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의 심리학
설득의 심리학
  • 부남철 기자
  • 승인 2019.06.05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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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일컬어 역동적인 나라라고 칭하는 외국인들이 꽤 있다. 긍정적인 평가라고 생각한다.

기자는 부정적인 의미에서 우리나라 정치권 같이 역동적인 데가 없다고 생각한다. 보편타당성보다는 늘 의외성을 보여 주면서 예측불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참으로 역동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전날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과 4당 대표의 회담을 제의했지만 거부했다”라며 “문 대통령은 어떻게든 한국당을 대화에 끌어들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손 대표의 발언은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5당 영수회담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지난달 9일 방송대담에서 5당 대표 영수회담과 여야정협의체 가동을 언급한 이후 이와 같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곧바로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손 대표에 해당 제안을 한 것이 사실임을 밝히면서도 한국당을 포함한 5당 대표 회동과 한국당 1대1 회동을 동시에 할 것을 공개 제안했다.

자유한국당의 현재 모습에 대해서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지만 청와대의 ‘투 트랙’도 좋은 모습은 아니다.

절차적 정당성과 합의를 내세우면서도 뒤에서 다른 행위를 한다는 것은 청와대가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여권과 자유한국당의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난 4일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에 반영할 제주도민 과제 발굴을 위한 도민 공청회가 제2공항 반대 주민들의 강력한 저지로 또다시 파행을 겪었다.

이날 현장은 단상을 점거하려는 반대 측 주민ㆍ단체들과 이를 막으려는 공무원들 사이에 몸싸움과 고성이 오가면서 깊을 데로 깊어진 갈등의 골을 보여줬다.

설득은 인간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타인을 이해시키고 그를 자신 또는 조직이 추구하는 목표에 동참시킬 수만 있다면 그 것만큼 뛰어난 능력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그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늘 크고 작은 갈등 속에서 고민하게 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설득의 수단으로 논리(로고스), 말하는 사람의 인격(에토스), 타인의 감정ㆍ정서(파토스)를 제시했다. 세 가지가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룰 때 가장 설득의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봤다.

한동안 우리 사회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설득과 관련된 책들이 위치한 적이 있다. 이 가운데 2013년에 출간된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이라는 책이 있다.

저자는 ▲상호성의 원칙 ▲사회적 증거의 원칙 ▲희귀성의 원칙 ▲일관성의 원칙 ▲호감의 원칙 ▲권위의 원칙을 설득의 6가지 법칙이라고 소개한다.

상호성의 원칙은 베품에 대한 보상 심리를, 사회적 증거의 원칙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고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심리를, 희귀성의 원칙은 입수가능성이 낮아질수록 가치가 높다고 생각하는 심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일관성의 원칙은 자신의 결정을 일관되게 유지하려는 심리를, 호감의 원칙은 유사성과 익숙함을 무기로 호감가는 사람의 부탁을 잘 들어주는 심리를, 권위의 원칙은 권위에 복종하려는 심리를 의미한다.

이 원칙 모두가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설득은 자신의 주장이 아무리 논리적이더라도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공감을 얻어내지 못 하면 결코 이뤄질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공감과 소통을 이야기 한다. 공감과 소통을 결국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 위한 과정이다. 그리고 이 과정이 성공적일 때 그 사회는 발전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 모습을 보면 공감과 소통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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