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사업의 경제성은
태양광사업의 경제성은
  • 제주일보
  • 승인 2019.06.0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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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전력거래소 제주본부장

얼마 전 제삿집에서 집안 형제들과 전기자동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전기차로 개인택시 영업을 하시는 사촌 형이 하루 평균 200를 운행하는데 한 달 충전 요금이 지난해 여름 가스연료(LPG) 중형차로 운행할 때의 하루 치 연료비밖에 들지 않는다며 극찬을 하자 모두가 당장이라도 전기차를 사겠다는 분위기가 됐다.

도입 초기부터 일찌감치 전기차를 타면서 불편함을 느껴왔던 필자는 전기차를 이용하면 연료비가 절약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보조금으로 지원받은 배터리와 충전기가 차량 수명 기간 동안 잘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신중하게 결정할 것을 주문했다.

매일같이 장거리를 운행하는 사촌형의 경우에는 기존 LPG 연료비와 충전 비용의 차이로 2~3년 내에 배터리 교체 비용을 확보하고도 남은 배터리 수명 기간동안 연료비 이득으로 상당한 이득을 꾀할 수 있지만, 필자처럼 차량을 출·퇴근 위주로 하루 30, 연간 1정도를 운행하는 사람이라면 연료비 절감액으로 차량 수명 기간 동안 배터리 성능을 유지하기 위한 교체나 정비 비용 확보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사촌형처럼 큰 이득을 보게 된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전기차를 사라고 적극 권하겠지만 필자와 같은 경우에는 전기차에 대한 불편함을 감수할 만큼 그 이익이 크지 않다고 말한다.

전기차를 택시로 운행하는 사촌형과 출·퇴근용으로 이용하는 필자의 경우처럼 국가보조금 사업이 모든 경우에 이득을 주는 것은 아니다.

보조금을 받아야 수익이 확보되는 태양광 발전사업 또한 마찬가지다.

차량을 구매할 때 보조금을 확정해 지급받는 전기차의 경우와 달리 태양광 발전사업은 생산된 전력을 판매할 때에야 보조금 격인 신재생공급인증서가 발급되고, 판매가격이 결정되는 경우라 더욱 주의를 요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태양광 발전사업도 다른 사업자들과 비교해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토지비용과 이자비용, 자재비용, 설치비용, 배수로와 울타리공사비, 송전계통연계공사비 등 총 투자비가 평균 이상이면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다.

신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해 국가정책으로 지원하는 보조금이지만 적정원가를 분석하고 적정수익을 반영해 책정하는 구조이므로 경쟁 사업자보다 투자비와 운영비가 많이 드는 경우에는 손해를 보게 된다.

필자가 느끼기에 국가보조금 사업은 공급 업체와 사업자 간 수익 배분을 위한 줄다리기이며, 그 이득이 최종 사용자에게 가기도 전에 공급 업체가 가져가 버리는 경우가 많다.

공급업체는 납품하면서 수익을 바로 회수할 수 있지만 최종 사용자는 설비 수명주기 동안 장기간에 걸쳐 투자비를 회수해야하고 혹시 발생할지도 모를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현재 제주에는 750개 태양광발전소가 있으며 맑은 날에는 20kW의 전기를 생산해 우리가 소비하는 전력의 3분의 1을 충당할 만큼 전국대비 상당히 높은 보급률을 보인다. ‘탄소 없는 제주(Carbon Free Island) 제주를 위해 반가운 일이지만, 경제성을 확보하지 않은 채 참여하는 경우도 있는듯해 적잖이 우려된다.

태양광 발전사업에 대해 발전량이나 판매가격이 부풀려져 광고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급 업체의 말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태양광발전소의 이용률은 보편적으로 15%로 가까운 사업장의 이용률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태양광 사업의 수익률을 예상하기 위해 참조할 만한 전력판매가격은 한국에너지공단에서 시행하는 고정가격경쟁입찰제도의 평균가이다. 소규모 사업자를 우대해 가장 높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는 장기계약시장이다.

지난해 낙찰평균가는 181/kWh으로 올해는 이보다 더 낮아질 것이고 낙찰 경쟁률이 매우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태양광사업이 땅을 빌리고 빚을 내면서 해도 될 만큼 수익이 나는 사업은 결코 아니다.

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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