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사르 습지 도시’가 우리에게 묻는 질문
‘람사르 습지 도시’가 우리에게 묻는 질문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6.13 19: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환경부는 람사르 습지 도시최종 후보지로 선정된 물영아리 오름 등을 포함한 서귀포시 남원읍 지역의 인증신청서를 오는 10월까지 람사르협약 사무국 독립자문위원회에 제출한다.

이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서귀포시 남원읍은 오는 2021년 제14차 람사르 총회에서 람사르 습지 도시 인증서를 받게 된다. 국내 람사르 습지 도시로서 5번째이고 제주도내에서는 동백동산과 곶자왈이 있는 제주시 조천읍에 이어 두 번째다.

서귀포시는 2015년 물영아리 오름 습지 등을 람사르 습지 도시 인증 후보지로 신청했으나 최종 후보지에 오르지 못하고 예비후보지에 머물렀다. 그동안 남원읍 주민과 지역관리위원회를 중심으로 주민주도형 습지 관리 및 보전 활동 등의 사업을 더욱 활발하게 전개해왔다. 또 지난달에는 환경부와 국립습지센터, 외부 평가위원, 컨설팅 기관이 람사르 습지 도시 인증 기준 10개 항목에 대해 현장 및 발표 평가를 실시하면서 최종 후보지 선정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람사르 습지 도시 인증을 받으면 람사르 상징(브랜드)6년간 사용할 수 있다. 국제적인 생태환경 도시로서 인정받는다는 얘기다. 제주시에 이어 이번에 서귀포시가 람사르 습지 도시로 인증되면 제주도 전체가 람사르 습지 도시로 인증되는 셈이다.

우리는 이를 계기로 습지와 주민의 공존에 대한 범도민적 공감대가 확산되기를 바란다.

람사르 협약에 따르면 습지는 물이 주변 환경과 그곳에서 서식하고 있는 생명체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이 되는 지역을 가리킨다. 자연 호수나 갯벌은 물론 인공적인 저수지나 논도 모두 습지다. 인간의 삶과 습지를 떼어내서 생각하기 힘들다. 각종 오염물질을 분해하고 정화하는 지구의 콩팥이자, 철새에서 수생 동식물까지 먹여 살리는 생물 다양성의 보고이며 인간이 방출한 이산화탄소를 처리하는 이산화탄소 처리소이기도 한 것이 습지다.

이제 제주특별자치도는 인간과 습지의 공존이란 람사르 협약의 캐치프레이즈에 걸맞게 습지 선진 사회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를 보여야만 한다. 인증서를 받는 1회성 이벤트에만 정신을 팔 뿐, 습지·환경정책에선 뒷걸음질 친다면 람사르 협약의 정신에도 어긋난다. 그나마 도민들이 지켜온 습지를 파괴하는 일은 이젠 멈춰야 한다.

우리가 빌려서 향유하고 있는 습지를 후손들이 골프장과 별장, 관광리조트로 돌려받고 싶어하겠는가, 아니면 생명이 꿈틀대는 건강한 습지로 되돌려 받기를 원하겠는가. 람사르 습지 도시는 우리에게 그 답을 묻고 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