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보아야 하는 이유
숲을 보아야 하는 이유
  • 정흥남 편집인
  • 승인 2019.06.20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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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메워도 사람의 욕심은 못 채운다’ 우리속담의 하나다. 아무리 넓고 깊은 바다라도 메울 수는 있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어 메울 수 없다는 뜻이다. 사람의 욕심이 한이 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요즘 제주에서 핫 하게 뜨는 해안도로변을 가보면 대부분 공감하는 게 앞으로 제주에 남아날 게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다. 말 그대로 경관이 조금이라도 된다고 하는 곳엔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사람이 손길이 들어갔다.

경관을 사유화 한 것이다. 경관을 사리사욕의 도구로 삼은 결과다. 이 같은 사람들의 욕심 때문에 절대보전지역이라는 제도가 생겨났다. 절대보전지역은 자연환경의 고유한 특성을 보호하기 위한 지역이다. 제주의 절대보전지역은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한라산을 비롯해 기생화산, 계곡, 폭포, 도서, 해안, 연안, 용암동굴 등이 대표적이다.

이 곳에서는 지역 지정의 목적에 위배되는 개발행위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다만,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공원시설의 설치 등은 도지사의 허가를 받아 할 수 있다.

#절대·상대 보전지역 잇단 훼손

제주 관광개발계획의 원조격인 제주도종합개발계획이 세워진 1985년. 정부와 제주도는 그해 3월 특정지역 제주도종합개발계획과 제주도종합개발계획을 각각 수립, 27건의 관광지구 개발사업 추진계획을 세웠다.

당시 광광지구로 지정된 곳 가운데 한 곳이 조천읍 대섬유원지 개발사업이다. 그만큼 예로부터 대섬 일대는 풍광이 뛰어나 ‘개발매력’이 높은 곳으로 평가됐다. 지금 이 일대는 서울소재 한 대학이 소유하고 있다. 그런 절대보전지역 대섬이 훼손됐다.

제주도자치경찰단은 최근 대섬 일대(2만여㎡)를 훼손한 조경업체 대표와 이를 공모한 이 대학 자산관리 관계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조경업체 대표는 대학 소유의 대섬부지가 절대보전지역인 것을 알고도 사설관광지로 개발해 부당이익을 챙길 목적으로 훼손한 혐의다.

자치경찰은 이들 외에도 성산일출봉 인근 절대보전지역 습지와 인접 토지를 훼손한 부동산개발업체 대표와 서귀포시 상예동 군산오름 남측 경사면 상대보전지역 토지의 형질을 무단으로 변경한 70대도 적발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자치경찰은 이밖에 절대 및 상대보전지역 훼손사례 5건을 추가로 적발해 관련자들을 형사입건 했다.

#‘제주와 조화·공존’ 지워져

민선지방자치가 이뤄지면서 제주 개발정책은 도지사가 바뀔 때 마다 춤을 췄다. 외부자본유치는 한 때 제주도정이 지향하는 최고의 가치로 자리매김했다. 그 결과 목 좋은 곳은 대부분 거대자본에 넘어갔고, 그 곳엔 거대한 숙박시설을 중심으로 하는 개발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특혜시비가 뒤따랐다.

대표적인 곳이 성산 섭지코지다. 성산일출봉을 지척에서 가장 잘 볼 수 있는 이곳은 한 때 성산주민 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도민과 관광객들이 즐겨 찾던 곳이다. 이제 이 일대는 거대한 숙박타운으로 탈바꿈했다. 한 폭의 그림 같은 옛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이번 자치경찰에 적발된 절대·상대 보전지역 훼손사례는 일부에 불과하다. 곁가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송악산 등을 비롯해 제주의 절대·상대보전지역 여러 곳이 제 모습을 잃을 시간만 기다리고 있다. ‘제주와 조화·공존’이 지워진다.

나무 몇 그루 잘려나가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숲 전체가 아예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합법이라는 행정절차로 포장해 처벌은 받지 않겠지만, 이번에 붙잡힌 이들보다 숲을 통째로 사라지게 할 수 있는 거악(巨惡)을 보아야 하는 이유다.

정흥남 편집인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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