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의 사회
증오의 사회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19.06.0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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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는 여러 행복도 조사에서 늘 1, 2위를 차지한다.

유럽인들이 덴마크식 생활방식인 휘게 라이프(HYGGE LIFE)를 배우고 싶어하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휘게는 힐링(healing, 치유) 정도로 번역되는 덴마크어로, 휘게 라이프는 덴마크식 슬로 라이프를 말한다. 지금 이 순간 사랑하는 사람과 대단하지 않은 작은 일을 함께 하며 즐거움, 감사, 충만감을 느끼는 일상의 생활 방식이다.

이런 덴마크식 생활방식을 쓴 휘게 라이프의 저자 마이크 비킹 덴마크 행복연구소장은 휘게의 전제로 정치 이야기는 절대 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 행복해진다고, 행복은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쉬운 일이라고 했다. <휘게라이프, 정여진 역, 위즈덤하우스>

너 죽고 나 살기식 정쟁(政爭)의 막장 드라마에 매몰된 우리를 비꼬는 말 같지 아니한가?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도 사회보장, 정치 투명도, 사회적 신뢰같이 행복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의 수준이 높다. 그런데 행복은 왜 늘 덴마크인가.

마이크 비킹에 따르면 덴마크인들이 유독 더 행복한 것은 소소한 일상의 기쁨을 누릴 줄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차 한 잔을 마시라고 조언한다.

정치? 그런 것은 잊어버리고.

덴마크도 정당이 보수와 진보성향으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다. 이유는 바로 협치

덴마크 정치인들은 이념보다 국민에게 필요한 법안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모든 정당이 참여해 토론하고 합의해 법안을 만든다. 정권이 교체되도 법안의 수정을 막고 공동의 책임을 지도록 하기위해서다. 이것이 덴마크 협치의 핵심이다.

덴마크 국민의 행복은 이런 협력의 정치에 기인하는 것일게다.

 

우리의 행복도는 어떨까.

조사해 보나마나 매우 낮을 것이라고들 한다. 그 이유로 낮은 정치 사회적 안정도과 높은 국민의 열망이 서로 크게 어긋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우리 현실은 국민의 희망과는 크게 어긋나 있다.

조선시대 당쟁의 시대가 요즘 같았을까.

온 나라가 적과 동지로 편갈라 생사 대결을 벌이고 있다. 진보와 보수, 정치 노선을 달리하는 사람들 사이엔 적대감을 넘어 증오의 수준이다.

어떤 정치적 견해를 밝혔다가 시비를 겪은 사람은 나 뿐이 아닐 것이다.

첫째도 말조심, 둘째도 말조심, 셋째도 말조심. 증오의 사회다. 문제는 이런 살벌함 속에서 국가도, 사회도 우리 개인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렇게 정치는 국민의 행복과는 먼 데 있고, 사람들은 각자도생의 시대를 맞아 내일을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짓눌려 있다.

 

힐링이 대세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공동체 생활’(어려울 때 도움 받을 친척 친구 이웃이 있다) 부문 조사에서 10점 만점에 0.5점으로 OECD 꼴찌였다고 한다. 다들 사무치는 외로움에 떨고 있다는 얘기다. 외로움은 분노, 분노는 증오, 증오는 파멸을 부른다.

사람마다 힐링을 말하는 건 마음이 아리고 헛헛함이 사회적 증세가 됐다는 의미다. 개인 힐링도 필요하지만 국가적 힐링이 필요하다는 말인데 과연 누가 이 나라를 달래고 위로할 것인가. 이념에 매몰된 정치인들이 주목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요즘 역사의 분기점에 온 느낌이다.

모두가 솔직해져서 좌우(左右)의 눈이 아니라 국민의 눈으로 세계를 보아야 한다.

그런 국가 힐링의 시간을 너머, 더 이상 나라 걱정하지 않고 괜히 정치 얘기했다가 얼굴 붉히지 않고, 사랑하는 이와 차 한잔 마시며 소소한 행복을 누릴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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