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일보 기획] 공사물량 '찔끔'에 미분양 '뇌관'...경기 부양 관건
[제주일보 기획] 공사물량 '찔끔'에 미분양 '뇌관'...경기 부양 관건
  • 부남철 기자
  • 승인 2019.06.02 1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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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경제, 위기를 기회로...(4)침체의 늪 빠진 건설업, 탈출구는...

제주지역 건설산업은 제주살이에 대한 열풍과 각종 대형 공사 발주, 관광객 증가에 따른 수요 가 급증하면서 2015~16년 연평균 20%대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2017년 이후 제주지역 건설업은 부동산 가격 상승과 대형 공사의 지연, 과당경쟁 등의 영향으로 하락세 전환하면서 최근에는 건설수주액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미분양 주택이 증가하는 등 ‘하루살이’라는 자조적인 목소리와 함께 건설업체들의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까지 몰리고 있다.
이와 함께 예래휴양형주거단지, 헬스케어타운, 신화역사공원 등과 같은 대형 공사들이 무산되거나 지연되면서 공사물량이 급감하고 있으며 관광객과 인구 순유입 감소 등 악재들이 쌓여가면서 건설경기 부진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건설업계의 한숨은 쌓여만 가고 있다.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
제주지역 건설업은 지난 1분기 도내 건설 수주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반토막 나면서 지역경제 침체에 큰 영향을 끼쳤다.
호남지방통계청 제주사무소(소장 문정철)가 지난달 16일 발표한 ‘2019년 1분기 제주지역경제동향’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도내 건설수주액은 약 2090억원으로 전년 같은 분기 5020억원에 비해 58.4% 감소했다.
공종 별로는 토목공사 수주액이 지난해 1분기 1040억원에서 올 1분기 240억원으로 77.3% 줄어들었다. 건축공사의 경우도 지난해 1분기 3980억원에서 올 1분기 1860억원으로 53.4% 하락했다.
특히 공공부문 발주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 1분기 공공부문 발주액은 18억원으로 전년 같은 분기 1240억원과 비교할 때 무려 85.5%가 줄어들면서 건설경기 악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민간부문 발주는 지난 1분기 1910억원으로 전년 같은 분기 3790억원이 비해 49.5% 감소했다.
 
▲쌓여가는 미분양 주택
제주지역 건설경기 침체는 도내  주택 인・허가 실적과 착공, 준공 실적 감소세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도내 미분양 주택도 1200호대가 유지되고 있으며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달 30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4월 중 전국 주택건설실적에 따르면 제주지역 주택 인허가 실적(전체 주택 대상)은 437호로, 지난해 같은 달(1007호)에 비해 56.6%나 감소하면서 전년도 실적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올해 들어 4월까지 인허가 실적은 1539호로, 지난해 같은 기간(2758호)보다 44.2% 줄었다. 1~4월까지 5년 평균 실적(4280호)에 비해서는 64%나 감소했다.
4월 주택 착공 실적은 420호로 전년 동기(474호)에 비해 11.4% 감소했다. 올해 4월까지 주택 착공 실적은 2056호로, 지난해 같은 기간(2509호)에 비해 18.1% 줄었다. 이는 최근 5년 평균 실적(4425호)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4월 건설 준공 실적은 585호로 전년 동기(974호)에 비해 39.9% 줄었다. 올해 4월까지 준공 실적은 2890호로, 지난해 같은 기간(4202호)에 비해 31.2% 줄었다. 또한 1~4월까지 5년 평균 실적(3803호)에 비해서는 24% 감소했다.
4월 중 미분양 주택은 1245호로 지난달(1227호)보다 18호 증가했다. 이와 함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774호(제주시 420호, 서귀포시 354호)로, 지난해 12월 이후 4개월 만에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제주시지역을 ‘미분양 증가’와 ‘모니터링 필요지역’ 등을 이유로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잔해 10월부터 지정하고 있으며 오는 11월까지 연장됐다.
 
▲건설 취업자 감소
제주지역 건설경기 침체는 당연히 건설업 취업자 수의 감소를 가져오면서 제주지역 소비심리 위축이라는 낙수효과를 낳고 있다.
지난 4월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제주지역 경제 동향’에 따르면 제주지역 건설경기가 침체되면서 건설업 취업자가 1년 새 5000여 명 감소했다.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건설업 취업자는 3만1600명으로 전년 동기(3만6700명)와 비교해 1년 새 5100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속되는 위기감
제주지역의 이와 같은 건설경기 침체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지난달 28일 도내 주요 업계 및 유관기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개최한 ‘2019년 2분기 제주지역 경제동향 간담회’에서도 도내 건설경기 침체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참석자들은 도내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미분양 주택이 크게 늘어나면서 건설경기 부진이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건설업 고용 위축 및 전반적인 경기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건설업 노동자 유입이 줄어들면서 주거용 오피스텔 공실률도 상승하는 등 풍선효과가 커지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참석자들은 민간 건설 수주가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부문 발주가 조기 집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도내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제주지역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고, 미분양 주택이 쌓이면서 올 들어 건설업계 불황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며 “건설 수주난도 심각해지면서 일부 영세업체를 중심으로 도산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으며 근로자 고용 감소, 은행 대출 부실 등으로 지역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지원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해법 모색 인터뷰
 

이시복 대한건설협회 제주특별자치도회 회장 "지역 건설업 활성화 위해 제2공항.신항만 등 추진돼야"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제주지역 건설업이 활성화되지 않고서는 제주지역 경기 침체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입니다.”
이시복 대한건설협회 제주특별자치도회 회장은 제주지역에서 건설업의 중요성과 함께 이를 회복하기 위한 대책 마련의 시급함과 행정의 적극적인 투자와 제도개선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도내 건설산업은 2015∼16년 연평균 20%대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제주의 전체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라며 “그러나 최근 건설경기 선행지수인 건설수주액의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고 미분양 주택이 증가하는 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도내 건설산업은 단일 업종으로 많은 인원이 취업하고 있는 대표적인 일자리 창출 산업이지만 건설경기 침체 영향으로 도내 건설업 취업자가 1년 새 5100명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라며 “특히 건설업은 저소득층에 대한 고용률이 높은 특징이 있는데 이러한 건설경기의 침체가 장기화되면 저소득층에 대한 고용율 감소로 이어져 지역사회 안정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우려감을 표시했다.
이 회장은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위기 극복을 위한 지원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먼저 도민의 안전 확보와 삶의 질 증진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후 인프라에 대한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라며 공공부문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와 함께 “제2공항, 신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사업이 반드시 추진돼야 하며 국ㆍ내외 투자유치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행정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이 회장은 또 “대형공사의 육지부 대형업체의 수주 독점을 막을 수 있도록 대형공공공사의 분할 발주와 투자유치 사업에 대해 사업 승인 조건으로 지역업체와의 공동도급 비율 명시를 통해 지역업체의 참여비율 확대와 재건축,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에 지역업체의 참여비율에 따라 용적률 인센티브 부여 등을 통해 지역업체의 참여 방안 마련을 검토해야 한다”라며 지역 건설업체의 존립을 위한 제도적 개선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그는 “도민의 안전을 위한 적정한 공사비 보장이 필요하다”라며 “지난 10년간 종합건설사의 영업이익률은 10분의 1로 하락하고, 공공공사의 적자 시공비율은 37.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만큼 정부와 제주도는 표준품셈의 현실화와 지난 17년 간 유지한 적격심사제의 낙찰하한율 상향 조정 등에 대한 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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