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의 딜레마
황교안의 딜레마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6.03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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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후 작가·칼럼니스트

불교 조계종이 불교 의식을 따르지 않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했다. 부처님 오신 날 법요식에서 합장(合掌)과 관불 의식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그는 단순히 종교의 문제를 넘어 상식과 합리성, 존중과 이해를 갖추지 못 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황교안을 보면 딜레마에 빠진 느낌이다. 박근혜가 감옥에 갔을 때 그는 대통령권한대행이었다. 자신이 모시던 대통령의 옥바라지를 해줘야 할지 아니면 모른 척해야 할지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책상과 의자를 넣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지만, 반입이 되지 않았다. 태극기집회 노인들은 박근혜를 묻지마지지하는 유권자들이다. 표를 의식한다면 친박 이미지가 필요하다. 황교안은 박근혜에 대한 비판 여론과 상관에 대한 의리, 그리고 태극기 표 등 이러한 계산 속에서 책·걸상을 넣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을 것이다.

제주를 찾은 황교안이 제주4·3특별법처리에 대해서 말을 아꼈다. ‘국민 속으로-민생투쟁 대장정일정으로 제주를 찾아서 보인 행동이다. 4·3특별법 개정안 처리계획을 묻는 말에 원내에서 면밀하게 챙겨, 합리적인 방안을 찾겠다고 짧게 답변했다. 이것 역시 그의 딜레마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요즘 언론은 황교안이 ‘5·18 광주’, ‘불교’, ‘보수 통합3가지 난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그의 3대 딜레마라고 분석한다. 그가 무슨 염치로 5·18 기념식에 참석하느냐는 집중 공세를 받았지만, 광주를 찾았다. 석가탄신일 법요식에서 합장하지 않았고 대신 두 손을 모은 채 서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면서 불교계 반발이 나왔다. 보수 대통합의 실마리가 잘 보이지 않는 것도 중대 과제다. ‘공안검사법무부 장관국무총리라는 엘리트 코스를 거쳐 온 황교안은 서울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검찰에서 대검 공안1과장,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 서울중앙지검 2차장, 대구고검장을 역임하는 등 공안통 경력을 쌓았다. 공안검사 역시 그에게는 딜레마다.

공안검사(公安檢事)는 대공·선거·학원·외사·노동 등의 사건을 담당한 검사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공안이란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뜻하는 말로, 공안검사는 원래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할 목적으로 탄생했다. 19488월 검찰청법 제정에 따라 공안검사가 생긴 이래 국가 안위나 공공 안녕보다는 정권 수호의 앞잡이 역할을 해 왔다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아 왔다.

황교안은 1998년 공안 수사의 교과서로 불리는 책 국가보안법 해설을 펴내 미스터 국가보안법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2009년에 쓴 집회시위법 해설서에서도 4·19혁명을 혼란으로, 5·16 군사쿠데타를 혁명으로 표현했다. 2009년 용산 참사를 두고는 농성자들의 불법·폭력성이 원인이었다고 서술하기도 했다.

황교안은 걸핏하면 이 정권의 좌파 독재가 끝날 때까지 결코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가 보기에 좌파도 시민들이 싫어하고 독재도 싫어하니 그 둘을 조합한 것 같다. 여기서 좌파라는 말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너무 모호하다. 독재운운한 그의 발언에 문제가 심각하다.

독재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의 전매특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시절 황교안처럼 대정부 집회를 했다면 처형됐거나 남산에 끌려가 거꾸로 매달렸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를 좌파 독재라고 꾸짖는 황교안의 모습은 자못 비장하지만 한없이 우습다. 그래서 황교안은 민주화 운동을 탄압한 공안검사 출신이 독재 타도를 외친다는 눈살을 받고 있다. 그는 이런 세간의 지적을 의식한 듯 독재국가론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좌파 독재를 종식하라고 했더니, 독재를 이야기한다고 (저에게) 뭐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독재자(Strongman)는 견제받지 않는 절대 권력을 가진 집권자를 말한다. 또는 모든 일을 독단적으로 처리하는 경향인 사람을 빗대어 일컫기도 한다. 원의(原意)홀로() 재단()하는 자()’. 예쁜 옷감을 자기 멋대로 가위질하는 사람의 모습을 연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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