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과 서비스의 차이
친절과 서비스의 차이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6.19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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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연 제주한라대 관광경영과 교수·논설위원

20대 미국 유학 시절 봄학기와 계절학기 사이 일주일간의 공백이 생겨 갑작스러운 영국 런던 여행을 무작정 떠난 적이 있다. 물론 겁도 없이 혼자서 그야말로 느닷없는 여행이었다.

호텔관광경영학 대학원 입학한 뒤 첫 학기를 마치고 서비스에 대한 아무런 개념이 없었던 나로서는 큰 깨달음을 준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그야말로 인생 여행이라 할 수 있겠다.

하나하나 여기에 여행 이야기를 다 할 순 없지만 런던과 파리 여행의 많은 경험과 좋은 추억을 담고 다시 학교가 있는 마이애미로 돌아가기 위해 이른 새벽에 히스로공항행 지하철 표를 사려고 런던 지하철 매표소를 찾았을 때 겪은 일이다. 중년의 매표소 여직원이 새벽의 피곤함을 그대로 드러낸 얼굴로 나에게 공항 가는 티켓을 건네었다.

나는 계획 없이 온 여행이고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던 학생시절이라 혹시 할인 티켓을 현장에서 구할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 순간 그 매표소 여직원은 짜증을 넘어서 언성을 높여 나에게 고함을 질러 댔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지금 그 직원이 무슨 말은 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너무 황당하고 당황스럽고 억울한 마음을 뒤로한 채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그 상황을 쭉 지켜보고 있던 안전요원으로 보이는 젊은 청년이 대신 사과하겠다며 위로의 말을 건네었다. 이야기 끝에 혹시 여기 매니저 있냐고 물으니 그 친구가 가리킨 연세 지긋한 분이 내 앞을 지나가시길래 다가가 자초지종을 설명하였더니 그분이 하신 말씀은 또 한 번 내 마음의 상처를 남겼다.

지하철 따위에서 서비스를 기대하냐?”며 퉁명스럽게 던지는 말에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답했다. “전 서비스가 아니라 친절을 바랐을 뿐입니다. 너무 좋은 추억을 담은 런던 여행의 기억을 저 여자분이 다 망쳤어요!”

울컥하며 나도 모르게 서러웠는지 구석에서 약간의 눈물과 함께 새겨지는 다짐이 있었다. “다시는 나에게 오는 고객에게 나의 부정적인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일 없이 최대한 진심으로 대하자라고 결심하였다. 그 여행 이후 박사과정에서 서비스 마케팅에 관련된 공부를 하였고 서비스론에 관련된 강의를 학생들에게 하며 몇 년이 지나갔다.

그러다, 난 제주도에 잡은 직장으로 입도민이 되어 제주 생활을 누리던 어느 날, 제주시의 오일장을 구경하다 시장 내 어묵과 튀김을 파는 유명한 맛집을 발견해서 맛있게 즐기고 있을 때였다. 바로 옆에 관광객으로 보이시는 분이 튀김 포장주문을 하면서 간장도 함께 달라고 했다. 대뜸 이 주인아주머니는 몇 개 살 건데요?” 되물었다. 내가 느끼기엔 그 말에 뉘앙스는 많이 사면 간장 주고 적게 사면 안주겠다는 뜻으로 들렸고, 그 관광객도 내가 느낀 어조를 그대로 느꼈는지 상당히 어두워진 얼굴로 몇 개라고 이야기하자, 옆에 있는 종이컵을 가리키며 알아서 간장을 담아가라고 이야기하셨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내가 먹고 있던 어묵 맛이 뚝 떨어졌던 기억이 있다.

이것은 불친절한 걸까? 서비스의 부재인가?

제주도에 살면서 누리는 깨끗한 공기와 아름다운 경관 같은 장점 너머 상대적으로 느끼게 되는 단점 중에 비싼 물가보다 더 무서운 게 사실 불친절이다.

친절(Kindness)의 사전적 정의는 동정적이고 도와주려는 성격 (sympathetic or helpful nature)이다. 서비스(Service)의 정의는 serve(섬기다)의 명사형으로 사전 첫 번째 뜻은 누군가를 도와주려는 행동이고 두 번째 뜻은 유형의 상품과 상반되는 무형의 상품으로 특히 관광산업의 대표적인 상품이 서비스이다. 서비스는 유형의 상품처럼 손에 쥐고 돌아서는 게 아니라 감동이나 추억으로 가슴과 머리에 담아가는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졸업 이후 일했던 MGM Grand 호텔은 직원을 직원이라 부르지 않고 ‘Cast Member’라고 호칭한다. ‘손님은 관객이고 직원은 손님을 감동시켜야 할 공연자라는 의미이다.

내가 지불하는 지하철 푯값에 나의 질문에 대답할 만한 가치, 시장의 그 관광객이 지불한 튀김값에는 간장 서비스가 포함이 되어 있지 않아서 그들은 그렇게 손님들에게 친절까지는 아니어도 그들의 추억에 생채기를 내었나?

제주도는 도청 차원의 개인사업자들에게 서비스교육도 하고 있다고 한다. 서비스 교육이 친절하게 만들 수 있을까? 친절함은 교육이 될까? 서비스마인드는 학습이 될까?

사실, 런던 지하철 매표소에서 동료직원으로부터 조그마한 동양 여자가 봉변당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자신의 잘못도 아닌 것을 사과하고 위로까지 해 주던 그 친절했던 안전요원도 그 불쾌하게 기억되는 런던 여행의 그 장소에 있었다.

하지만, 부족한 새벽잠 때문에 나에게 잔뜩 짜증 부린 그 여직원의 불친절함이 새긴 마음의 생채기만 또렷하고 그 안전요원의 친절은 지금 이 글을 쓸 때까지만 해도 인지하지 못했었다. 그 안전요원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친절은 교육이 아닌 천성에 가까우리라.

개인사업자들이 지금 받는 서비스교육은 상품화된 서비스를 팔면서 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단골손님이 되어 더 많은 수익과 이익을 낸다는 확신을 바탕으로 하는 훈련과 교육일 뿐이라는 그런 얄팍한 철학이 아니다.

동정적이고 도와주려는 마음, 감동시키려는 노력, 섬기는 마음 등 더욱더 깊은 뜻이 받들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박사과정에서 무수히 접했던 그 어떤 서비스의 정의보다 나의 어머니께서 해 주셨던 말씀으로 이 글을 마칠까 한다.

부모님, 친구, 직장동료, 내 주위 분들을 섬기듯 대하는 자세. 그러고 보면 인생에 있어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서비스는 다 적용된단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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