이나 낙타의 먹이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초원 곳곳에는 고비의 상징인 낙타들이 떼 지어 풀을 뜯고 있습니다. 고비사막은 먼 옛날 남미에서 건너온 낙타들이 처음으로 서식한 지역이라는데, 현재 야생낙타는 1000여 마리만 남아 있어 야생종 보존을 위해 세계 학자들이 고비사막에 연구소를 차려 연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고비사막에 서식하고 있는 야생낙타는 등에 난 혹이 쌍봉으로 항상 뾰족하게 서 있어 혹이 축 늘어진 사육종하고 차이가 난답니다.

고비사막에서 번식한 낙타들이 실크로드를 통해 아랍지역 등 세계 각처로 번식해 갔는데, 아랍지역 낙타는 등에 혹이 하나인데 고비사막 낙타는 혹이 두 개라 쌍봉낙타로 부르기도 하지요. 낙타의 젖과 털은 유목민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자원이 되고 있어 사막에서는 낙타가 없이 살아갈 수가 없는 상징적 동물이 되고 있답니다.

길게 뻗어있는 모래 능선을 상상하며 달리고 있는데 아무리 살펴도 모래 구릉은 볼 수가 없어 운전사에게 서툰 몽골말로 모래가 있는 곳으로 가자고 했더니 이제 그 곳으로 간다고 합니다. 그런데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합니다. 이러다 고비사막까지 와서 모래 능선도 못 보는 것이 아닐까 하고 걱정하는데 차를 세우더니 저 곳이 모래 능선이라고 합니다. 비가 내려도 여기까지 와서 그냥 돌아갈 수 없어 바삐 능선을 올라보니 벌써 몇 팀이 올라와 있네요. 모래 능선은 상상했던 것보다는 그리 넓지 않아 조금은 실망했습니다. 운전사에게 이 곳이 전부냐고 묻자, 다른 곳에 또 있다며 그리 간다네요.

초원을 달리던 차가 한 게르에 들려 이야기를 주고받더니 모래 능선이 지난 번 큰바람 불 때 옮겨진 것 같아 돌아가야 한다고 합니다. 고비사막의 모래 산은 바람에 따라 방향이 수시로 바뀐다는데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까 우리가 올랐던 모래 능선에서 멀지 않은 곳에 큰 모래 산이 있었는데 방향이 바뀐 것이라며 한참 동안 초원을 달렸으나 찾을 수가 없고, 날씨는 점점 어두워 가는데 초원을 헤매고 있습니다. 다른 차들도 왔다 갔다 하는 걸 보니 저들도 모래 산을 찾기 위해 돌아다니는 모양입니다. 운전사가 차를 세우더니 날씨가 어두워 찾을 수도 없고 잘못하다간 캠프장까지도 못 갈 수가 있다며 돌아가야 한다는군요.

 

고비사막의 모래능선을 둘러보는 관광객들.
고비사막의 모래능선을 둘러보는 관광객들.

# 까만밤 별지붕항공 티켓 분실에 일행들과 잊지 못할 추억

사막 한 가운데서 밤을 지낼 수는 없어 서둘러 돌아갔는데 캠프에 도착하니 가이드 아주머니가 한참을 걱정했던 모양입니다.

저녁을 먹고 나오는데 가이드가 저한테 비행기 티켓을 달라는군요. “우리는 티켓을 받지 않았다고 하자 황당해 합니다. 걱정스러워 전화를 해 보라고 했으나 이 곳에는 전화가 없다네요. 가이드는 우리가 티켓을 받은 것으로 알고, 우리는 가이드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았는데 여행사가 착각했나 봅니다. 내일 공항 가서 해결하겠다며 걱정하지 말고 푹 쉬라고 합니다. 밖에 나와보니 하늘에는 수 많은 별들이 꽉 들어차 마치 별지붕같은 느낌입니다. 피곤했던지 금방 잠이 들었는데 한밤중에 요란스러워 깨어나 보니 밖에는 엄청난 비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다행히 새벽이 되자 비가 걷히고 날씨가 맑아 즐거운 마음으로 공항에 도착, 가이드가 같은 회사 가이드에게 우리 사정 이야기를 하고 함께 울란바토르공항까지 데려다 줄 것을 부탁했으니 걱정말고 기다리라며 떠납니다.

관광객이 많아서인지 비행기 두 대가 동시에 도착, 탑승하려고 했으나 티켓을 달라고 하네요. 가이드에게 이야기했지만 아무 말 없이 그냥 탑승해 버립니다. 할 수 없이 비행기 트랩을 잡고 버티고 있자 저쪽 비행기에서 손짓하며 그리 오라내요. 짐을 들고 허겁지겁 달려가 비행기에 올라 좌석에 앉아 이륙하자 승무원이 티켓을 달라기에 서툰 영어와 몽골말로 우리 티켓은 울란바토르에 도착하면 여행사에서 준다했지만 무조건 티켓을 사라는 겁니다.

몇 차례 이야기하는 사이에 울란바토르공항에 도착, 비행기에서 내렸으나 여행사에서 아무도 안 나와 승무원이 여권을 달라고 날립니다. 어쩔 방법이 없어 다른 일행 먼저 보내고 내 여권을 줬지요. 터미널에 도착하니 누군가 소리를 지르기에 쳐다봤더니 여행사 직원입니다. 자기들 실수로 미안하다며 차가 준비됐으니 호텔로 가면 된답니다. 호텔에 도착하자 일행들은 떠난 후에야 이 사실을 알고 걱정했는데 무사히 도착해 반갑다며 한바탕 웃었던 기억은 몽골여행 중 잊지 못할 추억이랍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기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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