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행방불명인 명예 반드시 회복하겠다”
“4·3 행방불명인 명예 반드시 회복하겠다”
  • 고경호 기자
  • 승인 2019.06.03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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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협의회, 3일 법원에 재심 청구서 제출
소속 위원회별 유족 2명씩 10명 우선참여
김필문 제주4·3희생자유족회 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 회장이 3일 제주지방법원을 방문해 재심 청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사진=고경호 기자
김필문 제주4·3희생자유족회 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 회장이 3일 제주지방법원을 방문해 재심 청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사진=고경호 기자

“그동안 피맺히는 아픔을 견디며 살아왔다. 우리(후손)도 고령이라 곧 무덤으로 간다. 모든 걸 걸고 죽기 전까지 행방불명된 가족들의 명예를 반드시 회복하겠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 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회장 김필문·이하 협의회)는 3일 오후 제주지방법원을 방문해 행방불명 수형인 10명에 대한 재심 청구서를 제출했다.

협의회는 내부 위원회인 경인·대전·영남·호남·제주위원회 별로 유족 2명씩 10명을 선정해 우선적으로 재심을 청구했다.
4·3 당시 군법회의(군사재판)에 기소된 도민은 모두 2530명이다.

이 중 징역형을 선고받은 도민들은 서울, 인천, 대전, 대구, 전주, 목포 등 전국 각지의 형무소에 분산 수감됐다가 6·25 전쟁이 발발하자 상당수 총살됐으며, 일부는 사방으로 흩어져 행방불명됐다.

유족들이 대신해 재심을 청구한 행방불명인 10명은 적게는 징역 5년형에서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의 유족들은 재심 청구서를 통해 “행방불명 수형인들은 고향에서 농사를 짓던 청년들이거나 스무 살도 채 되지 않은 소년들이었다”며 “계엄령 선포 이후 중산간 마을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영장도 없이 체포돼 모진 고문을 당하다 불법 군사재판에 넘겨졌다”고 토로했다.

이어 “행방불명인들은 형무소에서 사망했거나 6·25 전쟁이 발발하자 총살됐다. 또 일부는 군경에 의해 즉결처분돼 암매장 당했다”고 덧붙였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 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는 3일 오후 2시 제주지방법원 중앙현관 앞에서 재심 청구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행방불명인들의 명예 회복을 촉구했다. 사진=고경호 기자
제주4·3희생자유족회 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는 3일 오후 2시 제주지방법원 중앙현관 앞에서 재심 청구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행방불명인들의 명예 회복을 촉구했다. 사진=고경호 기자

협의회는 이날 재심 청구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제주지방법원 중앙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방불명인들의 억울함을 재차 강조했다.

현경아 할머니(97)는 “이대로 죽어서 저세상가면 도저히 남편을 만나지 못 할 것 같다”며 “4·3 때 남편을 잃고 홀로 살아오면서 가장 서러웠던 게 남편 무덤이 없다는 것이다. 남편의 머리카락만이라도 찾는 게 소원”이라고 부르짖었다.

현 할머니와 함께 온 딸도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가 죄가 없다는 것을 빨리 밝혀 달라”며 조속한 명예 회복을 촉구했다.

김필문 회장은 “4·3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길 기다려왔지만 국회에서 장기간 계류되면서 결국 재심에 나섰다”며 “특히 수형생존인 18명이 명예를 회복하는 모습을 보고 ‘돌아가신 분들은 생존자들보다 더 억울하다’는 생각에 유족들과 뜻을 모아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어 “추가 재심 청구 여부는 이번 10인에 대한 청구 결과를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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