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심장 UN서 ‘4·3 미국 책임론’ 부각되다
세계의 심장 UN서 ‘4·3 미국 책임론’ 부각되다
  • 고경호 기자
  • 승인 2019.06.2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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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유엔본부서 ‘제주4·3 UN 인권 심포지엄’ 열려
광범위한 인권 침해 국제적 진상 조사 공감대 형성
제주 고등학생들 “4·3 정신 더 많이 계승돼야” 강조
4·3 당시 조천읍 북촌에서 발생한 학살사건으로 세 살배기 남동생 등 일가족 6명을 잃은 고완순씨(사진 앞줄 오른쪽 두 번째)가 ‘제주4·3 UN 인권 심포지엄’의 증언자로 참석했다. 사진=제주4·3평화재단

세계 인권 보호와 평화의 상징인 미국 뉴욕 유엔(UN) 본부에서 처음으로 제주4·3의 아픈 역사가 소개되면서 미국의 책임론이 부각됐다.

주유엔대한민국대표부가 주최하고 제주특별자치도, 강창일 국회의원실, 제주4·3평화재단이 공동 주관한 ‘제주4·3 UN(유엔) 인권 심포지엄’이 ‘제주4·3의 진실, 책임 그리고 화해’를 주제로 20일 오후(현지시간) 유엔본부에서 개최됐다.

4·3을 다루는 토론회가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 개최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자료 영상과 기조 발제, 패널 토론, 유족 증언 순으로 3시간가량 진행됐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한국 정부뿐만 아니라 미군정의 공동 책임론이 거론됐다.

특히 4·3 당시 광범위한 인권 침해에 대한 국제적인 진상 조사의 필요성이 공감대를 얻었다.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 주교는 이날 기조발제를 통해 “4·3은 미국과 한국 양국이 저지른 인권과 생명에 대한 대대적인 위반이자 범죄였다”면서 “이번 심포지엄의 목적은 희생자와 유가족의 고통, 희생의 역사를 처음으로 국제사회에 알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석좌교수는 토론에서 “잔혹한 대학살이 어떻게 제주에서 일어났는지 대해 미국은 답변해야 한다”며 당시 미군정의 책임론을 비중 있게 거론했다.

퓰리처상 수상자인 찰스 헨리 전 AP통신 편집부국장은 “당시 서울에 특파원을 뒀던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는 40여차례 4·3을 보도했지만 철저하게 냉전의 관점에서만 접근했다”며 “특히 미군과 전혀 무관하다는 식으로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고 지적했다.

4·3 당시 조천읍 북촌 학살사건 유족인 고완순씨는 이날 증언을 통해 “죽음의 공포 앞에서 눈부시게 반짝거렸던 붉은 피가 너무나 선명하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지옥 같던 그 날이 마치 어제처럼 생생하게 떠오른다”며 울먹였다.

세 살배기 남동생 등 일가족 6명을 잃은 고씨는 “4·3은 미군정 기간 제주 주민들에게 가해진 인권유린·학살 사건”이라며 “평화와 인권이라는 유엔의 설립 취지에 맞게 미국이 진실 해결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주기를 요청한다”고 주문했다.

정현서군과 강혜민양이 제주4·3 정신을 공감할 수 있는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피력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사진=제주4·3평화재단
정현서군과 강혜민양이 제주4·3 정신을 공감할 수 있는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피력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사진=제주4·3평화재단

제주지역 고등학생들도 이날 심포지엄에서 4·3에 대한 교육의 중요성을 피력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정현서군(대정고)과 강혜민양(신성여고)은 “4·3 정신을 공감할 수 있는 교육이 이뤄진다면 우리 사회는 보다 더 정의로운 사회가 될 것”이라며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4·3 정신을 기억하고 계승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4·3 평화 운동을 ‘화해와 상생, 관용과 용서의 상징’으로 평가하면서 국제적 연대를 통한 노벨평화상 추전 운동으로 이어가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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