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도, 경찰도 모두 불만인 범죄자 신상공개…개선 방안 없나
유족도, 경찰도 모두 불만인 범죄자 신상공개…개선 방안 없나
  • 현대성 기자
  • 승인 2019.06.1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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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검찰로 송치된 고유정의 얼굴이 결국 제대로 공개되지 않으면서 범죄자 신상공개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범죄자 신상공개 제도가 유가족의 피해 회복이나 공익적 측면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 데다 되려 피의자 가족이나 주변 인물에 대한 2차 피해만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검찰 송치 과정에서 모습을 드러낸 고유정은 고개를 숙여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렸다.

유가족이 "고개를 들라"고 수 차례 외쳤지만 반응하지 않았고, 취재진의 카메라도 고유정의 얼굴이 제대로 포착되지 않았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피해자 동생 A씨는 "신상공개라는 한 가지 바라는 점을 이뤘는데 결국 얼굴을 제대로 본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며 "머리 길다고 얼굴 가리면 신상공개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A씨는 이어 "시신 수습되지 않아 형 영정 사진에 물만 떠놓고 기다리는 데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 하니 너무 화가 난다"며 "사형 집행 안 되는 것 알지만 사형 판결로 유가족의 명예를 지켜달라"고 말했다.

이처럼 고유정의 얼굴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으면서 2016년 9월 현장검증 시 얼굴이 공개됐던 성당 살인사건 용의자 '천궈레이'와의 형평성 문제 등 경찰 내부에서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자 신상공개에 대한 내부 지침상 경찰이 강제적으로 얼굴을 공개할 수 없게 정해져 있어 애로사항이 많다"며 "이번 고유정 사건을 계기로 내부 지침이나 제도 자체를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경찰은 피의자 얼굴 공개를 위해 고개를 들게 하는 등 강제적 행위가 인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강제적 얼굴 공개 행위를 내부 지침으로 금지하고 있다.

피의자 가족이나 주변 인물 정보 유출로 2차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나 신상공개 제도의 불복 절차가 없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현재 정보 유출로 처벌할 수 있는 관련 법규인 ‘명예훼손’은 피해자의 고소가 없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기 때문이다.

흉악범의 가족 등은 적극적으로 피해를 주장하기 힘든 만큼, 일각에서는 회복할 수 없는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막기 위해 관련 처벌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일고 있다.

범죄자의 신상공개는 지난 2009년 강호순 연쇄살인사건 이후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 개정되면서 신상과 얼굴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범인의 언굴과 신상을 공개할수 있는 경우는 범행 수법(수단)이 잔인하거나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그리고 증거가 충분한 경우에 이뤄진다. 

다만 피의자가 미성년자면 공개할 수 없다.

제주에서는 2016년 9월 성당 살인사건 피의자 천궈레이가 범죄자 신상공개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공개된 바 있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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