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고독한 미식가’ 피아노 조율사의 중식 노포 탐방기
한국판 ‘고독한 미식가’ 피아노 조율사의 중식 노포 탐방기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6.0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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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추천하는 이달의 책] 중국집

전국팔도 숨은 중식당 담긴 정보책
담백한 묘사로 독자들의 식욕 자극
추억·인연 등 저자의 인생 기록 눈길

최초의 한국식 짜장면은 1905년 인천에 문을 연 공화춘에서 판매되었다.

중국인들이 삶은 국수에 중국식 된장을 얹어 먹던 것을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개량한 것이 시초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짜장면이 만들어지고 110여 년이 흐른 현재, 짜장면은 늘 곁에 있는 친숙한 음식이 되었다.

누구나 한 가지쯤 짜장면에 얽힌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며 이번에 소개하는 책 중국집또한 짜장면과 중국집에 관한 저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중국집은 피아노 조율사인 저자가 틈틈이 전국을 다니며 각 지역의 중국집을 방문하여 음식을 먹고, 사진을 찍고, 기록한 책이다.

서울,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그리고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38곳의 중국집을 소개한 이 책에는 짜장면을 비롯하여 짬뽕, 볶음밥, 군만두, 탕수육, 난자완스 등 중화요리의 다채로운 맛이 담겨져 있다.

중국집의 대표 메뉴, 짜장면은 춘장이라는 기본 소스에 다양한 재료를 넣어서 맛의 기본을 지키면서도 여러 가지로 변화를 줄 수 있는 음식이다.

감자를 큼직하게 썰어 넣은 옛날짜장, 걸쭉한 국물이 있는 물짜장, 즉석에서 야채와 함께 볶아내는 간짜장, 숙성된 장맛이 나는 된장짜장, 고추가 들어가 기분 좋게 매운 청양짜장, 다진 고기를 넣어 만든 유니짜장 등. 짜장면에 대한 생생한 묘사를 읽다보면 저도 모르게 고인 침을 삼키며 책 속으로 몰입하게 된다.

언제나 그렇듯이 면 위로 소스를 절반 정도 부어 비비고 간을 본 후 나머지 소스를 올려 먹는다. 식소다가 소량 들어갔지만, 비교적 부드러운 면발이라서 좋다. 허겁지겁 짜장면을 마시듯이 맛보니 최근에 맛 본 것 중 으뜸. 가끔 이렇게 원하던 음식을 마침내 먹으면 이가 아릿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나만 그런지 모르겠다. 채 썰어 넣은 오이의 신선한 향기와 식감은 기름진 짜장면의 느끼함을 잡아주기에 충분하고, 간짜장에 사용한 야채는 무려 4가지. 양파와 양배추, 주키니, 배추를 넣어 볶았으며 아삭한 식감이 매우 좋다.”(216p.)

이처럼 중국집은 세련되고 화려하기보다 담담하고 솔직한 문장으로 독자들의 식욕을 자극한다. 글로 전달하기 어려운 부분도 중간에 사진과 만화가 들어가 있어서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 그래서 사진을 보면 짜장면 한 그릇의 맛을 더욱 선명하게 상상할 수가 있고, 만화를 읽으면 중국집에서 음식을 기다릴 때의 기대감과 설렘을 저자와 같은 마음으로 느낄 수가 있다.

중국집에는 피아노 조율과 중화요리에 대한 이야기가 조화롭게 펼쳐진다.

이 책은 중식당 탐방기이면서 동시에 피아노 조율사로서 저자의 인생을 기록한 자서전이기도 하다. 책 속에는 중국집에 얽힌 추억뿐만 아니라 26년 동안 피아노 조율을 하면서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 자신의 일터에 대한 이야기, 피아노 조율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이 담겨 있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자기 직업에 자부심을 가지고, 좋아하는 음식을 통해 소소한 기쁨을 발견하는 저자의 삶의 자세를 본받고 싶어진다.

책의 마지막 장에는 책 속에 소개된 전국 각지의 중국집 상호와 주소가 정리되어 있다.

너무 멀어서, 시간이 없어서 여기서 이야기한 가게들을 가보지 못 하더라도 괜찮다. 우리 주변에도 오랜 세월 묵묵하게 제자리를 지키는 중국집들이 있으니 말이다.

피아노와 중국요리를 좋아하고,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미지의 세계를 탐방하는 것처럼 피아노 조율과 중국요리에 대하여 알아가면서 책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길 바란다.

<양윤정 서귀포도서관 사서>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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