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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아들" 이민호군 아버지의 특별한 생일
"고마워 아들" 이민호군 아버지의 특별한 생일
  • 정용기 기자
  • 승인 2019.06.12 1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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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자공업고등학교 학생들 직접 마련
현장실습 제도 문제투성이 지적하기도
지난 11일 제주시 내도동의 한 펜션에서 광주 전자공업고등학교 재학생 4명이 고(故) 이민호군 아버지의 생일을 축하해 주고 있다. 정용기 기자.
지난 11일 제주시 내도동의 한 펜션에서 광주 전자공업고등학교 재학생 4명이 고(故) 이민호군 아버지의 생일을 축하해 주고 있다. 정용기 기자.

“고마워 우리 아들들…평생 잊지 못할 생일상이야.”

광주전자공업고등학교 학생들이 2017년 현장실습 중 발생한 사고로 눈을 감은 고(故) 이민호군의 아버지를 위한 특별한 생일잔치를 마련해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지난 11일 제주시 내도동의 한 펜션. 광주전자공고 재학생 박상민군(20)·송민결군(19)·강연철군(17)·장우진군(17) 등은 이민호군의 아버지 이상영씨의 57번째 생일상 준비에 한창이었다.

이들은 제주동문시장을 찾아 직접 장을 보고 선생님과 함께 미역국까지 요리했다. 학생들은 직접 준비한 생일선물도 건넸다.

이씨는 “대수롭지 않게 지나가기도 했던 생일을 특별하게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이민호군의 어머니는 “아들들이 정말 멋진 생일상을 차려줘서 우리 민호가 질투하지 않을까”라고 얘기했다.

광주전자공고 학생들과 이민호군 부모님의 인연은 지난 4월 광주에서 열린 ‘현장실습 유가족 광주간담회’에서 싹텄다.

이야기 중 이씨의 생일 얘기가 나왔고 학생들이 “생일을 챙겨드리러 제주에 가겠다”하면서 자리가 마련됐다.

웃음꽃이 만발한 생일잔치 중에도 고등학생 현장실습 제도에 대해선 이들은 여전히 문제투성이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현장실습 참여 기업도 결국은 돈을 쫓는 기업이다보니 문제가 있어도 변하지 않는다”며 “기업이 잘못을 하면 엄벌해야 되는데 산업재해 관련 제도 뒤로 숨기만 한다”고 성토했다.

송민결군은 “현장실습 현장 상당수가 고등학생을 값싼 노동자로 착취만할 뿐 실질적으로 꿈을 키울 수 있는 실습은 부족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씨는 최근 “현장실습 현장에서의 사고를 방지하려면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니 법을 만들어 달라”는 내용을 골자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편지를 쓰기도 했다.

한편 이민호군 부모님은 현장실습으로 인해 가족을 먼저 떠나보낸 산재피해 가족 모임 ‘다시는’과 전국을 돌아다니며 현장실습의 문제점을 공유하고 개선점을 정부 등에 건의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다음은 이민호군 아버지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쓴 편지 일부.

대통령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제주 특성화고 현장실습 도중 기계에 눌려 생을 마감한 이민호의 아버지입니다.

대통령님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 몇 글자 적어봅니다.

민호가 떠난 지 19개월이 다 돼 갑니다.

사고 원인을 의문점 없이 밝혀달라고 그렇게 부탁했는데 의문투성이인 채로 마무리를 하고 덮어버리는 노동부를 지켜보며 무슨 나라가 사고 조사를 이런 식으로 처리하는지 항의를 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저희 가족들은 어떻게 대응할지 막막하고 이대로 삶을 포기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왜 이렇게 밖에 못하는지 모든 게 경제논리에 휩쓸려 힘없는 사람은 아무 대응도 하지 못하고 포기하고 체념해야 하는지….

민호를 보내고 시간이 지나며 용균이 사고가 나고 그 이후 산업안전보건법을 통과시켜 노동자 등이 좋아지겠구나 했는데 천만에요.

모든 불합리한 내용은 다 빠진 엉터리 산안법이었습니다.

지금과 같은 인재사망사고를 방지하려면 강력한 처벌이 따라야 합니다.

그런 처벌법을 만들어야 되는 것 아닙니까.

대통령님이 그런 법을 만들어 주십시오.

저는 저의 애가 학생이었기 때문에 지금 국회에 계류 중인 일학습 병행 도제 제도에 대해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힙니다.

왜 특성화고를 도제학교로 지정해 학생들을 노동자로 만들어야 합니까.

어떻게 노동부는 그렇게 학생을 노동자로 만들려고 혈안이 돼있는지 어떻게 촛불정부에서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지 대통령님이 한 번 더 살펴봐 주십시오.

이런 제도는 없애는 게 맞는거 아닙니까.

대통령님 부탁드립니다.

강력한 산안법을 만들어주시고 일학습병행 도제학교 제도를 없애주십시오.

제주에서 고(故) 이민호군 아버지 이상영 올림.

정용기 기자  brave@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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