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멕시코 커피와 음식문화
매력적인 멕시코 커피와 음식문화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6.18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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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대 월간커피 발행인

매년 세계의 커피 산지 중에서 1~2곳을 방문하게 된다. 이때 특이한 것은 커피가 시작된 에티오피아나 대규모로 커피를 경작하는 브라질과 몇 나라를 제외하곤, 커피 산지의 농부들은 수시로 커피를 즐기거나, 특히 좋은 품질의 커피를 마실 기회가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그 까닭에 농부들은 어떤 게 더 좋은 커피인지 모를 수밖에 없고, 더욱이나 커피 질을 높이면 가격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소극적이다.

지금은 사정이 많이 나아졌겠지만, 아니 그랬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8~9년 전쯤 처음 방문했던 중남미 일부 커피 산지는 좋은 커피 음용 경험이 부족하다는 게 고품질 커피를 생산하기 어려운 한계점으로 보였다.

하지만 올 1월에 다녀온 멕시코의 경우는 달랐다. 멕시코시티에서 경험한 커피는 매우 특별했으며, 커피 산지 현지에서도 또띠야(tortilla), 타코(Tacos), 브리또(Burrito) 등 다양하고도 깊이 있는 멕시코의 음식문화와 함께 꽤 높은 수준의 커피를 만날 수 있었다.

멕시코시티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은 1953년에 문을 열었다는 카페 엘 하로초(Cafe el Jarocho)였다. 멕시코 사람들에게 절친한 친구와도 같은 이곳의 가장 핫 한 메뉴는 주문이 들어오면 주전자에 미리 담아 두었다가 바로 내주는 뜨거운 물에 희석한 에스프레소 카페 델 디아’(Cafe del dia)였다.

또한 정제되지 않은 사탕수수 설탕과 시나몬을 넣고 연하게 끓인, 우리 돈으로 1400원쯤 하는 카페 데 오야(Cafe de olla)는 달콤하면서도 그윽한 풍미가 미각을 돋우는 특별한 커피였다.

멕시코시티에서 한 시간 반가량 비행기로 이동하고 다시 자동차로 두어 시간 가면 치아파스(Chiapas)주의 작은 도시 산크리스토발 데라 카사스(San Cristobal de las Casas)를 만난다.

멕시코를 대표하는 주요 커피산지 중 한 곳인 이곳은 남쪽으로 과테말라와 인접해 있으며 시에라마드레 산맥이 자리 잡고 있어 커피 재배에 적합한 토양과 고도를 형성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 농장의 대부분은 해발고도 1000~1750m에 분포돼 있고 주로 버번, 티피카, 카투라, 마라고이페 등 다양한 커피 품종을 재배하고 있다.

또한 주변 커피 농장을 방문하기 위해 산크리스토발 데라 카사스에 며칠 머무는 동안 만나게 된 몇 군데의 카페는 세련되고 수준 높은 커피를 팔고 있었다.

카페에서 마신 커피는 바디감이 풍부하면서도 향미가 뛰어났고 실내 분위기나 인테리어도 느낌이 좋았다. 그 바람에 귀국 후 직원들과 함께 커피를 맛볼 요량으로 여러 봉의 커피를 구입하게 되었다.

커피 마을 중 치코무셀로 또한 인상이 깊은 곳이었다. 해발고도가 1800m 이상 되는 높은 산악 지대에 위치 한 이곳은 어깨와 나란히 지나는 구름을 보면서 이동하는 흥미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데, 위험을 무릅쓰고 산비탈에서 커피를 수확하는 농부를 만날 때면 그들의 이런 수고가 매혹적인 커피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치코무셀로 도착 후 농부의 안내를 받아 20~30분쯤 걸어서 마주한 어느 커피 농장에서는 키가 훌쩍 큰 15년생 이상의 티피카종 커피나무가 재배되고 있었다. 야생의 커피나무와는 달리 대부분의 커피 산지들은 수확을 위해 2m 정도로 커피나무를 관리하는 데 비해 이곳의 커피나무는 키가 너무 높아 어떻게 열매를 거둬들이는지가 궁금했다.

마음이 서로 통했는지 한 농부가 어디선가 고리가 달린 기다란 나뭇가지를 가져와 키가 높은 커피나무의 가지를 걸어 당겨 열매를 거둬들이는 시범을 보여 주었다. 수확하는 시간이 더디긴 하겠지만 나무의 자연스러운 생육 상태를 보장하면서 커피를 재배한다는 사실이 눈길을 끌었다. 그 덕분인지 그 나무에서 채집한 커피체리의 과육은 매우 달았으며, ‘커피가 만들어지면 어떤 맛일까라고 기대가 되었다.

열흘 가까이 멕시코의 커피산지를 돌아본 이번 여행은 커피 산지에서만 오롯이 느낄 수 있었던 즐거움이었다. 생산량 순위로 따지자면 세계 커피 산지 중에서 6~10위 사이를 차지하는 멕시코는 고대의 마야, 아즈텍 문명에 그 뿌리를 내린 독특함으로 멕시코를 대표하는 술 테킬라(tequila)와 함께 음식 수준도 높았고, 커피 또한 세계인들에게 주목을 받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음을 알게 된 커피 여정이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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