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는 여러 행복도 조사에서 늘 1, 2위를 차지한다.
유럽인들이 덴마크식 생활방식인 휘게 라이프(HYGGE LIFE)를 배우고 싶어하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휘게는 힐링(healing, 치유) 정도로 번역되는 덴마크어로, 휘게 라이프는 덴마크식 슬로 라이프를 말한다. 지금 이 순간 사랑하는 사람과 대단하지 않은 작은 일을 함께 하며 즐거움, 감사, 충만감을 느끼는 일상의 생활 방식이다.
이런 덴마크식 생활방식을 쓴 ‘휘게 라이프’의 저자 마이크 비킹 덴마크 행복연구소장은 휘게의 전제로 정치 이야기는 절대 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 행복해진다고, 행복은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쉬운 일이라고 했다. <휘게라이프, 정여진 역, 위즈덤하우스>
‘너 죽고 나 살기’식 정쟁(政爭)의 막장 드라마에 매몰된 우리를 비꼬는 말 같지 아니한가?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도 사회보장, 정치 투명도, 사회적 신뢰같이 행복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의 수준이 높다. 그런데 행복은 왜 늘 덴마크인가.
마이크 비킹에 따르면 덴마크인들이 유독 더 행복한 것은 소소한 일상의 기쁨을 누릴 줄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차 한 잔을 마시라고 조언한다.
정치? 그런 것은 잊어버리고.
덴마크도 정당이 보수와 진보성향으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다. 이유는 바로 ‘협치’다
덴마크 정치인들은 이념보다 국민에게 필요한 법안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모든 정당이 참여해 토론하고 합의해 법안을 만든다. 정권이 교체되도 법안의 수정을 막고 공동의 책임을 지도록 하기위해서다. 이것이 덴마크 ‘협치’의 핵심이다.
덴마크 국민의 행복은 이런 ‘협력의 정치’에 기인하는 것일게다.
▲우리의 행복도는 어떨까.
조사해 보나마나 매우 낮을 것이라고들 한다. 그 이유로 낮은 정치 사회적 안정도과 높은 국민의 열망이 서로 크게 어긋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우리 현실은 국민의 희망과는 크게 어긋나 있다.
조선시대 당쟁의 시대가 요즘 같았을까.
온 나라가 적과 동지로 편갈라 생사 대결을 벌이고 있다. 진보와 보수, 정치 노선을 달리하는 사람들 사이엔 적대감을 넘어 증오의 수준이다.
어떤 정치적 견해를 밝혔다가 시비를 겪은 사람은 나 뿐이 아닐 것이다.
첫째도 말조심, 둘째도 말조심, 셋째도 말조심. 증오의 사회다. 문제는 이런 살벌함 속에서 국가도, 사회도 우리 개인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렇게 정치는 국민의 행복과는 먼 데 있고, 사람들은 각자도생의 시대를 맞아 내일을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짓눌려 있다.
▲힐링이 대세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공동체 생활’(어려울 때 도움 받을 친척 친구 이웃이 있다) 부문 조사에서 10점 만점에 0.5점으로 OECD 꼴찌였다고 한다. 다들 사무치는 외로움에 떨고 있다는 얘기다. 외로움은 분노, 분노는 증오, 증오는 파멸을 부른다.
사람마다 힐링을 말하는 건 마음이 아리고 헛헛함이 ‘사회적 증세’가 됐다는 의미다. 개인 힐링도 필요하지만 국가적 힐링이 필요하다는 말인데 과연 누가 이 나라를 달래고 위로할 것인가. 이념에 매몰된 정치인들이 주목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요즘 역사의 분기점에 온 느낌이다.
모두가 솔직해져서 좌우(左右)의 눈이 아니라 국민의 눈으로 세계를 보아야 한다.
그런 국가 힐링의 시간을 너머, 더 이상 나라 걱정하지 않고 괜히 정치 얘기했다가 얼굴 붉히지 않고, 사랑하는 이와 차 한잔 마시며 소소한 행복을 누릴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cjnews@jejuil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