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과 불균형
균형과 불균형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6.0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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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균형이란 서로 대조되는 성질을 지닌 요소들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아니하고 고른 상태로 유지되는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대립과 긴장을 통해 조화로우면서도 발전적으로 이끌어가는 지속적인 자기통제의 과정일 때에야 비로소 제대로 된 의미를 가진다.

이에 반해 불균형이란 균형에 의해 유지되던 조화와 안정이 깨어져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 고르지 못하게 된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올바르지 못 한 상황을 만들어냄으로써 문제를 일으키게 되고 주체와 객체 모두를 불편하게 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현존재는 균형을 추구함과 동시에 그 상태를 잘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무너져버린 균형으로 인해 발생한 다양한 문제점으로 인해 존재의 가치를 잃어버리고 소멸해 버리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 틀림없다.

유기체인 사람의 몸은 기본적으로 균형을 유지하도록 돼 있으나 올바르지 못 한 생활습관이나 한 쪽으로만 치우친 편향성으로 인해 그것이 깨어지는 순간 건강을 잃어버리게 됨으로써 병마와 싸워야 하는 고통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처럼 균형이 깨어짐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개인이 모여서 만들고 발전시켜 나가는 사회나 국가에 있어서는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데, 그로 인해 받는 고통의 세기가 한층 강한 데다가 그것이 미치는 범위 역시 구성원 전체로 확대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

지금으로부터 1200여 년 전인 신라 경덕왕 때 충담사가 지은 향가인 안민가에서는 군주는 군주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백성은 백성답게(다이, 다이, 다이) 해야 나라가 편안할 것이라 노래하고 있는데, 이것은 사회나 국가의 구성원 모두가 각각의 위치에서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아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이 노래는 경덕왕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 지어진 것으로서 군주의 통치행위가 가져야 하는 엄중함을 말하고 있다.

나라를 이끌어가는 권한과 책임을 함께 가지고 있는 최고 지도자가 균형을 잃어버리고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게 되면 그 아래에 속해 있는 구성원들 역시 한 편으로 쏠리게 되고, 극도의 대립과 갈등을 유발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돼 커다란 위기를 불러올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작금의 우리 사회에는 대립과 갈등, 이기주의와 보신주의가 그 어느 때보다 팽배해 있다.

사람들은 개인적인 것은 물론 자신이 속한 계층이나 집단의 이익을 해치거나 이념에 반대되는 것에 대해서는 거침없이 일방적인 주장만을 쏟아내고 있으니 서로에 대한 감정의 골은 깊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결과 타협과 양보를 통해서 해결책을 찾아가는 길은 점점 보이지 않게 돼버렸다.

익명성을 기반으로 하는 대중은 지도자나 지도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행위를 통해 많은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그들이 균형을 잃어버린 통치행위를 하거나 국가의 공무를 처리하게 되면 그것은 고스란히 대중에게 전해지고, 구성원들이 행하는 많은 행위는 그런 방향으로 진행하는 편향성을 띠게 될 것이며, 끝내는 사회의 균형이 무너질 수밖에 없게 된다.

육체의 균형이 무너지면 병이 생기듯이 사회의 균형이 무너지면 국가가 위기에 처하게 되는 문제가 반드시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지도자와 지도층에 속한 사람들이 가져야 하는 최고의 덕목이라는 점을 분명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것이다.

다이, 다이, 다이를 우리 모두의 마음에 늘 새겨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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