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노릇
하늘 노릇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6.17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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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성 수필가·전 제주도 행정부지사

삼라만상에 하늘이 넷이 있다. , , , 이다.

하나는 천상계의 하늘이요, 셋은 군··부로서 지상계의 하늘이다. 은 임금을 비롯한 통치자들을 가리키는 하늘이요, 는 스승, 는 아버지로서 하늘이다.

··세 주체는 국가에서 가장 중심적인 주체이고 은혜의 대상이며 이 셋은 동일하다는 뜻에서 군사부일체라 한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군사부일체란 말은 소학(小學) 2편에 나오는 말이다.

그 속에는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의 은혜는 동일하다라고 기록됐다.

아버지와 스승과 임금은 각각 낳아주고, 가르쳐 주고, 먹여 주고 (경제발전) 하는 노릇이다. 이 때의 은혜는 권위가 아닌 진정한 사랑이 담겨 있어야 한다.

세 가지 은혜는 방식이 다르지만 나를 있게 해 준 주체이기 때문에 하늘처럼 한결같이섬겨야 한다.

반면에 섬김을 받으려면 임금 노릇, 스승 노릇, 아버지 노릇을 잘해야 한다.

무릇 노릇이란 사람의 자격, 직책 뒤에 쓰여 그 역할과 구실을 낮춰 나타내는 말이라고 쓰여 있다.

임금 노릇, 벼슬아치 노릇을 다시 말하면 대법원장은 대법원장 노릇, 법관이면 법관 노릇, 국회의장은 국회의장 노릇, 국회의원이면 국회의원 노릇, 그리고 선생이면 선생 노릇, 부모면 부모 노릇이 된다.

중국의 저명한 학자인 난화이진(南懷瑾·1918~2012)이 논어별재(論語別裁)에 실은 한시를 살펴보자.

하늘이 하늘 노릇 하기 어렵다지만 4월 하늘만 하랴. 누에는 따뜻하기를 바라는데 보리는 춥기를 바란다. 집을 나선 나그네는 맑기를 바라고 농부는 비 오기를 기다리는데 뽕잎 따는 아낙네는 흐린 날씨를 바라네.’

가물어도 임금 탓, 홍수가 나도 임금 탓, 굶어도 임금 탓. 하늘 노릇 제대로 하기가 어찌 어렵지 않으리오.

농경 사회는 그렇다 치더라도 현대 사회는 하늘 노릇하기가 더 어렵다. 각 주체들이 맡은 바 노릇을 다 한다면 그 이상 행복한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만은 지도층들이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여기에 편승해 극우다, 극좌다, 민주노총이다, 한국노총이다 하며 수많은 시민단체에 심지어는 태극기 부대까지 출현하면서 국민은 두 동강이 났다. 여당과 야당은 맨날 멱살을 잡고 국회는 수개월째 개점 휴업이다. 노동자와 기업은 서로 투쟁하고 심지어는 민노·한노 노동자들은 자기들끼리 밥그릇 놓고 싸우는 꼴이 가관이다.

그런데 보수주의는 친기업적 성향에 중점을 두고 갑의 지위를 가진 자 등에게는 바람직한 사상으로 비치고 진보주의나 개혁주의자들에게는 기업이 어떻게 되든 친노동정책 중심으로 노동자 천국으로 평등하게 살자는 것이다.

친기업이든 친노동이든 정치하는 사람이야 자기주장의 정책으로 정권을 수립하겠지만 국민이 두 동강이 돼서는 안 된다.

정부의 친노동과 반기업 정서로 기업들이 외국행을 결심하면서 일자리는 날이 갈수록 줄어들어 악순환이 되고 소득 주도로 자영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같이 진보와 보수가 너무 상극이면 해결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부처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돼지의 눈에는 돼지만 보일 수밖에 없다. 자유 시장주의이든 사회주의든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다르다는 것은 틀림이 아님에도 자기주장만 옳고 상대방을 원수처럼 여긴다. 마음을 비우고 강자와 가진 자가 일보 양보하는 지혜를 발휘하면 진 것 같지만 사실은 이기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 않고 이대로 나간다면 내년 4월 총선까지 정당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나라는 거덜이 날 것이 뻔하다.

왜 정치판이 개판 싸움이 될까. 국민보다는 권력과 돈을 좇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초파일 불기 2563년 부처님 오신 날을 보냈다. 관불 의식에 참여해 고타마 싯다르타를 목욕시키면서 곰곰이 생각했다. 그 좋은 권력과 부를 왜 내려놓았을까 하고. 옴마니반메홈, 옴마니반메홈.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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