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 결과 자영업자 3명 중 1명이 지난 1년 새 휴업이나 폐업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들 중 대부분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영업을 한다고 했다. 가게를 살 사람만 있었다면 가게를 접겠다는 얘기다.
자영업이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이 전국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별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업 현황을 조사해 발표한 ‘전국 소상공인 과밀화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은 이제 벼랑 끝에 서 있다.
제주지역의 도·소매업 사업체 1곳 당 연 평균 영업이익은 2443만원(2015년 기준)이었다. 가게의 영업 이익이 업계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평균 임금(3191만원)에 훨씬 못 미친다. 이럴 바엔 가게 문을 닫고 종업원으로 일하는 것이 편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렇게 근로자 평균 임금을 못 버는 가게가 전체의 77.16%에 달했다. 심지어 최저생계비(1620만원, 3인 가구 기준)도 못 버는 도·소매업자들이 전체의 51.3%를 차지한다니 할 말을 다 했다. 가게 사장이라는 건 말뿐, 최저생계비도 못 벌고 있으니까.
중소기업연구원은 사정이 이렇게 된 주요 원인으로 과밀화를 꼽는다. 가게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제주지역의 인구 1000명 당 소상공인(업체) 밀집도는 68.9개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강원(69.5개)에 이어 두 번째로 밀집도가 높다. 전국 평균(59.9개)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도내 도·소매업과 음식점의 경우 자영업에 진출하려는 소상공인 2명 중 1명이 선택하는 주 대상 업종이다. 그러다 보니 창업도 많고 폐업도 많은 자영업자의 무덤이 됐다. 거리엔 멀쩡해 보이지만 이미 죽어버린 ‘좀비’ 가게들이 수두룩하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 결과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77%는 올해 들어 매출이 지난해보다 줄었다고 답했다.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도 59.6%는 경영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비관했다. 경제를 가장 밑바닥에서 지탱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이 절박한 상황에 몰려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미 ‘좀비’가 된 가게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이들의 출구를 찾아 주는 일이 중요해졌다. 자영업 과밀 문제 해소를 위해 상권을 다각화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자영업자는 지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중요한 축이다. 자영업이 쓰러지면 지역도 쓰러진다.
우리는 이 난을 통해 거듭 강조해 왔지만 문제의 해법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투자를 유치하고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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