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들이 떠나면
청춘들이 떠나면
  • 정흥남 편집인
  • 승인 2019.06.0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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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직전 학교 10여 곳 되살린 제주도민의 힘’.

제주시 애월읍 애월초교 더럭분교장 본교로 승격. 1년 전 전국 소규모 학교의 생존모델로 화제의 중심에 섰던 더럭초등학교. 이 학교는 아름다운 무지개색 학교 건물로 지금도 유명하다.

1946년 설립 이후 학생 수가 감소해 1996년 분교가 됐고 2009년에는 학생 수가 17명에 불과해 폐교 직전에 내몰렸다. 보다 못한 주민들이 한마음으로 마을 소유 용지 등에 공동주택을 지어 저렴한 가격에 임대하는 등 학생 유치에 나섰다. 그 결과 학생 수가 201126명에서 지난해 100명대로 늘었다.

제주에는 지난해 더럭초등학교를 비롯해 10개가 넘는 초등학교가 지역주민들의 학교 살리기 운동을 통해 폐교 위기에서 벗어났다. 더럭초등학교 학생 수는 현재 100명 밑으로 내려앉았다. 1년 만이다.

지난해 3만명 넘는 사람들이 제주를 등졌다. 2~3년 전 이주 열풍에 힘입어 대한민국의 대세로까지 자리했던 제주가 이제 떠나는 섬이 됐다. 그렇지만 이를 상쇄하거나 보완하려는 노력은 찾아볼 수 없다. 제주의 내리막이다.

 

#지난해 3만명 전출

며칠 전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연구원이 인구 변화, 제주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인구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당연히 토론의 중심은 심각한 인구이탈 문제가 됐다.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최근 10년간 도내 인구 유출입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전출인구는 3336명으로, 20122345명에 비해 1만명 가까이 늘었다. 최근 10년간 도내 전출인구 증가율은 연평균 3.7%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3만명을 넘어섰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전출인구를 연령대별로 보면 청년층과 가족 동반 30·40대 등의 전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이들 전출인구의 도내 거주기간을 보면 1년 이하가 9334명으로, 전체의 30.8%를 차지했다. 거주 이주민들이 다시 제주를 떠나는 탈제주현상이 뚜렷하다.

특히 20~40대 전출인구는 2009년에서 2012년까지 1.3~3% 감소세를 보였으나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3.6~10%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사람들이 제주를 떠난다는 것은 곧 지역의 소멸 문제와 이어진다. 인구 유출은 지역의 성장 잠재력을 약화하는 주요인이며 사회경제적 토대의 붕괴 경고다. 지역 사회의 기반이 뿌리째 흔들린다는 위험 신호다.

 

#‘마이너스 제주가능성도

젊은 층의 유출 심화는 당장 지역 활력과 직결된다. 젊은 층의 이탈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인구 감소는 지역 내 생산 소비 등 모든 부문에서 마이너스로 작용한다.

집이 있어야 하는 젊은 층이 적으니 집이 팔릴 리가 없다. 인구 감소로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 다시 인구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를 낳게 된다.

제주의 인구 유출은 앞으로도 지속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지역에 일자리가 많지 않은 데다 월평균 임금 수준도 전국 최하위권이다. 인구 이탈은 지역의 사활이 걸린 현안이다. 현실적인 대책으로 활로를 찾아야 한다.

물론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따르지만, 그렇다고 정부에 기대기도 쉽지 않다. 제주의 젊은이들이 떠나는 것은 좋은 일자리가 부족한 것이 원인이다.

젊은이가 빠져나간 농촌이 몰락하듯 청년이 빠져나가는 도시는 장래가 어두울 수밖에 없다. 더럭초등학교의 기적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주민들의 쉼 없는 노력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세상일이 그렇듯 무엇이든 이루기는 어렵지만 잃기는 한 순간이라는 속설을 곱씹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흥남 편집인 기자  kangm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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