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사회 시스템 ‘고유정 사건’ 키웠다
허술한 사회 시스템 ‘고유정 사건’ 키웠다
  • 현대성 기자
  • 승인 2019.06.1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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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고유정이 검찰로 송치된 가운데 허술한 사회 시스템이 사건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거주자가 거주하면서 손님을 받아야 하는 ‘농어촌 민박’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제주항의 보안 검색이나 여객선 내부의 승객 안전 규칙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3일 제주시에 따르면 고유정이 범행을 했던 제주시내 한 펜션은 ‘농어촌 민박’으로 등록됐다.

농어촌 민박은 관련 법규에 따라 거주자가 상주해 손님을 받아야 하지만, 이 펜션은 거주자 없이 출입이 ‘무인 시스템’으로 운영되면서 사건을 키웠다.

경찰에 따르면 이 펜션 업주는 지난달 25일 범행이 이뤄진 시간에 고유정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고유정은 범행 중이어서 전화를 받지 못했다.

범행 현장에서 화분 1개가 깨지고 방충망이 파손되는 등의 소란이 있었지만, 주인이 펜션에 상주하지 않음으로써 누구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 했다.

펜션 업주는 이후 경찰 조사에서 “가스 등의 사용법을 알려주기 위해 전화를 했는데,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 펜션에 설치된 CCTV도 실제 녹화 기능이 없는 ‘모형’이어서 경찰이 초기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허술한 제주항의 보안 검색도 사건을 키운 데 일조했다.

13일 제주해양수산관리단에 따르면 여객선 승선 과정에서의 보안 검색은 항만 관리 인원의 육안 검색과 기계식 장비 검색 두 가지로 이뤄진다.

고유정이 타고 나갔던 지난달 28일 제주발 완도행 여객선 승선 과정에서는 육안 검색과 기계식 장비 검색이 모두 이뤄졌지만, 사체가 제주를 빠져나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제주해양수산관리단 관계자는 “시간 관계상 차에 있는 모든 짐을 열어 보게 할 수는 없다”며 “승선 스케줄이 너무 촉박해 경찰의 수사 공조 요청 등이 없는 한 범죄 연루자를 선제적으로 가려내긴 매우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여객선 승선 후 승객이 화물창으로 내려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안전 수칙도 지켜지지 않아 고유정이 차에 실은 트렁크에서 사체를 꺼내 유기하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한편, 제주동부경찰서는 지난 12일 가두리 양식장 청소 도중 절단된 사람 신체와 비슷한 물건이 비닐봉지에 담겨 있었고, 놀라 이를 버렸다는 주민의 신고를 접수하고 완도경찰 등과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로선 주민의 진술만 있을 뿐, 그 물체가 사람인지, 동물인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고유정에 의해 유기됐을 사체일 가능성이 있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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