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광활한 대초원에…순백의 호수를 향하다
다시 광활한 대초원에…순백의 호수를 향하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6.07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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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바람의 고향, 초원의 나라 몽골
몽골의 거대 화산호 테르힝 차강 호수(上)
차를 타고 광활한 몽골 초원을 달리다가 말을 타고 양 떼를 몰고 가는 몽골 사람을 만났다. 드넓은 초원과 어우러진 양 떼 풍경이 인상적이다.
차를 타고 광활한 몽골 초원을 달리다가 말을 타고 양 떼를 몰고 가는 몽골 사람을 만났다. 드넓은 초원과 어우러진 양 떼 풍경이 인상적이다.

초원의 나라 몽골은 생각보다 크고 작은 호수가 많은 나라입니다. 커다란 호수와 강이 각각 12개 있고 작은 호수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고 합니다.

홉스굴을 다녀온 후 울란바토르에 머물고 있을 때 한 몽골학자가 시간이 있을 때 테르힝 차강 노루를 꼭 한 번 가 봐라고 권했습니다.

그 곳이 어떤 곳이냐고 묻자 그는 화산지대인데 참 볼만 하다고 답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내년에 그 곳에 가보자하고 다짐했습니다. 미지의 세계를 찾아간다는 기대는 삶에 활력을 주기도 합니다. 1년에 한 번씩은 오지를 가보자는 게 제 삶의 큰 희망인데 좀 이기적이고 호사스러운 것일까요?

테르힝 차강(Terhkiin Tsagaan) 노루(Nuur·호수)는 아르항가이 아이막() 타리아트 솜() 중앙에 위치한 몽골에서 가장 늦은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호수입니다.

차강은 몽골어로 흰 색을 뜻하는데 데르힝 차강 호수는 그 이름처럼 호숫물이 맑다고 합니다. 과연 어떤 곳일지 기대가 큽니다.

다음 해 6월 다시 울란바토르를 찾았습니다. 이번 여행에는 늘 우리 일행과 함께 다녔던 울찌가 바쁜 일이 있어 빠지게 됐습니다.

그에게 한국어를 조금 한다는 여학생을 소개받았습니다. 마침 일행 중 여자 한 분 있어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지인인 네르구이가 동행을 제안했습니다. 네르구이는 몇 년 전 테를지에서 알게 된 여대생입니다. 이전 몽골 여행을 함께 했던 딸 경리와 친구가 되기도 했습니다. 네르구이 아버지로부터 승낙을 받고 우리 일행은 출발을 서둘렀습니다.

테르힝 차강은 하라호름(Karakorum·카라코룸이라고도 함)을 거쳐서 갑니다. 하라호름까지는 비록 좋지는 않지만 도로가 포장돼 빨리 갈 수 있으나 하라호름을 벗어나면 비포장도로여서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합니다.

복잡한 시가지를 벗어나 한참을 달리는데 도로가 지난번 왔을 때보다 포장이 잘 돼 있어 언제 도로 포장을 새로 했느냐고 물었더니 최근 몽골을 찾는 사람이 늘고, 또 하라호름을 많이 가기 때문에 이 도로는 특별히 포장을 서둔 것 같다이런 도로라면 시간을 당길 수 있을 것 같다고 희망적인 이야기를 합니다.

하라호름 벌판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 세워진 오보(Ovoo·서낭당)
하라호름 벌판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 세워진 오보(Ovoo·서낭당)

몽골 초원 길을 달릴 때면 아주 독특한 향기가 납니다. 풀 냄새인데 초피나무 냄새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초원지대에서 느낄 수 있는 냄새입니다.

신나게 달리는 차 안에서 밖을 내다보니 언덕에 몇 마리 말과 함께 말 고삐를 잡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순간 몇 년 전 일이 떠올랐습니다. 그 때도 하라호름을 갈 때였을 겁니다.

초원에 있는 한 물웅덩이에 수 많은 말이 몰려와 목을 축이고 있다.
초원에 있는 한 물웅덩이에 수 많은 말이 몰려와 목을 축이고 있다.

뒤따라오던 차가 보이지 않아 언덕에 차를 멈추고 기다리는데 너무 늦는 겁니다. 심심하던 차에 마침 옆에 있던 몽골 아저씨가 말 고삐를 잡고 있어 한 번 타 봐도 되느냐는 손짓을 하자 고개를 끄떡이기에 아무 생각 없이 카메라 가방을 지고 카메라는 목에 걸고 말 위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얌전하던 말이 갑자기 날뛰기 시작합니다. 당황해 말 목을 꼭 안았더니 말은 더 흥분하는 것이었습니다. 떨어졌다가는 말발굽에 짓밟힐 것 같아 더 세게 말 목을 껴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말 주인도 놀라고 주변에 있던 일행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당황했습니다. 다행히 주인이 말 고삐를 강하게 잡아당기자 말은 겨우 진정한 듯 날뛰는 것을 멈췄습니다. 일행들은 제주에서 말을 많이 타서 그런지 위험을 잘 이겨 내더라고 저를 치켜세웁니다. 남은 죽다 살아나 혼쭐이 났는데.

알고 보니 말을 탈 때는 주인이 타는 방향으로 타야 한답니다. 다른 방향으로 타면 말이 자기 주인이 아니라고 생각해 거부한다는 것입니다. 아무 방향으로 말을 탔으니.

이날은 말에서 떨어질 뻔한 것을 포함해 위험한 순간을 세 번이나 겪었습니다.

차가 고장이 나 수리를 한다기에 그 모습을 찍는다고 잠시 들여다보는데 갑자기 시동이 걸리며 공구 하나가 얼굴로 날라와 크게 다칠 뻔했습니다. 수리하다가 공구를 프로펠러 옆에 놓아둔 운전사가 그것을 깜빡하고 그냥 시동을 걸었던 것이었습니다.

또 잘 가던 차가 작은 개울에 빠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밤새 기다리다 결국 인근 마을에서 지프를 불러 밤늦게서야 숙소를 향했습니다. 그런데 운전사가 길을 잘못 들어 언덕 위로 올라가는데 하마터면 절벽 아래로 추락할 뻔한 아찔한 순간을 맞았습니다. 앞 좌석에 앉은 터라 더 당황했었습니다.

오지 여행 때는 여러 일을 겪지만 이날 벌어졌던 일들은 인상에 깊이 남아 여행을 할 때마다 가끔 기억이 납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에르덴 조 사원이 아련히 보이는 언덕에 올랐습니다. 운전사는 오늘 이 곳에 있는 도시에서 1박을 해야 한답니다. 더 가면 숙박을 할만 한 곳이 없어 이 곳에서 하루 묵고 내일 일찍 출발하자는 것입니다.

속으로 잘됐다고 생각했습니다. 에르덴 조 사원의 저녁 모습과 뒤에 있는 산에도 올라 오르혼강도 촬영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계속>

에르덴 조 사원의 첨탑과 일몰 풍경.
에르덴 조 사원의 첨탑과 일몰 풍경.

<서재철 본사 객원 기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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