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키디데스 함정으로 향하는 미중 관계
투키디데스 함정으로 향하는 미중 관계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6.03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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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철 제주통일교육센터 사무처장·정치학 박사·논설위원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벌이면서 주변국들의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한 때는 협력하는 것처럼 보이더니 왜 관계가 나빠지고 있는 것일까?

유일무이의 강대국인 미국과 성장하는 중국과의 관계를 잘 설명해 주는 것이 투키디데스 함정(Thucydides Trap)’이다.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 그레이엄 앨리슨(Graham Allison) 소장은 지난 500년 동안 신흥 강대국이 기존 강대국을 밀어내려 한 사례 16번 중 12번은 전쟁이 일어났다고 주장하면서 미국과 중국 간 충돌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신흥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아테네의 부상을 저지시키려고 스파르타가 전쟁을 개시했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기록한 투키디데스의 지혜가 지금도 국제사회를 움직이는 논리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앨리슨 교수가 상기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성장하는 중국은 전 방위적인 미국의 압박을 예견하고 대비해 왔다. 중국은 미국의 우려를 사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이미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중국이 투키디데스 함정을 피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으며 미국과 중국의 협력을 강조했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은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상호 존중과 협력 공영을 특징으로 하는 신형 국제관계인류운명공동체를 외교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면서 과거 미국과 소련의 강대국 관계와는 다른 신형 대국관계를 주장하며 중국의 핵심 이익을 존중해 줄 것을 당부했다. 시 주석의 말이 진심이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의 핵심 이익을 존중한다면 그 사이에 중국은 더욱 성장하고 시진핑의 뒤를 이은 중국 지도자의 생각은 중국 국내·외 환경의 변화에 따라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미국의 전략가들도 이런 이치를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의 전략가들은 중국의 성장을 더 이상 두고 봤다가는 안 되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현실주의적 시각에서 본다면 미국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중국의 성장을 막을 것이다.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를 확보하고 핵심 지역에 미군 주둔 군사력을 강화하며 미국 시장으로 들어가던 중국제품을 인도나 베트남과 같은 다른 나라 제품으로 바뀌도록 만들 것이다.

중국의 대외정책은 덩샤오핑(鄧小平)이 주장했던 도광양회(韜光養晦)’에서 벗어나면서 대외적으로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덩샤오핑(鄧小平)의 장남 덩푸팡(鄧樸方)은 지난해 9월쯤 중국 장애인 연합회 총회에서 중국의 대외정책에 대해 중국은 주제를 알아야 한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중국의 전략가들은 미국이 도전국에 대한 대응이 예측 불가능하며 유사 시에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부상을 저지하기 위해 해상 원유 운송로 봉쇄를 할 수도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한 대비로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이 성공하는 것을 앉아서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미국과 중국이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사드 문제로 중국에서 먼저 철수해 다른 나라로 이전하는 기업은 인생사가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시장으로 미국과 유럽연합(EU), 그리고 일본을 합친 것보다 크다. 그만큼 중국의 경제적 침체는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게 될 것이다.

중국 시장과 관련된 제주의 산업계도 전망이 밝아 보이지 않는다. 현재 아무리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해도 투키디데스의 지혜를 고려한다면 중국이라는 바구니에 모든 계란을 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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