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곳을 향하여
높은 곳을 향하여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6.25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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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선 수필가

중국 오대산 성지순례에 나섰다. 중국의 4대 성지순례 중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세계유산으로 선정 된 곳이다.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는 우리나라에 불교를 전한 분이다. 자장율사는 중국에서 경전과 불상·가사·부처님 정골 사리를 가져와 상원사와 통도사에 봉안 하였다. 황룡사 9층탑이 세워진 배경이기도 하다.

이번 6월 순례에는 조계사 신도 15명이 참여하여서 제주에서 두 명은 동참이 가능하였다. 오래전부터 죽기 전에 꼭 오르고 싶었던 기도처이다.

중국 오대산 성지는 험하기로 소문이 나서 몇 년 동안의 병중에는 엄두도 낼 수 없었다. 북경에서 버스로 다섯 시간을 이동하여 1박을 하고 다음날 세 시간 반을 오대산으로 향했다. 손까지 시려서 겨울옷으로 갈아입어야 했다.

그곳은 비포장도로여서 차량도 문제이거니와 계절적으로 늦봄에서 여름이 아니면 갈수 없다. 강원도 오대산도 10월 초가 되면 눈이 내리듯이 중국 오대산은 여름 한 철 밖에 안심 할 수 없다.

미니버스는 말 타듯이 덜컹 거리며 달렸다. 구름이 살짝 낀 곳을 지나갈 때는 하늘에 붕 떠있는 세계를 무섭게 체험하였다. 초록사이에 황톳길만이 올라온 흔적임을 알려줄 뿐이다. 중간 부분의 초원에는 우보살()이 떼를 지어 풀을 뜯고 있다. 도로가의 고산식물과 흙은 겨우내 얼렸다 풀려서인지 퍼석거리게 들떠 있다. 군데군데 눈도 녹지않고 하얗게 자리했다. 문수보살의 품은 알프스를 닮았다.

2700미터 지점에 이르러가자 하늘과 맞닿은 느낌이다. 순례객이 올려놓았는지 돌탑이 무리지어 자리했다. 1600년 전부터 오대산에서 수행정진하다 부도로 남겨진 스님들로 비쳐진다. 중국 오대산에는 문수보살이 1만 권속과 함께 상주한다는 의미를 알 것 같다. 타르쵸가 오방색 깃발을 나부낀다. 옛날부터 이렇게 높은 곳을 향하여 오르고 또 오르며 기도는 왜 했을까.

사람들은 영감을 받으며 성취 맛을 느끼면 기도삼매에 빠져들고 수행의 한 방편이 되었다. 나는 가족의 건강을 발원하거나 특별한 목적을 가진 단기기도도 있겠지만, 이만큼 지내게 되어 부처님 감사합니다로 일관한다.

문수보살이 모셔진 정각 옆의 탱화 중에 달마대사와 혜가가 법담을 나누는 모습을 찾았다. 달마대사는 9년 동안 벽면 수도 하면서 깨달음을 이루었다. 혜가는 무릎을 꿇고 있다. 왜 그랬을까.

무릎 꿇은 혜가는 왼 손목을 자르고 불러도 달마대사는 마음을 보여주라 할뿐 응하지 않았다. 머리를 자르려하자 달마가 얼굴을 마주했다는 그림이 태화지 탱화에 새겨 있다.

겹겹이 보이는 산봉우리가 바다처럼 느껴졌다. 지극히 삼보일배를 하며 계단을 오르는 스님도 보인다. 예불시간이다. 공양물이 가득 올려 있다. 어느 스님 물병에는 얼음만 있었다. 내가 가지고 간 보이차 한 병을 스님 물병에 눈짓으로 허가 받으며 부어 올렸다. 다공양. 오대산 보궁에서 살아 있는 부처님께 올린 보이차는 목마르지 않음으로 기억될 일이다.

중국의 문수동자는 거대하고 활짝 웃는 부처님으로 동대·북대·중대·태화지·서대·남대마다 모셔져 있다. 참회기도를 하며 건강하게 해달라고 빌었다. 여기까지 달려온 이유에 지친 마음 스르르 녹는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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