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부동(和而不同), 공익(公益)이 우선이다
화이부동(和而不同), 공익(公益)이 우선이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6.2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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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제주한라대 컴퓨터정보과 명예교수·논설위원

절에서 죽은 아들의 사진과 위패를 찾아다 불태우면서 그렇지, 내게는 아직 생명이 남아 있었다. 항거할 수 있는 생명이….’ 소설가 박경리가 6·25 전쟁이 끝난 50년대 후반의 사회적 병리현상을 고발한 자전적 소설이라 여길 수 있는 불신시대에 기술된 글귀이다.

이 책 속에서 작가는 세속적으로 타락한 절에서 아들의 사진과 위패를 찾아 불사르는 진영의 행위와 내면적 고통의 몸부림인 독백을 통해, 물욕에 찌든 위선적인 종교 활동과 의료 처방에 대해 불신할 수밖에 없는 당대의 시대 상에 대해 병든 몸으로 노모와 어린 딸을 부양해야 하는 처절한 삶을 살아야 하는 전쟁 미망인의 한 많은 삶을 담고 있다.

지난 25일로 한국 전쟁이 발발한지 70년이 지났다. 그간 우리나라는 단기간에 1인당 국민소득 3만불, 세계 6위의 무역 수출국의 입지를 다지는 비약적인 경제발전의 산업화와 민주화로 국민들의 삶의 질은 크게 개선됐다. 하지만 20184월 글로벌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BBC의 의뢰를 받아 세계 27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글로벌 조사: 분열된 세상설문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 80%자국 사회 분위기가 타인의 문화, 성격, 배경 등에 관용적이라고 생각하나는 질문에 헝가리(84%) 다음으로 아니다라는 부정적인 견해가 26, 최하위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의 35%가 다른 정치 견해를 가진 사람을 가장 덜 신뢰한다고 답해 조사 대상국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광복 이후 그간의 한국 사회는 좌익과 우익, 공산과 민주, 독재와 반독재, 동서 간, 세대 간, 진보와 보수, 남녀 간의 갈등 등 여러 형태로 변이를 하면서 집단 간의 갈등의 지형이 넓어졌다.

특히 요즘의 여의도 정치판은 국민의 안위를 위한 입법 활동은 뒷전이고 자기네 진영 논리에 함몰돼 서로 간 배척과 불신의 상스런 언어만이 난무하고 있어 볼상스럽기 짝이 없다.

FIFA U-20 대회에서 감독·코칭스태프와 선수 간의 믿음과 배려, 수평적 의사소통이 기저가 되어 준우승까지 한 축구팀처럼, 이른 바 흑수저 출신의 방탄소년단(BTS)이 기존의 신비주의적 컨셉의 아이돌 그룹과는 달리 소셜미디어 최적 콘텐츠나 방송을 통해 전 세계 팬덤 아미들과 진정성이 있는 격의 없는 소통에 스토리텔링 완성도가 높은 퍼포먼스 음악에 세계의 청소년들이 매료하고 있는 것처럼 한국의 정치판도 서로 간의 불신의 장벽을 거둬들여 국민들로 하여금 신이 나게 생업에 종사하게끔 할 수가 없을까?

통계청을 비롯한 국내·외 경제지표 산정 관련 기관의 암울한 경제지표의 변동 추이 발표에 맥이 빠지는 게 작금이다. 지난 2월 생산·소비·투자가 1년전 보다 1.4%, 설비 투자는 국내 무려 26.9% 급락한 데 이어 해외 직접 투자는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44.9% 증가해 141.1억 달러에 이른다. 이 중 제조업이 41.0%로 기업들이 국내 각종 규제와 시책으로 인해 국내보다는 해외에서의 사업을 선호해 국내 양질의 일자리가 빠져 나가고 있다. 4월 고용동향에 있어서도 실업자 수는 1245000, 실업률은 4.4%19년 만에 최고치이다. 체감 청년실업률은 25.2%20151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고 있다고 한다. 급기야 1분기 경제성장률마저 –0.3%로 글로벌 금융위기 2008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정부는 저성장 늪에 빠진 경제 현실을 인식해서인지 경제와 일자리 수석을 교체한데 이어 지난 20일에는 ‘344: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선포식을 통해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제조업과 융·복합하는 신산업 육성책을 제시하고 있다. 반시장 정책을 지양하고 노동 개혁과 프리 규제책을 마련해 구호에 머물지 않는 혁신 성장의 길로 성공하는 정부 시책이 마련됐으면 한다.

차제에 논어 자로편 군자 화이부동(君子和而不同)하고, 소인 동이불화(少人同而不和)니라고전의 숨은 뜻을 되새겨 볼 요즘이 아닌 가 한다. 경제(經濟)는 배부름과 좋은 옷을 입고자하는 바람을, 정치(政治)는 국민에게 평강(平康)함을 제공하는 게 우선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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