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장마가 시작된다. 장마의 시작은 곧 여름 재해취약시기가 도래한다는 뜻이다. 장마의 시작은 또 태풍철이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비와 강한 바람. 어떻게 보면 인류가 극복해야 할 최대의 과제이기도 하다. 인류는 이 두 개의 악마와 싸우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지만, 여전히 역부족이다. 늘 재해는 반복되고, 이 과정에서 인류는 출혈을 거듭한다. 자연의 높은 벽 앞에 인간은 초라해 진다. 최선의 방법은 피해를 최소화 하는 것이다.
기상청은 올해 장마가 다음 주 후반인 26∼27일쯤 제주를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현재 장마전선은 일본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고기압 영향권에 있어 장마전선이 북상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기상청은 올해 장마 시작 시기가 평년보다 일주일가량 늦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제주지역 장마는 6월 19일에 시작돼 7월 9일 끝났다.
해마다 장마철이 되면 가장 우려되는 것이 게릴라성 집중호우다. 기상청은 올여름에도 예측 불가능한 국지성 집중호우가 잦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기후변화 영향으로 시간당 100㎜에 육박하는 호우도 잦아 매년 막대한 인명·재산피해가 발생한다. 한반도 장마와 태풍의 길목에 위치한 제주는 여름재난과 불가분의 관계를 지닌다. 아직도 정비가 시급한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가 존재하고 저지대 상습침수지역 또한 한 두 곳이 아니다. 장마철이 시작되면 제주도는 연례적으로 양대 행정시와 함께 재해취약지역 점검에 나선다. 대규모 개발사업장을 비롯해 사람들의 출입이 잦은 곳을 중심으로 점검을 실시한다. 제주도는 이 점검이 요식행위가 아니라 재해요인을 찾아내 이를 실질적으로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집중호우·태풍 등 자연재해는 이제 연례행사가 되다시피 했다. 그렇다고 하늘 탓만 하며 손 놓고 있어서는 피해만 키울 뿐이다. 첨단 IT시대에 걸맞게 재난 대응 정보수집과 분석능력을 체계화하고, 취약시설 보강과 예찰도 강화해야 한다. 재난은 대부분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다. 인재는 안전에 소홀했던 결과다. 따라서 사전 대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해마다 일어나는 자연재해는 철저한 준비를 해야만 그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사고 후에 점검을 강화하거나 대책을 세우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 소 읽고 외양간 고치는 사후약방문 행정이 적어도 재난분야에서 나와서 안 되는 이유다.
정흥남 논설실장 jhn@jejuil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