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찬 숨비소리가 들리는 바다
힘찬 숨비소리가 들리는 바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6.2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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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현 서귀포시 해양수산과

넓은 해안이 펼쳐진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귓가를 간질이는 나지막한 소리가 들려 온다.

이 소리는 바로 출렁이는 바다에 몸을 실은 해녀들의 입에서 터지는 숨비소리다.

해녀들이 잠수를 하고 난 후 수면 위로 올라와서 숨을 고를 때 내는 숨비소리는 마치 휘파람을 부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고 마치 아기 새의 노래처럼 곱게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 숨은 저 멀리 물길을 헤치고 온 해녀들의 숨길이 드디어 터지는 어미의 탄식이다.

자연 앞에 그 누구보다 순종적이지만 삶 앞에선 그 누구보다 강인한 여인들, 바로 제주 해녀이다.

제주해녀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존재로 끈질긴 생명력과 강인한 개척정신으로 어려운 작업 환경을 딛고 생업을 영위해 온 제주여성의 상징이다. 한 때 제주 경제를 책임지던 이 여인들의 강인함은 또한 제주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아름답고 강인한 숨비소리를 들려준 해녀들에게 그 보답으로 고령해녀 은퇴수당이라는 지원사업도 새롭게 신설됐다.

현업에서 물러나 은퇴를 하는 경우 이제는 더 이상 그 분의 힘찬 숨비소리는 들을 수 없지만 그 옛날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해 온 제주 바다에는 그 분의 숨결이 영원히 함께 할 것이다.

모질지만 사랑이 담긴 이 숨결이 앞으로 제주해녀문화가 지속될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제주 해안을 거닐다가 만일 저 멀리서 주황빛 태왁이 바다에 수놓은 별처럼 반짝이고 있다면 잠시 멈춰보자. 그리고 귀를 기울여보자.

호오이~호오이~’하는 제주 해녀들 숨소리에 담긴 제주 해녀의 삶이 우리들의 마음을 타고 녹아 들릴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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