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고 담배 피고…패배보다 아쉬운 ‘시민의식’
술 마시고 담배 피고…패배보다 아쉬운 ‘시민의식’
  • 고경호 기자
  • 승인 2019.06.16 14: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기장 곳곳 쓰레기 무단투기
술판 벌리고 주변서 흡연까지
경기 종료 후 일부 관객들이 그대로 내팽개치고 간 술병과 각종 쓰레기들.
경기 종료 후 일부 관객들이 그대로 내팽개치고 간 술병과 각종 쓰레기들.

태극전사들을 위한 응원 현장이 일부 도민들의 비양심으로 얼룩졌다.

16일 새벽 오전 3시 제주종합경기장. 경기 종료 휘슬과 함께 관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종합경기장 육상 트랙 곳곳에는 빈 소주병과 맥주 캔이 널브러져 있었다.

심지어 일부 관객들은 먹던 술과 안주를 그대로 바닥에 내팽개치고 자리를 뜨면서 쓰레기를 정리하던 다른 도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먹고 남은 음식과 쓰레기는 꼭 되가져 가달라”던 장내 아나운서의 당부는 허공의 메아리였다.

대형 스크린 앞과 관중석에 온갖 쓰레기들이 버려졌다면 경기장 주변에는 담배꽁초가 무더기로 쌓여 있었다.

특히 일부 관객들은 전반전이 끝나자마자 경기장 2층 입구와 화장실 주변을 ‘흡연실’삼아 연신 담배를 태워댔다. 이들이 내뱉은 담배 연기로 자욱해진 주변은 화재 현장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도민 고모씨(41·여)는 “제주에서 경험하기 힘든 단체 응원전이 열린다기에 늦은 시간이지만 아이들과 함께 왔다”며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많은데도 사람들이 오가는 통행로에서 담배를 피우고, 관중석에서 술판까지 벌리는 모습에 충격 받았다. 아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는 전혀 없었다”고 토로했다.

제주종합경기장은 공공체육시설이다. 현행법상 공공체육시설에서의 음주행위와 흡연은 엄연히 불법이다.

제주도와 제주도체육회 등 행사 주최 측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음주와 흡연, 쓰레기 투기 등 일부 관객들의 비양심 행위는 막을 수 없었다.

제주도체육회 관계자는 “이날 행사로 드러난 그릇된 시민의식이 태극전사들의 패배보다 더욱 아쉬웠다”며 “버려진 쓰레기와 담배꽁초를 줍느라 직원들과 진행요원 모두 진땀을 뺐다”고 얘기했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