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녹취시스템을 도입하자
학교에 녹취시스템을 도입하자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6.1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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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태 시인·다층 편집주간

교육 현장을 말할 때마다 논의되는 것이 교육과 학습의 주체가 누구냐 하는 것이다. 당연히 교육의 주체는 교사지만 학습의 주체는 학생이다.

교사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지적 성장을 돕는 조력자의 구실을 하는 것이 학교 교육의 핵심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교사는 지식 교육보다는 인성 교육의 책임자로 인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인성 교육의 기본이자 책임은 가정에 있다. 어른들이 버릇없는 아이들을 야단칠 때 예전에는 부모가 누구냐?’ 혹은 집에서 뭘 가르쳤길래라고 표현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학교에서 뭘 가르치느냐?’고 바뀌고 말았다.

어느 순간부터 이 사회는 진정한 선생님을 원하는 게 아니라 만능 엔터테이너를 원하고 있는 듯하다.

이러다 보니 교사들은 다양한 학교 구성원들과 감정적으로 충돌을 일으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동료 교사뿐만 아니라 학생들, 학부모들, 감독 기관의 구성원들에 이르기까지 교사들이 맞닥뜨리는 대상은 다양하기만 하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교사들을 감정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다.

지난해 1018일부터 시행된 감정노동자 보호법에 따르면 감정노동(Emotional Labor)은 실제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는 무관하게 직무를 행해야 하는 감정적 노동으로 이러한 직종 종사자를 감정노동 종사자라 한다.

배우가 연기하듯이 직업 상 속내를 감춘 채 다른 표정과 몸짓으로 손님을 대하는 직종으로 보통 감정관리 활동이 직무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를 일컫는다고 한다.

요즈음의 학교 현장은 다양한 민원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학교로 연락하고 관리자나 담당 교사에게 문제를 제기하기보다는 감독관청이나 국민신문고를 통해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학교로 전화를 걸더라도 본인의 신분은 밝히지도 않은 채 일방적인 항의나 심지어 폭언한 후에 전화를 끊어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학부모가 제기한 민원에 대해 일일이 답변하고 그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꼬리를 붙들게 되고 그러는 과정에서의 감정 낭비는 만만찮음을 종종 경험한다.

심지어 법보다 민원이 우선이라는 의식이 팽배한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한다.

민원을 제기한 사람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얼굴 없는 민원인을 향해 일일이 응대를 하고 감정을 소비해야만 한다. 이른 바 민원 만능 시대인 셈이다.

하지만 교사 역시 인간이기에, 감정이 있는 존재기에 그런 전화나 민원 한 건을 받고 나면 쉽사리 가라앉지를 않는다.

배우가 연기하듯이 애써 자신의 감정은 숨기고 가면을 쓴 모습으로 웃으면서 수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그러한 감정이나 기분 상태로 수업 시간에 학생들을 대할 때 과연 그 수업의 질이 어떨지는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또한 해당 교사의 감정적 에너지 낭비는 말할 수가 없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두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는 학부모님들께 부탁드리고 싶다. 학교에서 어떤 문제가 있으면 직접 학교를 방문하거나 담당 교사에게 전화해서 문제를 제기하거나 해결을 요구하고 그게 만족스럽지 못 한 경우 감독관청에 의뢰하는 것이 순서라는 점이다.

둘째는 교육청이나 교육부에 건의한다. 현대 사회에서 보편화 돼 있는 통화 녹취시스템을 학교에 도입하자는 것이다. 통화 내용이 녹취된다고 하면 전화를 건 사람도, 받은 사람도 감정적인 언사는 자제하고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상담과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학부모를 비롯한 학교 구성원들의 공통분모는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생활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를 위해 교육 공동체 모두가 진지하고 깊게 고민할 필요가 있으리라 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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