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일보 기획] 문화축제장으로 변신한 ‘헌책 보물창고’
[제주일보 기획] 문화축제장으로 변신한 ‘헌책 보물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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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6.13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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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책보고’를 다녀오다

3월 문 연 국내 최초 공공헌책방
도서관·전시 공간·북카페 등 갖춰
제주에도 복합공간 마련됐으면…
서울시와 서울도서관이 만든 국내 최초 공공헌책방 ‘서울책보고’ 내부 책의 터널.
서울시와 서울도서관이 만든 국내 최초 공공헌책방 ‘서울책보고’ 내부 책의 터널.
서울책보고’ 안내팸플릿.
서울책보고’ 안내팸플릿.

지난주에 서울 출장을 오랜 만에 다녀왔다. 제일 먼저 처리해야 할 일은 한 박물관과 유물(고서) 매도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었지만, 그에 못지않은 중요한 일정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지난 327일 문을 연 헌책방 서울책보고를 둘러보는 일이었다.

송파구 신천유수지에 있는 한 기업체의 물류창고로 쓰던 공간에 서울시와 서울도서관이 만든 국내 최초의 공공헌책방. 처음 오픈 소식을 듣고 꼭 가봐야지 했건만 한동안 상경할 일이 없어 아쉬웠던 차에 이번 계약 건을 핑계 삼아 찾아가 보기로 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잠실나루역(옛 성내역) 1번 출구를 나서서 왼편에 보이는 길쭉한 건물이 바로 그곳이다. 입구와 출구가 완전히 분리된 책방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책벌레를 형상화했다는 32개의 철제 서가가 눈에 들어온다. 마치 책의 터널을 통과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443평 규모의 책방에는 25개의 헌책방에서 출품해서 위탁판매 하는 12만여 권의 헌책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 책방은 그저 책을 사고 파는 단순한 헌책방이 아니다. 각각의 책방 별로 전시된 책을 살 수 있는 메인 책방 공간 외에도 명사들의 기증도서와 독립출판물을 열람할 수 있는 도서관 공간, 희귀본이나 절판본 등을 전시할 수 있는 전시 공간 등을 갖추었고, 또 다른 한 켠에는 북카페와 프로그램 진행 공간이 구비된 책방이다. 이름하여 책이 보물이 되는 복합문화공간’. 지난 5월에는 특유의 책의 터널공간을 활용한 패션쇼가 열리기도 했는데, 그 외에도 인문학 강연과 북콘서트 등 다양한 이벤트가 기획되고 있다고 한다.

그럼 이 시점에 왜 그 곳이 그렇게 보고 싶었을까. 지난해부터 도내에서 열리는 책축제나 북페어를 주관하는 기관이나 단체의 요청을 받아 행사에 참여하면서 마음먹은 게 하나 있다. 짧게는 하루, 길게는 이삼일 정도 열리는 행사에 참여하고자 무거운 책짐을 쌌다가 풀었다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언제든 불러만 주시면 어디든 가야겠다는 거였다. 따가운 햇살에도 조금은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꾸준히 행사장을 찾아주는 수 많은 분들이 있고, 또 그 분들과 함께 교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분들이 느끼는 갈증이 뭔지도 조금은 알 수 있었기에.

그 때마다 드는 생각이 단기적으로는 몸은 힘들고 매출도 이상적이지는 않지만 이런 행사가 좀 더 자주 있었으면 싶었고, 장기적으로는 다양하고 독특한 개성을 가진 동네서점이나 독립서점들이 한 곳에 모여 늘 다양한 축제의 장을 열 수 있는 시절이 빨리 왔으면 싶었다. 아니 우리 같은 신·(新舊) 책방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 예술 분야가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공간 말이다.

포털에서 제주도 책방을 검색하면 140여 곳이 뜬다고 들었다. 그 중에는 재정적인 어려움이 없이 평안하게 운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보다 많은 점주들은 어디든 가서 부업을 하고 그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본인들이 좋아하는 책방을 간신히 유지한다.(필자도 예외는 아니다) 대부분의 영세한 책방들이 고민하는 건 공간과 재정 문제이다.

담고 있는 내용과 형식은 조금 다르지만, 서울의 그 복합문화공간이 부러운 지금이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던 데.

서울책보고’ 전시 공간.
서울책보고’ 전시 공간.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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